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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길을 찾아서] DJ 취임 첫 남북회담 끝내 결렬에 ‘실망’ / 한완상

등록 2012-10-29 19:49

1998년 4월11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남북 차관급 회담은 20일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전금철 정무원 책임참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왼쪽)은 18일 예정됐던 전체회의에 불참을 선언한 뒤 숙소를 떠났고, 정세현 통일부 차관을 비롯한 남쪽 대표단(오른쪽)은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1998년 4월11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남북 차관급 회담은 20일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전금철 정무원 책임참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왼쪽)은 18일 예정됐던 전체회의에 불참을 선언한 뒤 숙소를 떠났고, 정세현 통일부 차관을 비롯한 남쪽 대표단(오른쪽)은 19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완상 비망록-햇볕 따라 평화 따라 120
1998년 4월20일, 베이징에서 김대중 대통령 취임 뒤 처음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이 결렬되고 말았다. 국민의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문민정부보다는 훨씬 유연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던 평화진영에 적잖이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정부는 정세현 통일부 차관을 대표로 한 이번 회담에서 기존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협상했다.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절박한 비료 지원과 이산가족 상봉을 연계한 것이다. 하지만 인도주의 문제는 상호주의 원칙으로 풀어낼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사실 북한은 남쪽 정부가 보수적인 국민들의 정서를 존중해 이산가족 문제를 항상 중요한 협상 안건으로 들고나온다고 본다. 전금철(본명 전금진) 정무원 책임참사를 대표로 내세운 북한 당국은 이번에도 남쪽에서 이산가족이라는 ‘정치 문제’를 일부러 들고나온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디제이로서는 국내 보수세력에게 처음부터 북한에 쉽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와이에스보다 북에 약한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조심성이 이번 협상을 어렵게 한 것은 아닐까.

‘비료’와 ‘이산가족’ 모두가 진정한 인도주의 문제란 확신을 남북 당국자들이 갖고 있었다면 이번 회담이 이렇게 결렬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 정말 아쉽다. 시급한 비료는 5월초에 먼저 보내주고, 이산가족은 몇달 뒤 날짜를 못박아서 상봉할 수 있게 협상했어야 했다. 남이나 북이나 서로 역지사지를 못했다. 전금철 대표는 평양에 빈손으로 돌아가면 혹독한 시련을 겪을지도 모르겠다.

4월30일 <당대비평>의 문부식 주간이 방송대 총장실로 찾아왔다. 며칠 전 시국과 역사를 놓고 심층적 대담을 하고 싶다고 전화를 했기에 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는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주범으로, 혹독한 고난을 겪은 젊은 지식인이다. 그는 보수적인 신학교 출신이지만, 진보적인 에큐메니컬 운동에 몸을 던진 기독교 지식인들보다 더 과감한 평화·민주운동을 몸소 실천했다. 우리는 김영삼 정부에 대한 평가, 혁명과 개혁의 상대적 어려움, 김대중 정권의 개혁 성공 가능성, 통일문제와 국내 개혁의 관계,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간의 바람직한 협력 관계 등을 놓고 서너시간 동안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특히 문 주간의 첫번째 질문인 ‘21세기 오늘의 역사적 좌표로서의 의미’에 대한 답이 이날 대담에서 내가 정말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였다.

“20세기가 동터올 때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리라는 낙관론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많은 지식인들이 ‘민주주의가 평화를 보장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독일에서는 1차 대전 이후 여러가지 경제적 중압감과 어려움 속에서 바이마르공화국이 안겨준 자유를 오히려 부담으로 여겼던 중산층이 자유를 팽개치고 히틀러 독재의 품으로 도피했습니다. 제가 염려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역사반동이 우리나라에서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김영삼 정부의 실패가 김대중 정부에서도 되풀이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바이마르공화국과 같은 비극적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로 말하자면 수구냉전 극우세력들의 품으로 다시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바로 이 두려움 때문에 오늘의 이 좌표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한완상 전 부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5월1일. 김 대통령은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고건 전 총리를 발탁했다. 그는 직전 문민정부의 마지막 총리이자 노태우 정부 때 서울시장을 지내기도 했다. 대신 정치 야망생인 한광옥 의원은 주저앉혔다. 무색무취한 테크노크라트를 중용한 것이다. 생각해보니 ‘양김’은 철저한 현실 정치인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누구라도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다. 그래서 개혁을 위한 헌신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아닌가.

며칠 뒤 만난 김상근 목사도 김 대통령이 표와 세에만 관심을 쏟는다고 염려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재야세력과 함께 새 정치를 시도할 생각이 별로 없는 듯하다고 걱정했다. 그는 당장 청와대 사람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말 정권교체를 한 것인가를 묻게 한다.

한완상 전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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