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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아서] 북 다녀온 옥수수박사 “굶주림부터 해결을” / 한완상

등록 2012-10-22 19:57수정 2012-10-22 22:48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옥수수 박사’ 김순권(오른쪽 네번째)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98년 3월23일 ‘북한 옥수수 심기 범국민운동 발대식’을 열고 북한 식량난 돕기에 나섰다. 필자(오른쪽 두번째)는 이날 발대식에서 축사를 했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옥수수 박사’ 김순권(오른쪽 네번째)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98년 3월23일 ‘북한 옥수수 심기 범국민운동 발대식’을 열고 북한 식량난 돕기에 나섰다. 필자(오른쪽 두번째)는 이날 발대식에서 축사를 했다.
한완상 비망록-햇볕 따라 평화 따라 115
1998년 2월13일 옥수수 박사로 알려진 김순권 박사가 찾아왔다. 얼마 전 북한에 다녀왔다고 한다. 그곳에서 그는 비교적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했다고 한다. 주일날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 난로도 없는 교회에서 예배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북한 실정을 몸소 겪어보고 앞으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이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를 구현하려면 세 가지 원칙을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정경분리 원칙이다. 이 원칙으로 먹지 못하는 북한 주민의 아픔부터 덜어주는 것이다. 둘째는 인도주의 원칙이다. 남북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다. 셋째로, 민족당사자 원칙이다. 이 역시 굶어 죽어가는 동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나는 그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조했다. 사실 이 세 원칙은 문민정부 초기에 내가 존중했던 대북정책의 원칙이기도 하다. 나는 이 원칙에 앞서 진실로 존중해야 할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한반도에서 절대 무력 불사용이고, 또 하나는 흡수통일 반대다. 무력에 의한 흡수통일 기도는 한반도에서 또 한번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문민정부의 대북정책을 거울삼아 전향적인 통일정책을 제시하고 실현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김 박사는 3월23일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국제옥수수재단에서 여는 ‘북한 옥수수 심기 국민운동 발기대회’에서 축사를 해줄 것을 부탁해 기꺼이 수락했다. 나는 물론 이 실사구시 운동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내심 잘될 것인지는 불안하다.

2월16일 오후 일월서각 출판사의 김승균 사장이 찾아왔다. 김 당선인을 돕기 위해 지난날 민주화운동 동지들 가운데 평화와 통일의 추진을 위해 헌신할 분들을 모으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민간 통일운동 조직을 전국적으로 묶어내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삼 대통령이 이런 조직을 활용하지 못했기에 5년 내내 수구냉전세력을 두려워하다가 남북관계를 악화시켰다고 하면서 디제이 정부는 이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모두 옳은 말이었다. 나는 이런 때 87년 대선 때 이른바 ‘비판적 지지’를 내세워 동교동 쪽을 지원했던 분들이 그때 ‘후보 단일화’를 내세웠던 분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때 결국 디제이와 와이에스 쪽으로 갈라졌던 재야 민주인사들을 이번에 하나로 묶어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임동원 전 통일원 차관에게 전화했다. 그는 85년부터 아태평화재단 사무차장으로 햇볕정책을 연구하다 디제이의 당선 뒤 정부개편위원회 심의위원을 맡고 있었다. 나는 그가 새 정부에서 통일관계 일을 다시 맡게 될 것으로 믿었기에 두 가지를 부탁했다. 하나는 현재의 평화통일자문회의를 대폭 개편 또는 축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기구는 헌법기구인데, 헌법이 명시한 평화통일 정신에 어긋나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반통일 냉전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대통령의 평화와 통일 의지를 존중하는 기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했다. 둘째로 통일고문회의도 반통일 수구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으므로 역시 디제이의 통일 비전과 정책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그도 내 생각에 깊이 동의하고 있었다.

2월18일 오후에는 정범구 박사와 <한국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대담을 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새 대통령의 취임에 즈음해 새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고언을 하기로 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먼저 이 땅의 수구세력은 디제이 정부에 개혁보다 안정을 더 바란다는 사실에 주목하되, 그들이 개혁과 안정을 모순관계로 보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보수세력은 개혁을 하려면 반드시 안정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면서 선 안정·후 개혁을 내세운다.’ 나는 이 논리의 허구성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참다운 안정, 오래 지속하는 안정은 항상 그리고 반드시 개혁의 성과물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한 안정을 위해서도 개혁을 착실히 추진해야 한다. 개혁은 안정의 필요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만약 보수세력의 설득에 넘어가 ‘안정 속의 개혁’을 내세우다 보면 결국 개혁은 실종되고 만다. 와이에스의 5년이 대체로 이 실패의 길을 따라갔다. 수구세력은 늘 ‘국민 화합’을 내세우거나 ‘유능한 전문가’의 가치를 내세우며 원칙 없는 포용과 원칙 있는 관용을 헷갈리게 한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즘 ‘좋은 것이 좋다’는 무원칙한 인물들이 새 정부 쪽으로 몰려가는 조짐이 엿보인다. 디제이의 새 정부는 그들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한완상 전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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