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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길을 찾아서] 차기대권 겨냥 ‘DJP 연합’ 움직임에 허망 / 한완상

등록 2012-10-04 20:13

1996년 5월4일 오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당 총수 회담을 하고 김영삼 대통령과 여당인 신한국당에 맞서 정책 공조를 하기로 합의했다. ‘3당 합당’에서 ‘디제이피연합’으로 뒤바뀐 이른바 ‘3김씨의 세력다툼’을 지켜보며 필자는 정치 무상을 실감했다.
1996년 5월4일 오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야당 총수 회담을 하고 김영삼 대통령과 여당인 신한국당에 맞서 정책 공조를 하기로 합의했다. ‘3당 합당’에서 ‘디제이피연합’으로 뒤바뀐 이른바 ‘3김씨의 세력다툼’을 지켜보며 필자는 정치 무상을 실감했다.
한완상 비망록-햇볕 따라 평화 따라 102
1996년 6월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내 화갑 논문 증정식이 있었다. 제자들의 수고 덕분이었다. 준비한 책 700권이 거의 다 나갔다. 이 시대를 주름잡는 인물들이 많이 다녀갔다. 김대중 총재를 위시해서 야당 인사들도 많이 왔다. 내 인생의 회춘이 역사의 회춘과 함께 만나 어깨동무하며 민족에게는 평화통일을, 국민에게는 민주화의 완성을 가져다줄 수 있기를 기도했다.

어제 아침엔 문민정부 초대 안기부장에 이어 잠시 통일 부총리를 지낸 김덕 박사가 전화로 집권당의 향후 전망을 물었다. 마침 이회창 전 총리가 김영삼 대통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형국이어서 걱정되는 듯했다. 나는 이 전 총리는 자기 나름의 명분을 가지고 계속 대통령의 권위와 맞싸울 것이고, 지난 노태우 정권 말기 때 김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김 대통령이 도전을 받아 어려움을 겪을 듯하다고 말했다.

6월23일. 요즘 이른바 ‘3김씨’의 행태를 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1980년 불안했던 ‘서울의 봄’ 때 세 사람은 전두환의 신군부세력에 의해 ‘와이에스(김영삼)는 무능하고, 디제이(김대중)는 사상이 불온하고, 제이피(김종필)는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찍혔다. 그런데 그해 4월14일 전두환 소장이 중앙정보부장까지 겸임했을 때 ‘3김씨’의 반응은 정말 흥미롭게 달랐다. 와이에스는 전 장군의 겸직은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보았다. 어차피 민주화운동은 진행될 것이고 정치도 그 진행을 따라갈 것으로 낙관했다. 신군부의 움직임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디제이는 전의 겸직은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와는 사뭇 다르다고 우려했다. 제이피는 문제되지 않는 것을 괜히 문제삼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하면서 전의 겸직을 두둔했다. 재야와 비판적 지식인들은 일제히 그의 겸직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달 뒤 결국 계엄을 확대해 전권을 장악한 전과 신군부는 민주화 세력의 핵심을 일망타진했다. 디제이와 재야 대부분은 체포·구금되었다. 와이에스는 정치활동을 금지당했다. 제이피도 군의 후배들에게 수모를 당하면서 정계를 떠나야 했다.

그런데 지금 ‘3김씨’는 다시 가까워지는 듯하다. 인간적으로 소통이 잘된다는 뜻이 아니다. 와이에스는 한때 제이피에게 집권당 대표 자리를 맡겼다. 지금 디제이는 차기 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제이피와 그 세력과 연대할 생각이 있는 듯하다. 정말 허망하고 허전하다.

7월23일 ‘21세기 동북아연구회’라는 국회의원들의 모임에서 조찬 강의 부탁을 받고 모처럼 국회에 왔다. 강의와 토론이 끝나고 김수한 국회의장에게 인사했다. 그가 의례적인 말로 많이 도와 달라기에, 나는 “이 정부가 워싱턴과 베이징에 대해 너무 둔감해서 걱정입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미국이 우리의 우방이니까 그렇겠지…”라고 했다. 과연 우방이기에 그들과 역지사지를 못하는 것인가?

국회에 다녀온 뒤 오찬은 레이니 대사와 함께 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내가 신문로 포럼에서 한 대북정책 비판 강연에 고무된 것 같다. 김 대통령이 ‘4자회담’을 ‘4-2 회담’이라고 언론에 흘린 것을 염려했더니, 그 역시 퍽 불편해했다. ‘4-2’란 워싱턴과 베이징은 꼭두각시란 뜻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례하게 말할 수 있는지 뜨악해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레이니는 ‘4-2’가 자칫 ‘4-3’이 될까 염려하는 듯했다. 즉 문민정부만 홀로 왕따를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완상 전 부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7월 말. <뉴스위크> 로컬 섹션에는 마이클 브린의 흥미로운 관찰이 실렸다. 그는 통일이라는 개념 자체가 분단 종식의 최대 장애물이라고 의미있게 지적했다. 통찰력 있는 지적이다. 남한 당국자들이 통일을 강조하면 북한 당국은 그것을 즉각 공격적 흡수통일로 이해하는 반면, 북한 당국이 통일을 외치면 남한 당국은 그것을 곧 적화통일로 여긴다고 했다. 한반도 냉전 상황에서 강경세력은 남북 가릴 것 없이 통일을 반통일, 반화해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양쪽에서 통일을 앞세울수록 분단 종식은 그만큼 더 어렵게 된다고 했다. 이 모순과 교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완상 전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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