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길을 찾아서] ‘4·11 총선 출마’ 야당 권유 끝내 고사 / 한완상

등록 2012-09-25 20:01수정 2012-09-25 23:45

1997년 2월28일 단행된 청와대 인사로 물러난 김광일 비서실장(오른쪽)과 이원종 정무수석(왼쪽)이 이임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95년 연말 개편 때 입성했던 김 실장과 3년 넘게 보좌해온 이 수석은 ‘현철씨 문제’ 등을 두고 불협화음을 빚은 끝에 이날 나란히 물러났다.
1997년 2월28일 단행된 청와대 인사로 물러난 김광일 비서실장(오른쪽)과 이원종 정무수석(왼쪽)이 이임식을 마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95년 연말 개편 때 입성했던 김 실장과 3년 넘게 보좌해온 이 수석은 ‘현철씨 문제’ 등을 두고 불협화음을 빚은 끝에 이날 나란히 물러났다.
한완상 비망록-햇볕 따라 평화 따라 98
1996년 1월23일, 지난 연말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은 김광일 변호사와 오찬을 함께 했다. 그는 보수적인 크리스천이다. 원칙주의자다. 그렇기에 융통성은 부족할지 몰라도 원칙에는 대쪽 같은 성품을 지니고 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이 3당 합당을 했을 때 용기 있게 반대했다. 그런 정치인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걸 보면, 김 대통령이 아직은 중심을 잃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김 실장은 요즘 언론에 자신에 대한 불리한 기사가 나오는 것은 이원종 정무수석의 ‘장난’ 때문이라며 분개했다. 김 대통령의 심기를 재빨리 읽어내고 그 기분을 좋게 해주는 능력이 뛰어난 까닭에 대통령이 이 수석을 퍽 신임한다고 한다. 김 실장은 그를 대통령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존재라고 했다. 정말 그러하다면 김 대통령 주변에는 ‘예스맨’들이 아니면 포진될 수 없는 것 아닌가. 박관용 전 실장은 너무 냉전적인 인식 때문에, 한승수 전 실장은 원칙 없는 실리주의 때문에 정책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대통령을 올바로 보필하지 못한 ‘예스맨’들이다. 김 실장은 ‘바른 소리로 불편하게 만드는’(개드플라이) 노릇을 해서라도 제 몫을 해낼 것이란 기대를 해본다.

나는 김 실장에게 한국방송대 졸업식 때 대통령의 참석과 축사를 부탁했다. 방송대의 학생은 자그마치 20만명에 가깝다. 한국 사회에서 ‘제2의 기회’를 얻어 값진 성취를 해내려는 사람들과, 이미 대학을 나왔으나 평생학습을 통해 자아실현을 해내는 사람들이 바로 방송대 학생들이다. 서민의 아픔을 공감하는 지도자라면 방송대 졸업식에서 격려해주는 일을 보람으로 여길 것이다. 김 대통령이 서울대 출신이기에 더더구나 방송대 졸업식에 오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김 실장으로부터 대통령은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전화가 왔다. 그리고 그는 ‘내가 만약 오는 총선 때 민주당으로 가면 일종의 배신행위’라고 김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소산(김현철)을 통해 같은 경고를 받았기에 놀랄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날 오후에는 강창성 의원(민주당)이 또 찾아왔다. 이기택 총재의 뜻을 전해주었다. ‘전국구 1번’을 받고, ‘4·11 총선’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다. 그는 4월 이후 김 대통령의 정국 장악력과 영향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제의에 나는 더욱 당혹스러웠다. 순간 한번쯤은 이 일로 김 대통령과 독대를 해서 결판을 내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1월29일에는 홍준표 변호사와 점심을 함께 하며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다. 93년 슬롯머신 사건 담당 검사로 명성을 얻은 그는 지난해말 법복을 벗었고 며칠 전에는 민자당에 전격 입당했다. ‘4·11 총선’에 출마한단다.

그는 강력계 검사로 활약한 덕분에 당대 정치인들의 비리와 부정을 상당히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대선자금 비리’ 의혹에서 김 대통령의 가신 출신 ‘거물 정치인’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의 ‘가신’이기에 최소한 문민정부에서는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소산은 현 정권 아래서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미국 유학의 명목으로 한국을 떠나는 게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한완상 전 부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홍 변호사는 김 대통령을 직접 만나면 세 가지를 꼭 말하겠다고 했다. ‘첫째는 소산의 문제다. 둘째는 통치 스타일의 문제, 그리고 셋째 대선자금 문제다.’ 그는 대선자금과 관련해서 ‘양김’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런 얘기를 들을수록 나는 정당정치인이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역겨움을 함께 느끼게 된다. 아무튼 그의 자유분방한 말솜씨를 보며 언젠가는 정치적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다만, 힘 있는 자리에 있으면 실수하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1월30일에는 권오기 통일 부총리와 오찬을 함께 했다. 그는 나의 고교 3년 선배요,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경북고 동기로 노련한 언론인 출신이다. 그는 김 대통령이 스스로 통일문제와 대북관계 전문가로 확신해 주무 장관을 무시한다고 아쉬워했다. 북한에 쌀을 보내는 것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 유불리를 판단한다고 한다. 그러나 권 부총리는 재임기간 내내 핵문제로 시달렸던 나보다는 훨씬 쉽게 상황을 관리할 수 있음을 나는 상기시켰다.

한완상 전 부총리

<한겨레 인기기사>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남편 음주운전
‘절필 선언’ 고종석 “안철수 지지” 공개선언
양승은, 4개월만에 뉴스데스크 하차설
“심종두 대표 ‘노조는 적’ 발언…노동계, 강력 처벌 촉구
“HOT 빠순이 성시원 철부지 사랑이 예쁘게 보였어요”
주차장보다 큰 주륜장…유럽은 ‘자전거 천국’
[화보] 싸이, ‘강남스타일 신드롬’ 일으키며 입국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 생일파티’ 간호장교도 동원…김성훈 “당연한 행사” 1.

‘윤석열 생일파티’ 간호장교도 동원…김성훈 “당연한 행사”

“경호처, 김건희에 S20 비화폰 지급”…김성훈 “확인해 줄 수 없다” 2.

“경호처, 김건희에 S20 비화폰 지급”…김성훈 “확인해 줄 수 없다”

권영세, 극우와 거리두란 지적에 “부적절”…조기대선은 “준비 안 해” 3.

권영세, 극우와 거리두란 지적에 “부적절”…조기대선은 “준비 안 해”

선관위 압수수색 30차례…윤석열 “강제수사 불가능해 계엄” 거짓말 4.

선관위 압수수색 30차례…윤석열 “강제수사 불가능해 계엄” 거짓말

홍준표 “차기 대선 후보인 내가 쪽팔리게 떨면서 줄까지 서야 하나” 5.

홍준표 “차기 대선 후보인 내가 쪽팔리게 떨면서 줄까지 서야 하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