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시장이 지난 27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청에서 남북교류와 대중국 협력, 시정과 정치 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남·북·중 협력 추진’ 송영길 인천시장
‘남·북·중 협력 추진’ 송영길 인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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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 고조땐 경제 활성화 직격탄
남북 긴장완화가 경제위기 탈출구 -심포지엄 공동주최 기관 대표자의 한 사람으로서 행사에 참여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 “이명박 정권에서 남북관계가 가로막힌 까닭에 국내에서 새로운 내용을 찾아 6·15 기념행사를 한다는 건 한계가 있다. 북측 인사가 참여할 수도 없고. 단둥은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이 활발한 곳이다. 특히 소박하나마 5·24 대북 제재조처를 우회한 축구화공장 프로젝트가 그곳에 있다. 임동원 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많은 전문가, 기업인들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현장을 직접 보고 5·24 조처의 모순과 비현실성을 느낀 것은 의미가 깊다.” -5·24 조처의 비현실성을 어디에서 확인했다는 건가? “제가 한국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그분들이 정권이 바뀌기를 손꼽아 기다린다고 했다. 북한과의 임가공무역을 비롯해 그동안 쌓아온 기반이 5·24 조처 때문에 다 무너졌다고 한다. 중국인과 화교들에게 상권을 빼앗긴다고 한다. 안타까움을 절절하게 털어놓는 것을 들었다. 북측 무역일꾼 1만명이 단둥에 나와 있다고 한다. 중국은 북한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단둥시는 북한과의 교역 속에서 시 발전계획을 세우고 있고 제2압록강대교도 201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중국이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한 우리의 제재는 전혀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마치 뭔가 (효과가) 있을 것처럼 (우리 정부가) 주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행사 기간에 북한 고위 인사와 만났다.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 “북측은 남한 정세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정치지형이 바뀌어서 6·15, 10·4 선언 정신으로 되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누가 정권을 잡든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정부를 존중하라. 그런 전제에서 남북관계 개선책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정권(이명박 정부)이 마음에 안 든다고 끝날 때까지 대화를 하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아깝게 지나가는 것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협력 문제를 논의했고, 단둥 축구화공장 사업에 대해 북측은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정과 관심을 표명했다.” -아시아경기대회에 북이 참가하나? “물론이다. 북한은 이 대회에 한번도 불참한 적이 없다. 저는 대회 참가는 물론이고 개·폐막식에서 단일 깃발 사용, 공동입장, 공동응원단 등에 이르기까지 좀더 긴밀한 협력을 바란다. 북측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 그동안 인천시가 남북 스포츠교류를 통해 보인 선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신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단둥 축구화 공장 등
북한서 긍정적인 관심·애정 표명
5·24조처 풀리면 남북합작 더 추진 -김정은 체제의 대외정책 방향이 궁금한 때다. 북 대표단이 현지까지 찾아와 우리 인사들과 대화한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스위스에서 생활했고 나이도 젊고 해서 적극적이고 개방적으로 생각할 듯한 희망이 보인다. 대중과 스킨십을 하고 연설도 하고 로켓 발사 실패도 바로 인정하지 않았나. 이런 변화를 별것 아닌 것으로 무시하지 말고 대화 계기를 찾아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북 중앙정부 사이에 대화가 막힌 터에 지방정부가 중간자 구실을 할 수도 있겠다. “한계는 있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분단 상태에 안주하지 말고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과거보다 민주개혁 세력이 커졌는데도 통일문제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부족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 -인천시가 투자해 단둥에 축구화공장을 세웠다. 운영이 어렵지 않나? “어려운 남북관계에서 이런 포맷을 만든 것 자체가 소중하다. 아직 처음이라 규모가 작지만 판로가 개척되면 임금 대비 경쟁력이 있다. 개성공단 같은 협력 모델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황금평 같은 곳에서 남북 경제협력을 모색해보고 우리가 추구하는 교동도에서 제2의 개성공단 형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평양 근교로 직접 가는 게 더욱 중요하다. 그곳에 좋은 노동력과 소비층이 많다. 축구화공장도 본래 평양에 세우려고 부지까지 마련했는데 5·24 조처로 추진에 어려움이 생겼다. 5·24 조처가 풀리면 그동안의 신뢰를 바탕으로 후속 사업을 바로 할 수 있다.”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남북관계의 틀을 다시 짜야 할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남북관계는 민족 생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으려 하는데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에 종속되고 나중에 주한미군이 아니라 일본군이 미국을 대신해 한반도에 들어올 수도 있다. 한·미가 서해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강화하자 북한과 중국, 러시아도 대응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있나? “대한민국 경제 탈출구와 블루오션은 남북관계에 있다. 새누리당의 이상득 의원은 광물자원을 찾아 볼리비아에 갔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 북한에는 9000조원에 이르는 광물자원이 묻혀 있다. 북한에는 건설 일거리도 잔뜩 쌓여 있다. 대통령 후보들은 북한개발은행을 만들자고 국제사회에 제안해야 한다.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한국이 출자해 북한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북-미, 북-일 관계를 빨리 개선하고 일본이 지불할 식민지 배상금을 종잣돈으로 삼아 북한을 개발하는 제2의 마셜플랜을 추진해야 한다. 인천시장으로서 저는 서해5도 문제의 대안을 갖고 있다. 그 섬들을 요새화하고 중무장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민간인들이 불안해서 살기 어려워진다. 저는 백령도에 중국과 러시아 자본을 끌어들여 관광·레저 섬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달성하자는 것이다.” 북한엔 9천조원에 달하는 광물자원
대선주자들 ‘북한 마셜플랜’ 추진을
한-일군사협정땐 일본군 진입 위험 -새누리당 쪽에선 인천시장이 너무 남북관계에만 몰두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송영길이 남북관계를 대권 프로젝트에 이용한다고 비판해왔는데, 이번에 제가 대권에 도전하지 않는 것으로 오해가 불식되었다. 보수, 진보를 떠나 누구라도 인천시장이 되면 남북관계를 풀지 않을 수 없다. 서해 바다에서, 200㎞가 넘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이 대치하고 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인천은 투자 유치와 경제 활성화에 직격탄을 맞는다.” -화제를 바꿔보자. 인천시가 극심한 재정난에 빠졌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삼각 파도를 맞았다. 첫째는 그동안 워낙 쌓인 부채가 많아 월 이자가 3000억원에 이른다. 둘째로 전임 시장 때 분식결산으로 숨겨놓은 부채만도 8500억원이다. 여기에 아시아경기대회와 지하철 2호선 건설이라는 특별수요가 생겼고 경기침체로 세수마저 5000억원이나 줄게 됐다.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시장부터 월 100만원씩 월급을 깎았다. 시 예산 세출도 대폭 구조조정하고 있다. 투자 유치가 많이 이뤄진 것도 장기적으로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시 재정난 풀기위해 예산 구조조정
중앙-지방정부 재정권 재배분 필요
야당, 공정경쟁 리더십 갖춰야 집권 -재정이 어려우니 아시아경기대회 개최를 포기하자는 여론도 있다. “우리가 개발도상국도 아니고 나라의 신인도 문제가 있는데 취소하는 것은 어렵다. 대신 중앙정부가 관심을 갖고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재정 권한을 재배분할 필요성도 크다. 그런데 당사자인 시·도지사들의 문제제기가 미약하다. “지사들이 너무 바쁘고 일에 치여 꼼짝 못하는 부분도 있고, 지방에 계시니 서울에 올라오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제가 문제제기하기 제일 좋은 위치이고 실제로 앞장서고 있다. 취득세, 등록세를 50% 인하했을 때도, 영유아 보육료 문제,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지방재정 특위를 구성하는 문제도 제기했다. 내일모레 국무총리를 모시고 시·도지사들이 모인다. 그때도 더욱 강하게 대응하도록 이야기하겠다.” -이번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정권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정권교체 가능성은 많다. 이 상태로 더이상은 안 된다는 여론 때문이다. 야당이 능력이 부족해 흡수해내지 못해서 그렇지 분발하면 된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지지는 안 원장으로 상징되는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리더십,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리더십을 국민들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를 민주당이 이끌어내야 한다. 박근혜 의원의 지지가 높지만 한계도 많다.”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들한테 가장 필요한 건 뭔가? “우리 야당의 약점은 국가안보와 경제성장에 있고, 집권당의 약점은 남북평화와 협력, 사회 분배에 있다. 민주당은 중도층이 권력을 맡겨도 잘 돌아가겠구나라고 믿도록 특히 국가안보와 성장 문제에서 안정감을 줘야 한다. 지금 나온 후보들은 대한민국을 지켜낼 외교역량과 남북관계의 비전이 약하다는 점이 아쉽다. 최근 종북, 애국가 논란, 한-미 에프티에이 논쟁 과정에서 안정감을 주는 지도력이 더 필요해졌다.” -김두관 경남지사도 이번 대선에 도전한다. 송 시장도 이번에 도전해볼 생각 해봤나? “(웃으면서) 안 해봤다. 인천시장이 너무 중요하다. 시장 일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그러면 다음 대선을 목표로 준비하는 건가? “어떤 정치인도 자신의 프로그램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그 순간에 가장 필요한 곳에서 자기를 던지면 그게 정치가 되는 것이다. 인천시장에 출마한 것도 프로그램으로 한 게 아니었다. 내 보좌관들은 나가서 떨어지면 망신이고 돼도 본전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 사람들마저 찾아와 밤을 새우면서 출마를 요구해 받아들인 것이다. 상황에 따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할 따름이다.” 인터뷰/ 박창식 논설위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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