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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길을 찾아서] ‘실세 4인방’…언론의 ‘흔들기’가 시작되고 / 한완상

등록 2012-06-10 19:34수정 2012-06-13 15:18

1993년 4월 들어 언론에서는 일제히 김영삼 정부의 개혁 추진 실세를 분석하며 필자를 ‘신한국 전도사’로 지목했다. 사진은 <경향신문> 4월12일치 ‘와이에스(YS)의 사람들’ 분석 기사.
1993년 4월 들어 언론에서는 일제히 김영삼 정부의 개혁 추진 실세를 분석하며 필자를 ‘신한국 전도사’로 지목했다. 사진은 <경향신문> 4월12일치 ‘와이에스(YS)의 사람들’ 분석 기사.
한완상 비망록-햇볕 따라 평화 따라 (20)
1993년 4월초 취임 초기 김영삼 대통령의 지지도는 90%를 넘었다. 개혁세력과 국민들은 신이 났지만, 부패·보수세력으로서는 겁이 나는 일이었다. 나의 <조선일보> 대담이 이들을 더욱 겁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염려는 4월5일치 <한국일보>에서 나를 김영삼 정부의 ‘실세 4인방’으로 부각시켰을 때부터 고조되었다. 4인방으로 지목된 사람은 최형우 민자당 사무총장, 박관용 대통령 비서실장, 김덕룡 장관, 그리고 나였다. 최 총장은 집권당 쇄신 임무를 떠맡았고, 박 실장은 개혁정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보도했다. 김 장관에게는 당정 의견조율과 막후 활동의 임무가 떨어졌고, 나에게는 통일정책을 총괄하는 일에 더하여 ‘국정 큰틀 잡기’에 조언하는 책임을 맡겼다고 했다. 이 기사로 인해 보수 냉전세력이 나를 더욱 주시하게 됐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4월12일에는 <경향신문>(송영승 기자)에서 ‘와이에스(YS)의 사람들’ 기사를 통해 나를 ‘신한국 전도사’로 부각시켰다. 당혹스러웠다.

“교수 출신의 한완상 부총리가 새 정부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통일원 장관에 머물고 있는 것 같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그가 취임 이래 보인 행보는 단순히 정부 내의 통일문제 부처 책임자를 넘어 마치 신한국 건설의 전도사 같은 인상을 준다. 한 부총리가 취임 직후 각료 가운데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김영삼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것은 그가 정부 내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당시 통일원 출입 기자들은 이날 단독 회동이 업무보고 형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새 정부의 통일정책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그에 따른 발표가 있지 않을까 하고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경재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한 내용은 남북관계나 통일문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다. 한 부총리가 김 대통령과 논의한 것은 소위 개혁 문제였고 청와대 쪽은 그가 “새 정부는 6공 2기라는 명칭이 적합하지 않으며 김영삼 정부·김영삼 시대라는 명칭으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껏 홍보했다.”

덧붙여 기사에서는 내가 통일정책 말고도 새 정부의 역사적 사명과 성격을 알리는 강연에 앞장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희소자원인 권력·부·명예의 배분에 문제가 있다는 나의 평소 주장이 재산공개 같은 정책의 근거가 되고 있는 것처럼 해석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권력만 잡으면 부와 명예는 따라오게 되어 있는 정치문화가 한국병을 낳고 있다는 나의 지론이 한국병 퇴치라는 새 정부 개혁철학의 요지라고 부각시켰다.

나아가 재야 시절 나의 진보적 견해가 통일정책의 세 가지 기조에 녹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민족복리·공존공영·국민합의라는 통일정책의 3대 기조에 북한 당국이 ‘민족대단결 10대 강령’으로 화답했다고 썼다. 냉전 보수세력이 긴장하기에 충분한 해설이었다. 특히 기사 마지막 부분은 대통령 주변에 있는 인사들이 나를 견제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이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김 대통령과 관계를 맺어온 그는 앞으로도 대통령이 필요할 때마다 국정의 큰 방향을 논의하는 조언자 역할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정치적 세력도 야심도 없다고 보여지지만, 오히려 그래서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울 수 있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총리에 기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완상 전 부총리
한완상 전 부총리
이런 관측은 나로서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말이었다. 대통령 가까이에서 정치적 야망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대통령과 나 사이를 교묘하게 벌려놓을 거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감할 수 있었다. 대북정책에서 나의 진보적 견해를 얼마든지 교묘하게 윤색하고 변형시켜 내 입지를 좁혀놓을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나를 총리에 기용할 것이라는 관측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야심찬 정치인들, 특히 냉전 보수주의자들이 나의 진보적 성향에서 실수 거리를 찾아내도록 충동질할 것이다.

그 무렵 그런 기사를 볼 때면 내 주변에 정치적 지뢰를 묻어 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겹쳐져 결코 달갑지만은 않았다.

한완상 전 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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