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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고용불안·차별 ‘땜질’ 처방 … 와 닿지 않는다”

등록 2012-04-01 22:14수정 2012-04-06 15:06

4·11 총선을 위한 ‘눈높이 검증’ 4탄인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 지난 22일 한겨레티브이(TV) 스튜디오에서 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위원, 홍성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시설공단지부장, 이숙희 홍익대 청소분회장, 오지환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강신원 보건의료노조 광주지역지부장.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4·11 총선을 위한 ‘눈높이 검증’ 4탄인 비정규직 대책과 관련해 지난 22일 한겨레티브이(TV) 스튜디오에서 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위원, 홍성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 서울시설공단지부장, 이숙희 홍익대 청소분회장, 오지환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강신원 보건의료노조 광주지역지부장.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④ 비정규직 4명
심층그룹좌담

 그야말로 ‘복지 전성시대’다. 어느 정당이나 복지를 내세운다. 하지만 복지가 이토록 중요한 국가적 의제로 떠오른 배경에 불안정한 일자리와 그에 따른 홀쭉한 지갑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눈감는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성찰과 근원적 대책 없는 복지 공약은 ‘병 주고 약 주기’에 지나지 않는다.

 눈높이 정책검증 4탄의 주제를 ‘비정규직 대책’으로 정한 까닭이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 한겨레신문사에 비정규직 노동자 4명이 좌담을 위해 모였다. 이들은 열악한 비정규직의 현실에 분노를 토했고, 정치권이 내놓은 대책의 허점에 싸늘한 미소를 날렸다. 새누리당의 정책은 비정규직을 줄이고 사내하청 노동자를 진정으로 보호할 의지가 없다고 이들은 판정했다. 민주통합당의 정책은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집권 기간 10년의 행적을 봐서는 믿을 수 없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파견법 폐지 등을 앞세운 통합진보당의 정책이 실현되면 비정규직 문제의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좌담은 심층그룹좌담(FGD)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았다.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감축

“새누리, 자율로 정규직 전환?
불가능한 얘기
민주, 전환땐 지원금 지급
도급회사에 돈 대주는 꼴”

사회자(한귀영)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고용은 인정하되 임금 등 처우를 보상하자는 쪽이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고용의 문제까지 건드리는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오지환 새누리당은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불가능한 얘기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지원금을 준다는 민주통합당의 정책과 평균 이상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에 고용안정세를 물리겠다는 통합진보당의 정책도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대차의 경우 순이익의 2%만 투입해도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할 수 있다는데도 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이 창출한 이익을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총수 일가 몇 명에게 부가 집중되는 시스템을 바꾸는 적극적 고민이 필요하다.

강신원 비정규직에게 임금은 2차적 문제다. 도급 노동자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계약서를 쓰는데, 원청회사와 계약이 안 되면 우리는 자동 해고된다. 전남대병원이 하도급업체에 주는 1인당 인건비는 185만원가량이지만 노동자들은 잔업이나 특근을 하지 않으면 97만원 수준을 받는다. 차액은 도급회사가 사업운영비로 쓰고 있어 인건비 절반을 사업자금으로 대주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민주통합당은 고용을 안정시키면 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이는 곧 도급회사에 돈 대주면서 노동자는 고스란히 최저임금만 적용받게 하는 꼴이 된다. 또 정규직 전환 때 2년간 한시적으로 세액공제를 해준다는데 공약만 봐서는 회사 세액공제인지 노동자 세액공제인지 구분이 안 간다. 통합진보당이 내놓은 (파견법 폐지 등) 정책이 실효성 있다. 간접고용에 대한 규제가 실제로 있어야 한다.

이숙희 우리는 단순노동이면서 상시노동을 하고 있다. 원청이 고용보장을 하면 우리의 고용불안이 없을 테지만 현실은 반대다. 원청이 비용절감과 (노동자에 대한) 책임회피를 하느라 직접 고용을 안 하고 용역에 넘긴다. 우리는 임금 문제보다 고용안정이 더 필요하다.

홍성용 우리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서울시설관리공단 무기계약직인 우리의 경우, 고용의 안정은 보장이 돼가고 있다. 사실 공공기관에 대한 비정규직 문제는 그동안 경영평가로 기관들을 좌지우지해 온 새누리당이 더 잘 알고 있다. 애초 안 뽑았으면 될 비정규직을 뽑아서 인건비 줄이고 해당 기관은 경영평가에서 높은 등급 받고 정규직 직원들은 성과급 몇100%씩 받아왔다. 그런 새누리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공공기관 쪽은 고용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상호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은 비정규직 사용사유의 제한을 얘기하고 있다. 기존 노동자의 병가, 육아 등 특정 항목에 대해서만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 큰 논란은 없는 것 같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들 기관에 적용하는 경영평가와 총액임금제를 없애야 한다. 민간 부문의 문제는 근로기준법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명시하고 비정규직 사용사유에 제한을 가하면, 당장 큰 효과는 없더라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불법파견 근절

“새누리당은 불법파견
되레 합법화하려 해
민주당의 고용의제 개정
믿음이 안간다”

사회자 사내하도급 문제가 중요하다. 새누리당은 “정규직과 차별 없는 근로여건을 만들어 사내하도급 증가를 막고 차별을 시정하겠다”고 한다. 민주통합당은 “위법과 적법 하도급을 구분하고 파견 기간을 초과하거나 불법파견으로 드러나는 즉시 고용의제(이미 고용된 것으로 봄)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통합진보당은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명시하겠다”고 한다. 어떤가.

강신원 새누리당 정책은 거의 수박 겉핥기다. 사용자들이 악용할 소지가 너무 많다.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그대로 두고 사내하도급 문제를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심지어 파견업종을 확대하려는 게 정책에서도 읽힌다. 사내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다고 하는데, 이건 또 다른 법률을 만들어 비정규직을 통솔하에 갖고 있겠다는 얘기다.

오지환 각 당의 비정규직 정책을 차가운 마음으로 보게 된다. 비관적이다. 제조업의 사내하도급은 사실상 불법파견을 합법 도급으로 위장한 것인데,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되레 합법화하고 안정화하는 내용이다. 사내하도급 업체 교체시 기존 업체 근로자의 고용과 근로조건을 승계토록 하고 노조활동을 근거로 한 차별금지 정책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다. 하도급업체가 그냥 폐업하면 된다. 이는 땜질 정책이다.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민주통합당도 불법 파견은 고용의제로 개정한다는데, 믿음이 가지 않는다. 우리 하청 노동자에게는 뼈아픈 경험이 있다. 민주당 전신인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의 열린우리당이 비정규직법을 개악했다. 고용의제 조항을 고용의무 조항으로 바꿨다. 그들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 고치겠다고 공약으로 내놓으니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

사회자 합법 도급과 불법 파견은 어떤 차이가 있나?

오지환 실제 비정규직의 노무관리와 업무지시의 주체가 원청회사면 파견이고, 하도급업체면 도급이다. 그런데 지금 현대차든 기아차든 철강이든 조선이든 예전에 정규직이 하던 일을 지금 도급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지시는 원청이 다 한다. 예전에는 다 정규직이 하던 일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아예 100% 비정규직 공장을 짓지 않나. 모닝 만드는 동희오토를 보라. 직접 비교대상인 정규직을 없앰으로써 법망을 피해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쓰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정책 사이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 2004년에도 노동부가 현대차 사내하도급 노동자 9000여명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으나 나조차 7년 넘게 (복직하지 못하고) 이러고 있다. 합법 파견과 불법 도급을 구분하는 것은 이미 한계가 뚜렷하다.

강신원 전남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일부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고용의제가 발생한 이들을 아직까지도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았다. 전국의 병원들이 (파견 허용 대상 업종이 아닌) 간호조무사와 환자이송 인력 등까지 거의 불법 파견으로 쓰고 있다. 심지어 간호사까지 간접고용하는 곳도 있다. 노동부가 이런 걸 잡아내고 강력한 지침을 내려야 하는데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통합진보당이 간접고용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파견법 폐지 등의 정책을 내놨다. 이래야 노동자에게 희망을 주고 바꿀 수 있는 틀이 생긴다.

차별시정

“감시단속직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유예…
모든 당 정책서
대책 빠져 있다”

사회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시정 문제도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강신원 현재 근로기준법이 경비와 시설 등 감시단속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계속 유예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모든 당의 정책에서 빠졌다.

이숙희 홍익대에는 우리 같은 간접고용 청소노동자가 있고 학교가 직접 고용한 정규직 청소노동자들도 대여섯명 있다. 우리는 그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근로조건은 같지만 급여는 반밖에 안 된다. 우리는 그들에게 “총장 월급 받는다”고 한다. 책임을 회피하고 인건비 줄이려고 비정규직을 쓰는데, 직접 고용하는 수밖에 없다.

사회자 요즘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으로 무기계약직으로 돌리고 있다. 당사자로서 어떤가.

홍성용 나는 2003년에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입사해 서울시의 공사 감독 업무를 맡으며 1년마다 계약을 연장하던 중 지난 2008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 전까지 공단의 정규직 노조는 계약직들에게 노조 가입도 못하게 했다. 지금 공단의 정규직 평균연봉이 4300만원가량인데 무기계약직은 2200만~2300만원 정도 받는다. (근로계약의) 기간의 정함이 없다고 회사 쪽은 정규직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호봉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이 잘 오르지 않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사이에 차등을 둔 채 관련 대책을 세우고 있다.

사회자 은행을 보니,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임금 차이가 크지 않던데, 공단은 심하다. 단기계약직 때에 비해 고용 안정성은 나아진 것 아닌가?

홍성용 그런데 내가 지금 월봉이 200만원이면 20년 뒤에도 똑같다. 1년에 한 번씩 쓰던 계약서를 정년 때까지 안 쓰는 것일 뿐 나머지는 같다. 계속 급여가 오르거나 승진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말 정규직은 111명 승진했는데 계약직에서는 6명이 승진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진정성 있는 비정규직 대책에 목말라했다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국장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국장
전문가 관전기 /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국장

현장의 목소리는 소박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노동기본권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좌담 참가자들은 총선 시기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각 정당의 화려한 공약보다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책을 원하고 있었다.

2004년 불법파견투쟁을 빌미로 해고당한 지 벌써 8년이 넘어가는 현대차 아산공장의 사내하청 노동자는 이제라도 사용자가 사법부의 최종판결을 존중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홍익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요구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것이었다. 서울시설공단의 무기계약직 노동자는 정규직과의 차별해소를, 전남대병원에 근무했던 용역회사 노동자는 직접고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의 골은 생각보다 깊었다. 새누리당의 공약에 대해 모든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지가 의심스럽다는 데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나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으로 2015년까지 상시지속업무에 대해 비정규직 고용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참가자는 없었다.

이런 불신은 민주통합당의 공약에 대한 평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직접고용, 고용공시제도, 파견법 개정 등 비정규직에 대해 종합선물세트를 약속하고 있지만, 과연 민주통합당이 총선 이후 이를 제대로 실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버리지 못했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공약에 대해 참가자들은 그 진정성은 공감하지만, 소수정당이라는 한계로 인해 이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또한 제기하였다.

정치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 당사자로서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의 판단과 실천이다.

먼저 각 정당이 기존 정책에 대해 얼마나 비판적 성찰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냉엄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차별해소와 정규직화를 위해 진정성 있는 조처를 실행할 수 있는 정당에 대한 현명한 선택이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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