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평양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직접 대면하고 돌아오면서 3년 넘게 중단된 금강산·개성 관광 사업에 변화의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회장은 26일 귀국 직후 “애도 표명만 했고, 김정은 부위원장과의 별도 면담은 없었다”며 “순수한 조문 목적이었고,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일반적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회장은 이번에 김 부위원장과 직접 대면함으로써 대북사업의 중요한 밑돌을 놓았다는 평가다. 그동안 경제협력 사업을 김정일 위원장과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파트너와 인사를 트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조의록에 “민족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노력해주신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을 길이길이 우리의 마음속에 기억할 것입니다”라고 김 위원장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냄으로써 강력한 사업 재개 의지를 표명했다.
현대그룹의 한 간부는 “구체적으로 금강산 재개 문제는 다루지 않았지만, 조문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다했다고 본다”며 “우리의 희망사항을 분명히 보여줬고, 다음을 ‘예약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부위원장도 두 손으로 현 회장의 손을 잡고 10~20초 가량 대화를 나누는 등 이례적인 친근감을 내보였다. 그로서도 아버지의 유훈사업이자 2008년 7월 관광객 피살 사건으로 중단될 때까지 현대로부터 4억87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알짜 사업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금강산·개성 사업 중단으로 인한 현대아산의 재정적 피해는 막심하다. 2008년부터 올해 말까지 매출 손실은 5천억원 이상이며, 임직원도 1084명에서 310명으로 줄어들었다. 협력업체도 2천억원, 강원도 고성군도 1천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보고 있다.
이제 공은 현 회장과 김 부위원장을 거쳐 남쪽 정부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8년 7월 박왕자씨가 숨지면서 금강산·개성 관광을 중단시켰다. 북도 지난 8월 금강산의 남쪽 부동산을 전격 몰수했다. 남북 경제협력의 가늠자인 금강산, 이 정부가 스스로 풀 것인가, 아니면 다음 정부로 넘길 것인가만 남은 문제로 보인다.
김규원 정은주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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