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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야권, 무상급식·보육 고리로 ‘복지동맹’ 기대

등록 2011-02-13 20:17수정 2011-03-21 15:28

야권·진보진영 복지동맹 관련 발언들
야권·진보진영 복지동맹 관련 발언들
지역·정파 아닌 ‘가치’ 중심
선거연합·단일정당론 부상

민주당 좌클릭은 ‘긍정적’
다양한 세력 묶는게 관건
진보진영 ‘복지’로 승부

총선과 대선이 1년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새로운 연합정치에 대한 야당과 시민사회의 모색이 활발하다. 여기엔 지역주의의 약화와 유권자 집단의 분화 등 최근 정치 지형의 변화를 고려할 때, 과거 디제이피(DJP) 연합 같은 지역연합은 성사시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성공한다 해도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이 깔려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가치연합론’이다. 지역이 아닌 가치와 정책을 매개로 정당과 세력을 묶어낸다면 연고주의에 기반한 후진적 정치 구조를 혁신하면서 집권의 안정적 토대까지 구축하는 이중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다. 문제는 온건 자유주의에서 급진 사회민주주의에 이르는 야권의 다양한 이념 지향을 아우를 공통의 가치를 어디서 찾아내느냐는 점이다.

2008년 촛불집회를 계기로 부상한 ‘반이명박 연합론’은 지향하는 가치가 모호했다. 권력의 사유화와 권위주의화에 따른 민주주의 후퇴를 막기 위해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범민주 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정치적 당위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한층 급진적인 시민사회 일각에선 ‘신자유주의 반대’를 고리로 범진보진영이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등장한 ‘반신자유주의 연합론’이다. 하지만 두 흐름 모두 ‘~에 대한 반대’에서 연대의 계기를 찾는다는 점에서 ‘네거티브 연대’의 한계가 뚜렷했다.

최근 야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복지동맹론은 ‘사회적 연대’라는 가치와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구체적인 복지 정책들을 매개로 정치 연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연합론과는 차이가 뚜렷하다. 담론을 주도하는 주체가 진보정당이 아닌 민주당 쪽 정치인들이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가치연합으로서 복지동맹이 필요하다”며 ‘역동적 복지국가’를 민주당의 정책좌표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에서 열린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에서 열린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최저생계비 현실화와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인영 최고위원이나 천정배 최고위원은 한걸음 더 나가 복지동맹에 기초한 범야권 단일정당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과감한 ‘좌클릭’을 통해 복지정당, 중도 진보정당으로 거듭나면 진보정당과도 당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김기식 전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의 ‘빅텐트론’이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인 이상이 제주대 교수의 ‘복지국가 단일정당론’과 흐름을 같이한다. 최근엔 ‘정파등록제’나 ‘독자 원내교섭단체 허용’ 등 소수파 보호를 위한 각종 방안들이 연합정당의 운영규칙으로 제안되고 있다.

민주당이 복지동맹의 중심적 추진세력으로 부상한 데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야5당이 정책연대를 통해 합의한 무상급식 공약이 선거판 전체를 흔들만큼, 복지 이슈의 파괴력이 강하다는 사실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이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등 ‘무상복지 시리즈’를 잇따라 내놓은 것도 이런 정치적 판단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소수정당들은 민주당발 복지정책의 진정성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않는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무상시리즈에 대한 관료출신 의원들의 반발이나, 감정대립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증세논쟁을 보면 민주당이 표를 얻기 위한 수단 이상으로 복지를 고민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동맹에 관한 민주당의 논의는 지나치게 ‘집권을 위한 전략’ 차원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우리는 복지를 위해 연합을 하는 게 아니라, 야권연합을 하다보니 복지가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경우”라며 “그러다보니 국가 비전 차원에서 복지를 생각하기보다, 몇가지 정책들의 조합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복지동맹을 지탱할 ‘사회적 세력’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것도 자주 지적되는 문제다. 서구의 성공한 복지동맹은 정당간의 정치연합 뿐 아니라, 다양한 계급·계층의 견고한 사회적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얘기다. 민주당 안에서도 이철희 전략기획부본부장 등이 “정책을 뒷받침해줄 세력을 어떻게 확장시킬 것인지 고민이 함께 가야한다”며 노동부문과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층을 ‘친복지세력’으로 묶어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일자리 문제를 포괄하는 거시적 시각을 주문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복지는 항상 경제정책, 일자리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복지수요와 재정능력의 격차를 키워 지속가능성 문제에 반드시 부딪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신자유주의 폐해 막을 비전도 연대도 없었다

‘복지 확충’ 문제의식 부족
진보 진영과 소통도 안돼

참여정부의 ‘복지’ 반성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복지 정책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과감한 분배정책을 쓰지 못했다. 복지지출을 되도록 넉넉히 하라는 방침만 주고 관련 부처가 계획을 세우기를 기다렸다. 목표를 정해 지시하고 공무원들을 재촉하는 식으로 무식하게 했어야 했는데, 바보처럼 하고 말았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후회는 참여정부 주요 인사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복지를 획기적으로 확충하지 못한 원인을 놓고는 ‘철학 부재론’에서부터 ‘상황 불가피론’까지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가장 통절한 반성은 민주당의 정동영 최고위원이 하고 있다. 그는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한 어떤 구체적 전망과 비전을 갖고 있지 못했다. 한마디로 무지했다. 2008년 미국의 월가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서야 뒤늦게 깨달았다”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이라고 무릎을 쳤다.

천정배 최고위원도 “김대중 노무현의 당선으로, 국민은 정치적 민주주의의 확대뿐만 아니라, 내 삶의 물질적 복지가 증진될 것이라는 암묵적 기대가 있었을 터인데 우리가 그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정책은 대통령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당은 그 정책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만 하면 된다는 안일에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복지 실패의 한 원인으로 ‘당정분리’를 들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복지 확충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있었으나,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문제의식이 부족했다. 청와대가 끌고 가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으나, 노 대통령이 당과 청와대를 분리하면서 당을 방치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직접 노무현 대통령을 보필했던 사람들은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조기숙 전 홍보수석은 “노 대통령은 정치개혁을 내걸고 당선된 분이기에, 복지라는 과제까지 과감하게 밀고 갈 힘은 없었다”며 “정부가 어떤 정책을 실시하려면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 복지를 위한 기초 통계자료도 충실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복지를 확대하기 전 통계청의 규모를 2배 늘리는 것부터 했다. 사회 전체적인 수준이 그 정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병완 전 비서실장도 “참여정부 초기 카드 대란,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탄핵 등의 정치적 격랑에 휘말렸고, 2004년 총선 이후에는 4대 입법 등 정치적 과제 중심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중반기 넘어가면서 ‘비전 2030’ 등 중장기 재정계획을 마련해나갔으나, 그때는 늦은 감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 진영과의 연대, 소통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참여정부 인사들은 성찰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열린우리당이 145석이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152석이 되는 바람에 민노당이 소중한지를 전혀 몰랐다. 지나고 나서 보니까 그 시절이 대단히 중요했던 때인데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지나간 잘못이 있다. 약자의 연대라고 하는 것이 얼마만큼 겸허하게 했어야 하는지를 생각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기숙 전 홍보수석은 “노 전 대통령은 진보진영과의 소연정보다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지역구도를 허물어뜨리고 한국 정치판을 이념적으로 재편하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노동문제를 둘러싸고 민노당 등과 갈등을 빚으면서 진보진영에 실망한 것도 소연정에 소극적이었던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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