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2010 정치 이 장면 ④
‘그’의 갑작스런 등장에 본회의장이 술렁거렸다.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이 이뤄진 지난 6월29일, 박근혜 전 대표가 수정안에 대한 ‘반대 토론자’로 본회의장 단상에 섰다. 그동안 언론관련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외마디’로 일관해왔던 그였던지라 친박근혜계 의원들조차 “너무 뜻밖”이라고 웅성거렸다.
“세종시는 역사의 오점이 될 것”이라는 친이명박계의 주장에 맞서, 그는 “우리 정치가 극한 투쟁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진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쐐기’ 발언에 힘입어, 이명박 대통령이 주도한 세종시 수정안은 ‘찬성 105 대 반대 164’로 부결됐다. 여권의 주류세력은 박 전 대표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에 충분했다. ‘박근혜 파워’가 공증된 셈이지만, 박 전 대표 입장에선 ‘고집불통’, ‘외골수’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이런 양쪽의 이해가 만나 ‘화해’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두 달 뒤인 8월 청와대에서 만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며 손을 맞잡았다. 이후 박 전 대표는 친이계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는 등 보폭을 넓혀갔다.
지난 20일에는 박근혜표 ‘한국형 복지모델’을 공개하며 ‘대선용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이날 박희태 국회의장이 “유력한 미래권력”이라고 그를 추어올렸고, 친이계 의원 등 70여명이 몰려들었다. 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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