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정치 이 장면] 2
11월17일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오른손에 쥐고 흔든 문서는 이후 야당이 정부를 공격하는 ‘대포’가 됐다. 사찰 기록이 담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의 수첩 메모 사본이었다.
그가 ‘대포폰’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은 11월1일 국회 대정부질문이었다. 청와대 행정관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에게 만들어준 명의 도용 대포폰이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는 증거인멸에 활용됐다는 내용이었다. 이 의원의 폭로는 이후 사찰 관련 메모와 수첩, 내사보고서 공개, 청와대 행정관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정치인 사찰 의혹 공개로 이어졌다.
‘대포’의 시작은 ‘영포’였다. 민간인 김종익씨가 2008년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한 사실이 올 6월 드러나자 야당은 ‘영포게이트’라 이름붙였다.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한결같이 영일·포항 지역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인규 전 지원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대포폰을 만든 청와대 행정관과 이를 사용해 증거를 인멸한 총리실 직원, 정치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청와대 행정관이 모두 ‘영포라인’이었다. 의혹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이곳 출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에게 쏠렸다. 야당은 이 의원을 몸통으로 지목했고, 여당에서도 이 의원 사퇴 요구가 나왔다. 청와대는 끝내 ‘대포폰’을 외면했다.
“부메랑이 돼서 그 결과가 2012년에 나타날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포폰 사건을 두고 한 얘기다. 한나라당의 한 재선 의원도 “내년이면 학교(교도소)에 갈 사람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대포폰’의 뇌관은 아직 제거되지 않았다.
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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