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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결정적 증거의 결정적 허점들…천안함 5대 미스터리

등록 2010-09-14 16:34수정 2010-09-15 10:38

[한큐] ‘천안함 심층 리포트’ 편
러 보고서·초병 증언·CCTV 시각·북 잠수정 침투경로…
2010년 3월26일 밤, 짙은 해무 속에 천안함은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국방부가 꾸린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은 사고 2달 만인 지난 5월20일 “북한 잠수정에 의한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격침됐다”는 사실상의 결론을 발표했고 지난 13일 최종 발표에서도 그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알려진 목격자도 없고, 적절한 비교 대상도 없는 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그 원인을 밝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설익은 결론에 대한 변명이 되거나, 그 결론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입막음 하는 구실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원인을 밝히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그 뒤에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 세상을 떠난 이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하니티브이>는 그날 밤 그들이 죽음을 맞은 이유에 대해 지난 2달간 추적해 ‘심층 리포트, 천안함 5대 미스터리’(이하 ‘천안함 리포트’)를 내놓았다. 천안함 리포트는 <한겨레>의 피디와 기자들이 협업으로 지난 2달간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풀리지 않은 의혹을 심층 취재해 5가지의 핵심 쟁점으로 정리한 다큐멘터리다. 천안함 리포트는 46명 꽃다운 장병이 죽음을 맞은 이유에 대해 한국 사회는 아직 명확히 알고 있지 못하다고 단언한다.

 다큐는 천안함 사고에 대한 요약과 기존의 의혹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기존의 합조단 발표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의혹들과 상식의 선에서 던질 수 있는 의문이 꼬리를 문다.

 이어 5가지 핵심 미스터리를 서술식으로 전개한다. 쟁점마다 합조단 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는 새로운 증언과 검증이 쏟아진다. 첫번째 쟁점인 ‘천안함 러시아 보고서’의 주요내용부터 흥미롭다. 지난 7월 초, 천안함 조사를 위해 한국을 찾은 러시아 조사단은 합조단의 협조로 같은 자료를 통해 동일 사건을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침몰 원인에 대해 합조단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천안함이 기뢰 또는 자국의 어뢰로 인한 폭발로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크며 그에 앞서 좌초와 유사한 상황에 빠졌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천안함의 좌초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당시 백령도 해안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해병대 초병의 진술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다큐가 짚는 두 번째 미스터리다. 당시 경계를 서고 있던 두 명의 초병은 사건을 외부에서 관찰한 유력한 목격자일 뿐 아니라 주변 지형지물에 익숙하며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진술하고 있다. 특히 한 초병은 백령도 근접한 해안에서 “좌초된 PCC(초계함)를 구조하는 곳에 탐조등을 비추었다”고 진술했다. 이 초병이 탐조등을 비춘 지점은 지도에 드러나지 않는 암초 등이 많은 곳이다.


 이어 천안함 리포트는 △천안함 내부 CCTV와 사고 시각 △결정적 증거의 결정적 허점들 △연어급 잠수정의 침투경로 등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천안함의 수수께끼를 조목조목 짚으며 “의혹을 해소하려면 처음부터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안함 리포트는 천안함 침몰사건이 이렇게 여러 의혹에 시달리는 것을 ‘정치적 이용’에서 찾고 있다. 합조단이 6·2 지자체 선거운동 개시일에 맞춰 조사 결과를 서둘러 발표함으로써 자료와 자료 사이, 증거와 증거 사이의 과학적 모순을 그대로 앉은 채 초기 보고서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초기 보고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가공할 후폭풍을 몰고 왔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한-미와 북-중으로 나뉜 동맹은 상대를 견제하고 서로 결속을 강화하려고, 서해와 남해를 전쟁 연습장으로 만들었다. 한반도는 ‘신냉전’의 위기로 빠져들었다. 그래서 ‘천안함 리포트’의 마지막 결론은 의미심장하다. “부실한 조사에 한반도의 운명을 맡기기에는 오늘 우리의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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