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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미 건보·일 아동수당, ‘지도자 리더십’이 동력

등록 2010-09-05 19:00수정 2011-03-22 16:20

오바마, 보수파 반대 뚫고 3200만명에 혜택
하토야마, 진보적 공약…재정마련 과제로
한국도 지속가능한 복지 치열한 논쟁 필요
전지구적으로 복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새롭게 부상한 것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다. 금융자본에 의해 주도돼온 세계화는 실업과 사회 양극화를 강화시킴으로써 신자유주의 기획을 기로에 서게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약자 보호로 대변되는 ‘삶의 정치’(life politics)와 복지국가를 새롭게 부각시켰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일본 민주당 정부의 파견법 개정 공약이 그러했고, 독일 메르켈 정부와 영국 캐머런 정부 역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 오바마 정부의 의료개혁

흥미로운 것은 그동안 복지국가를 선도해온 유럽 지역과 비유럽 지역 사이의 상이한 흐름이다. 정작 유럽에서는 독일과 영국 등 보수 정부들이 들어선 데 비해, 이제까지 예외적 복지국가로 알려진 미국과 일본이 복지개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먼저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지난 3월 건강보험 개혁을 이뤄냄으로써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실업자와 저소득자(4인 가족 기준, 연소득 2만9327달러 미만)는 의료부조제도인 메디케이드의 혜택을 받게 됐다. 또 상용근로자 50인 이상을 고용하는 중소기업은 의료보험을 제공해야 할 뿐 아니라, 메디케이드나 의료보험 혜택을 신규로 받지 못하는 국민의 경우는 가입을 의무화했다. 그동안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있던 3200만명이 새롭게 혜택을 받게 된 셈이었다.

물론 이 개혁은 절반의 성공에 머문 것이었다. 민주당 진보그룹이 처음 제시한 것은 공적의료보험인 ‘퍼블릭 옵션’ 신설을 통한 개혁이었지만, 이 안은 공화당과 민간의료보험회사들의 끈질긴 반대로 좌절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료보험 개혁을 높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이 개혁을 통해 미국은 경제위기 속에서 복지 강화를 성취하고 그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이 크게 돋보였다는 점이다.

일본 = 복지개혁의 딜레마

일본의 경우는 세계화 시대 복지개혁의 딜레마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8월 일본 민주당은 아동수당 지급, 고속도로 무료화, 농가 호별 소득보상 등을 포함한 ‘생활정치’를 내걸어 자민당 장기집권의 막을 내리게 했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은 정치·행정·예산구조 개편, 자녀 교육·양육, 연금·의료·복지, 지역주권, 고용·경제를 포함한 5대 생활정치를 제시했다. ‘생활자, 납세자, 소비자’로서의 시민의 이익과 관심을 정치적으로 대변하겠다는 게 생활정치의 핵심을 이뤘다. 아동수당 지급은 민주당의 대표적 복지정책이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 당시 민주당은 자녀 1인당 연 31만2000엔(월 2만6000엔, 1엔은 약 14원) 수준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정부는 재정상 문제로 올해는 자녀수당을 반액만 지급하고 내년에 전액을 지급하기로 하고, 지난 6월부터 1인당 한 달에 1만3000엔씩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경제적 조건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자녀수당 지급은 정부의 재정부담을 높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자녀수당을 포함한 여타 복지정책들의 수정을 어느 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간 나오토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위한 소비세 증세라는 카드를 뽑았지만,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개발주의적 토건국가에서 생활정치적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사회의 소통을 통한 공감대 확보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 복지국가의 이중 과제

지구적 경향을 지켜볼 때 최근의 복지개혁에는 세 가지 요소가 주목돼야 한다. 첫째, 세계화와 정보사회, 그리고 고령사회의 진전이 가하는 ‘구조적 강제’다. 어느 나라건 일자리 창출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 속에 교육개혁과 노후대책을 위한 복지 확충이 주요 국가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둘째, 개별 국가의 역사적 경험에 내재된 ‘경로의존성’이다. 치밀한 정책 설계와 로드맵도 중요하지만, 그 제도가 놓인 사회적 세력관계와 문화적 조건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셋째, 이런 구조적 강제와 경로의존성 아래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사회복지는 ‘경제적 교환’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교환’, 다시 말해 정치세력간 ‘역사적 타협’이다. 이러한 타협에서 사회적 약자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적 선택이 모색돼야 함은 물론이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는 복지의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이를 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섬세한 리더십과 전략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구적 복지개혁이 우리 사회에 주는 함의는 두 가지다. 첫째,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이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복지 강화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둘째, 전통적 복지국가 구축과 새로운 복지국가 모색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점증하는 사회 양극화 속에 현재 우리 사회는 보편적 복지의 구현과 적극적 복지의 실현이라는 이중 과제 앞에 위태롭게 서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더 많은 복지, 더 강한 복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

김성원 도쿄경제대 교수(사회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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