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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국민이 복지부담 수준 택하게 해 ‘실천성’ 강화

등록 2010-08-22 21:41수정 2010-09-10 10:56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 ④ 보수의 복지
소수계층에 혜택 집중땐
전체 납세자 지지 힘들어
‘보수의 복지소홀’은 오해
보편주의 필요성 잘알아

보수에게 복지는 무엇인가? 보통 보수는 성장을 중시하고 복지를 소홀히 하는 것으로 안다. 이는 일면 타당하다. 하지만 정확한 이해는 아니다. 우선 복지에 대한 보수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졌다. 복지를 성장의 저해요소로 보는 성장지상주의자가 있는가 하면, 온정주의적 차원에서 복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가 있다. 또 정치적 요인 등 상황에 따라서는 보수가 복지제도 도입에 더 적극적인 경우도 있다. 진보가 그렇듯, 보수도 고형물이 아니며, 시대와 상황에 따라 진화한다.

<한겨레>는 창간기획 2부 ‘복지국가를 말하다’의 네번째 순서로 ‘보수의 복지’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보수 경제학자인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가 ‘보수가 보는 복지’를 설파했다. 안 교수의 글은 보수의 복지관이 진화했음을 잘 보여준다. 또 이번 기획에서는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정치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왜 최근 들어 부쩍 복지를 주창하는지도 추적 취재했다. 더불어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진보 사회정책학자의 시선으로 보수 성향의 역대 정권이 실제로 어떤 복지정책을 도입했는지, 그 성격과 실체는 무엇인지를 따졌다. 이 교수는 ‘보수에게도 복지는 있다. 하지만 철학은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가 보수정권을 자처하는 현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과 담론을 비판적으로 짚었다. 이창곤 기자 goni@hani.co.kr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는 북구형, 그리고 보수 진영에서는 영미형 복지국가 유형을 추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가 추구하는 복지국가의 유형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북구형과 영미형 스스로도 진화하고 또 수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수는 복지를 소홀히 한다는 고정관념 역시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복지는 보수의 가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보수도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과정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의 복지는 역대 정권 출범과 함께 새로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생산적 복지’와 ‘참여 복지’ 그리고 ‘능동적 복지’로 이어지는 최근 세 정권의 복지비전은 사실상 복지국가 유형으로서 갖는 의미보다 슬로건 성격이 강했다. 생산적 복지라 할 때 ‘생산적’이라는 개념에 대한 해석상 혼란이 있었고, 참여복지의 경우도 정권 출범 한참 후에나 사회투자국가라는 개념으로 나름대로 정리되었다. 그리고 현 정부의 능동적 복지 역시 기존 복지와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부담과 복지수준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지나치게 복지를 유형화하거나 슬로건화하는 것은 제대로 된 정책수단이 선택되고 또 이것이 실효성 있게 실행되도록 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정권 출범 때마다 여러 복지정책들이 만들어지고 확대되었지만 국민의 복지 체감도는 나아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책 실효성이 저조할수록 복지 수요와 복지 불만이 커짐과 동시에 복지재정 낭비도 심해진다. 더구나 지나치게 복지를 이념대립의 중심에 두면서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하게 되면, 복지정책수단을 제대로 선택하고 실효성을 높이며 나아가 복지전달체계를 효율화하는 노력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굳이 보수가 바라보는 복지를 말한다면, 어떤 복지유형 하나를 선택해서 그것을 지향하기보다는 최선의 복지정책수단을 선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책수단의 선택에 있어서 핵심 과제는 재원 조달 가능성과 실효성 확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복지재원의 조달 문제는 복지지출에 대한 국민의 재원 부담 능력과 부담 의사에 기초한다. 다시 말해 보수의 복지는 국민이 선택한 부담 수준과 복지 수준을 기초로 이에 걸맞은 개별 복지프로그램들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 부담 가능성을 고려해서 적정 복지지출 수준을 국민 스스로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정치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보편주의에 의해 수혜계층을 전국민으로 확대해온 스웨덴의 경우 1990년대 이후부터는 국민 부담 수준의 하향조정을 통해 경제와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이는 91년 단행된 세제개혁에서 소득세와 법인세의 대폭 인하 과정으로 나타났고 최근에는 2005년 상속세 폐지, 2007년 부유세 폐지로 이어졌다.

보수는 늘 보편주의를 배격하고 선별주의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취약계층에 국한된 현금지원 위주의 복지를 지향한다고 이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 역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전적 보호를 하기 위해서 나름대로의 보편성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특히 사회보험에 있어서의 보편성을 확보하고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강조한다.

보수는 이러한 전통적 사회보장의 보편화와 함께 사회서비스의 확대도 시급한 과제의 하나로 인식한다. 몇 푼의 복지급여에 의존하기보다는 모든 국민이 적극적으로 사회 및 근로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여 좀더 높은 수준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대 복지국가의 중요한 역할이고 시대적 요청이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근로를 통한 자아실현은 국민 누구나 바라는 최상의 가치이다. 근로에서 소외됨이 없이 원하면 누구나 국가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복지를 지향하는 것도 보수가 말하는 참복지이다. 즉, 자아실현의 행복을 모든 국민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근로의욕을 고취하는, 말 그대로의 생산적 복지 그리고 참여복지가 보수가 지향하는 진정한 복지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수없이 던져지는 복지국가 비전과 슬로건에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래서 이제는 포퓰리즘적이고 슬로건적인 복지비전 제시로 국민의 눈높이를 올리기보다는 국민 부담과 복지지출을 연결지으면서 복지 실천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제 복지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립이 아닌 실천성을 놓고 함께 고민하면서 진화시켜가는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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