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MB정부, 비전 없이 슬로건만 ‘물갈이’
사각지대 해소·중산층 확대 ‘공염불’

등록 2010-08-22 21:39수정 2010-09-10 10:57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창간 22돌 기획 대논쟁] 한국사회 미래를 말하다 | ④ 보수의 복지
사회복지는 진보의 것만은 아니었다. 20세기 초반까지 서구에서 이뤄진 복지 발전은 보수에 의해 주도됐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에게 사회복지는 어떤 것이었나?

한국의 보수에게 복지는 일시적 시혜일 뿐이었다. 또한 공포이기도 했다. 사회 성원들에게 잘못된 버릇을 들여 시장원리의 원활한 작동을 망치고 성장을 멈추게 하는 몹쓸 전염병이었다. 그들에게 복지가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개발국가’에도 복지가 존재했다. 고용과 분배를 동반한 경제성장 그 자체가 복지였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개발국가형 복지체제’가 더는 유지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실상 한국 보수주의의 유일한 복지 담론은 이문열의 소설 ‘아가(雅歌):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에 등장한다. 당편이를 거두는 녹동댁과 지역 공동체에 대한 묘사를 통해 전통사회의 복지를 추억하는 여기에서는 당연하지만 미래지향적인 복지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가지지 못한 채 막다른 길만을 고집하는 보수의 모습은 당장에 이명박 정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정치적 수사가 너무 자주 변화한다. 대선 공약으로 제시된 ‘징검다리 복지’는 정부 출범 이후 ‘능동적 복지’로, ‘휴먼뉴딜’로, 그리고 ‘서민과 사회통합’으로 바뀌어 왔다. 말이 앞서는 사람이 부실하다는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 보면, 이런 잦은 변화는 이 정부가 복지에 대한 비전이나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드러낼 뿐이다.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와 4대강, 사회간접자본, 국방 등에 대한 방만한 예산집행이라는 자기 잘못은 숨긴 채 재정적자의 심각성과 복지병을 말하고 있다. 게다가 정말로 복지병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게 공공복지 지출의 축소나 사회복지제도의 개혁을 꾀해야 할 텐데 그런 움직임을 찾기도 어렵다.

구체적인 정책은 어떠한가? 임기의 절반을 보냈지만, 복지 관련 42개의 국정과제 중에서 건드린 것은 몇 개 되지도 않는다. 대개의 경우는 지난 정부 시기 동안 이미 제도화되었거나 준비한 정책들이 주어와 술어만 바뀐 채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사회서비스의 선진화나 사회보장제도 사각지대의 해소, 중산층 확대를 위한 각종 정책방안이 논의된 바는 있지만, 실행된 바는 거의 없다.

새로운 것을 굳이 찾자면 위기 국면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처방되어 스쳐 지나간 일련의 단편적인 프로그램들과 서민이라는 화두를 다시 잡는 대통령만이 있을 뿐이다.

1997년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10년 이상 야당에 머물러 있었던 영국 보수당이 ‘약자에 대한 배려와 분배를 중시하는 좌파 철학을 흡수하여 영국 국민들에게 현대화된 온정적 보수주의를 제공하겠다’는 데이비드 캐머런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이유는 자명하다.


복지는 사회 성원들을 통합하고, 공동체로서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노력이다. 복지는 정치적 이념을 현실화하는 데 불가결한 자원이다. 복지는 서민에 대한 일시적 시혜가 아니라 이미 변화한 우리네 삶터에 필수적인 재화이다.

홍경준/성균관대 교수 (사회복지학)
홍경준/성균관대 교수 (사회복지학)
집, 일자리, 노후, 자녀교육, 평화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진 5대 불안거리라고 한다. 여기에 맞서는 복지의 비전과 정책대안을 가지라고 한국의 보수에게 채근하는 것은 그 길이 낯설겠지만, 한국 보수가 살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낯선 길을 가고자 하는 담대한 보수,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진 합리적 보수가 출현해야만 진보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튼실한 좌우의 날개를 힘차게 펄럭이며 밝은 미래로 날아가는 건강한 새를 봐야 하지 않겠는가.

홍경준/성균관대 교수 (사회복지학)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단독] 명태균 “김건희 여사, 고맙다고 김영선 공천은 선물이라 해” 1.

[단독] 명태균 “김건희 여사, 고맙다고 김영선 공천은 선물이라 해”

‘우크라에 군 참관단’ 파문…여 “국회 동의 불필요” 야 “전쟁놀이냐” 2.

‘우크라에 군 참관단’ 파문…여 “국회 동의 불필요” 야 “전쟁놀이냐”

[단독] “김건희 여사 ‘오빠한테 전화 왔죠?’ 통화음, 나도 들었다” 3.

[단독] “김건희 여사 ‘오빠한테 전화 왔죠?’ 통화음, 나도 들었다”

북 “평양 추락 무인기, 백령도 이륙…재발 땐 도발원점 영영 사라져” 4.

북 “평양 추락 무인기, 백령도 이륙…재발 땐 도발원점 영영 사라져”

‘무인기 백령도 이륙’ 북 주장에 “대꾸할 가치 없다”는 합참 5.

‘무인기 백령도 이륙’ 북 주장에 “대꾸할 가치 없다”는 합참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