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졸을 ‘동물’ 빗댄 발언까지…
청와대 “직무와 무관” 거부
청와대 “직무와 무관” 거부
노무현 전 대통령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천안함 사건 유족들의 슬픔을 동물에 견줘 비하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천안함 유가족과 야당은 조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해, 조 후보자의 ‘막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5일, 조 후보자가 노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을 한 지난 3월31일의 강연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 당시 서울경찰청장이었던 조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선진국 국민이 되려면 슬픔을 승화시킬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며 “(천안함 유족들이) 동물처럼 울부짖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언론이 보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발언이 나온 시점은 천안함 사건 발생 닷새 뒤로, 당시는 실종자 46명의 생사 여부조차 불확실한 때였다.
이에 천안함46유족협회의 임원 등 유가족 2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충무로의 한 음식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 후보자가 자식이나 남편을 잃고 슬퍼하는 유족들을 동물로 표현한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조 후보자뿐 아니라 정부 여당에 깊은 우려와 절망을 느끼며, 관련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조 후보자의 즉각적인 공개사과와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명예훼손 부분에 대한 법적 대응 절차를 밟기로 했다.
노무현재단도 이날 서울 합정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 후보자의 파면과 구속수사를 요구했다. 재단 이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분노가 아닌 응징의 차원에서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말했으며,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 후보자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과 함께 정부의 정치적 책임을 함께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망언뿐 아니라, 위장전입, 항명파문, 양천서 고문사건 등 경찰청장 후보자로서 자격이 상실된 인물”이라며 “청문회가 진행되기 전 사퇴하거나 교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조 후보자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문제의 발언들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청문회에서 직접 설명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경찰청장으로서의 인식과 직무수행에 직결되는 문제로 연결시킬 필요까지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세영 황춘화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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