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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전쟁 결정권·방위 주도권, 미국서 한국 손으로

등록 2010-06-25 19:37수정 2010-06-26 08:34

김태영 국방부 장관(맨 오른쪽)이 6·25전쟁 60돌인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21개 참전국 전사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오른쪽 둘째)과 함께 전사자 명부 앞에서 묵념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김태영 국방부 장관(맨 오른쪽)이 6·25전쟁 60돌인 2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21개 참전국 전사자 추모 행사에 참석해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오른쪽 둘째)과 함께 전사자 명부 앞에서 묵념을 한 뒤 이동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작권 전환 무엇이 달라지나
미 1994년 북한 영변핵시설 폭격 준비때
청와대는 아무런 통보조차 받지 못해
전작권없인 한국군 독자군사행동 불가능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 전환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은,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전환론자와 연기론자의 오랜 논쟁의 적실성을 판단하는 하나의 잣대를 제공할 수 있다.

군사지휘체계 변화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전작권 전환의 핵심 뼈대는 의외로 간단하다. 미군 4성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행사하던 한국군 전작권이 대한민국 합동참모의장에게 넘어오게 된다. 이는 ‘한국이 전쟁 결정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첫째, 전작권 전환을 찬성하는 쪽의 문제의식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결정이 우리 손에 있지 않고 남의 손에 있다’는 것이다.

제1차 북핵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닫던 1994년 5~6월 미국 정부는 북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중폭격 등 사실상 한반도에서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대북 무력 제재를 준비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뒷날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미국은 한국에 대한 통고, 군사력 결집, 한국 주재 미국인 피난 등의 사전조처들이 북한에 사전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한국에 통보 없이) 바로 공격을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경악을 넘어서 ‘우리의 운명이 이렇게 결정되고 있었구나’ 하는 허탈감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천안함 사태 뒤 단호한 대북 군사보복을 주문했다. 하지만 한국군의 독자적인 대북 군사행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군이 1994년 12월 평시작전권은 환수했지만 전쟁억제, 자위적 대응 등 6개 사항은 한국 합참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된 이 평시작전권 6개 사항도 전시작전권 전환이 이뤄지면 위임 상태가 소멸된다. 이 때문에 천안함 사태 뒤 대북 군사보복과 전작권 전환 연기를 함께 외치는 보수진영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앞줄 왼쪽 둘째)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A href="mailto:rhee@hani.co.kr">rhee@hani.co.kr</A>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앞줄 왼쪽 둘째)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연기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둘째, 한국 방위를 한국이 주도하게 된다.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5027’은 엄밀히 말하면 미국의 한반도 작전 계획이다. 5027에서 앞의 숫자 ‘50’은 미 국방부 작전암호상 한반도 지역을 뜻하고 뒤의 ‘27’은 상황에 따른 세부계획이다. 작계5027은 한국군이 아닌 미 태평양사령부가 총괄한다.


한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달린 작계5027은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의 하위범주라는 뜻이다. 한미연합사에서 오래 근무한 한 예비역 영관급 장교는 “한국군이 미군이 짜준 작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치우치다 보니 전술적 사고에 그치고 20~30년 뒤를 내다보는 전략적 사고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방위의 한국화’와 전작권 전환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군 정원이 60만명으로 묶여 있는 것도, 1960년 한-미 합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피폐해 국방예산을 모두 미국 군사원조로 충당해야 했다. 미국은 한국군 숫자가 너무 많으면 원조액이 늘어나고, 당시 이승만 정권이 북진 등 단독 군사행동에 나설 것을 우려해 한국군 정원을 60만명으로 묶었다.

한 군 소식통은 “미국의 전쟁물자로 전투를 치르고 미 군사고문관이 대대까지 상주해 작전계획을 짜주던 한국전쟁 때는 전작권 이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한국이 경제규모 13위권, 군사비 지출 10위권에 이른 지금은 군사권 제약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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