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표 이사-김기식 위원장 대담
‘사회민주화’란 화두는 진보와 보수, 두 진영의 시각차가 극명히 드러난 주제였다. 지난 9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과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의 대담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거의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에서 기본권을 보는 시각에 이르기까지 두 논객의 의견은 번번이 엇갈렸다. 특히 ‘표현의 자유’ 논의에 이르러 김 위원장이 “현 정부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자, 홍 이사는 “표현의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며, 검증되지 않은 개별 사례들을 가지고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맞섰다. 서로에 대한 바람도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합리적 보수를, 홍 이사는 뚜렷한 비전을 갖춘 진보를 주문했다. 이날 대담의 사회는 심상용 상지대 교수가 맡았다.
홍진표 이사 “공존의 경쟁문화·법치 안정이 먼저”
‘퇴행’ 심판한 민심 vs ‘북풍’이 되레 ‘역풍’
심상용(이하 사회)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중요하다. 민심의 향배를 드러내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지방선거 평가는 (오늘의) 민심을 진단하는 중요한 과제다.
김기식(이하 김)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의 승리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생각한다. 심판의 핵심적 내용은 소위 ‘강부자 정권’으로 표현되는 정책의 편향성과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남북 대결 정책에 대한 심판, 4대강 등 삽질경제 노선에 대한 심판, 무상급식 등 국민 다수의 여론에 반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권력의 오만함과 시민적 자유의 억압과 같은 민주주의의 퇴행에 대한 심판이었다.
특히 20~30대, 40대가 보여준 표심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른바 촛불세대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세대로서, 20~30대의 민주적 진보성이 보였다고 본다. 특히 20대 유권자의 경우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하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했던 세대로서 높은 민주주의적 감수성을 가지고 있고, 그런 것들이 이번에 정치적으로 표현됐다고 본다. 40대의 경우, 이들이 87년 이래로 줄기차게 민주적 가치를 지향하는 투표 행태를 보였던, 역사적 진보성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을 이번에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세대의 움직임, 표심을 확인하는 것은 앞으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 또 하나, 이번 선거에서는 개발 공약이 대폭 줄어들고, 한나라당 후보조차도, 복지라든지 교육이라든지 국민의 삶의 질과 관련된 공약 중심으로 옮겨왔다. 소위 개발공약 시대에서 복지 공약 시대로 전환된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민주적 지향이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시대의 흐름, 국민의 마음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점이다.
홍진표(이하 홍) 선거 결과가 여당의 패배로 끝났기 때문에 ‘국민의 심판’이란 점은 명백하다. 실제 통계에서 보듯 20~30대에서 광범한 반대표가 결집되었다. 결국 선거야말로 정치권에 대한 가장 강력한 견제수단이란 것을 또 한번 확인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력을 보였다. 원인 분석에서는, 기왕에 있었던 이슈들, 예컨대 4대강, 세종시, 표현의 자유 문제 등은 상수적으로 존재했다. 임박해서 판세를 뒤집은 변수로 작용한 건 세 가지 정도다. 하나는 반대자들이 더 강하게 결집하는 현상이 명확했다. 항상 집권 여당의 반대자들이 집결하고 지지자들은 투표장에 덜 나가는 현상이다. 노무현 정권 때에도 한나라당이 재보궐과 지방선거에서 압승했고, 이번에도 그런 현상의 연장에 있었던 것 같다. 둘째는 천안함과 관련된 역풍이다. 이게 사실 크게 작용한 것 같다. 그런데 그 대목에서 이른바 ‘북풍을 선거에 이용한다, 악용한다’에 대한 견제는 정당할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전쟁 공포’ 이런 것도 분명히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건 북에서도 당시 전쟁 협박을 했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경우도 ‘전쟁이냐 평화냐’의 구도를 들고 나왔다. 민주당에서 ‘전쟁이냐 평화냐’ 이렇게 과장한 것은 너무 정략적이었다고 본다. 셋째, 야권 단일화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민주주의 후퇴냐 vs 근거 없는 과장이냐
사회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진단해보자. 87년 항쟁으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확립됐다. 지난 2년 동안 ‘엠비’ 아래서 역주행·퇴행 등의 얘기가 나올 정도로 민주주의가 안정화되고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분분하다.
김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심판과 평가의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현 정부가 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음을, 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용인하지 않는 국민들의 민주적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위기, 후퇴 상황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을 두 가지 측면에서 나눠 보면, 삼권분립, 권력기구의 민주적 통제, 법치주의 등의 측면에서 명백히 후퇴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청와대나 집권여당이 나서서 직접적으로 그것을 공격하고, 부정하고, 심지어 법원 내부 개별 인사들의 전력을 들춰내고, 그것을 문제삼는 태도다. 입으로는 법치주의 운운하면서 법원이 판결을 내렸는데 여당의 국회의원이 판결을 무시하고, 명단 공개를 강행해버리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사법부와 법치주의에 대한 무시다. 또 권력기구로서 국정원과 검찰이 법이 정한 업무 범위를 넘어서서 정권을 위해서 위법한 행위들을 자행하는 이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민권 차원은 훨씬 더 심각하다. 촛불시민에 대한 탄압, 지금도 1000명이 넘는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이 각종 고소·고발로 (재판) 대기중에 있다. 과거 독재 치하에서도 있지 않았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시민들이 글 올리고 촛불시위 참여했다는 이유로 2년 넘도록 사법적 처리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현실이다.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 자행되고 있다. 우리 헌법과 법률이 명백히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경찰이 위법하게 집회·시위를 불허하는 일들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 언론에 대한 통제와 장악이 지속되고 있고, 그것이 방송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은 다 퇴출시키는, 이미 공중파에서 한번 퇴출된 김제동씨를 케이블에서마저 못 나오게 막아버리는, 이런 것에서 심각한 시민권 차원에서의 민주주의의 후퇴를 목도하고 있다. 퇴행과 위기라는 말이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라는 것을 압축적으로 표현해주고 있지 않나 한다.
홍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다. 우선, 과연 ‘민주주의의 후퇴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만큼 제도적인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지, 정권의 운영 형태에 있어서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것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고 구조적인 것인지 등에 대해 입증되어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미네르바 사건을 대표적으로 들고 있는데, 그 사건 외에도 정권적 차원의 표현의 자유 침해가 지속적이고 구조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지, 일회적인 사건이었는지 아닌지 이런 것에 대한 구분이 필요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좀 과장이나 비약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민주주의 후퇴론은 정서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고 본다. 문제제기하고 있는 진보세력 등이 현 정권에 대해서 비판적인 태도, 그것도 뭘 잘하면 잘하고 못하면 못한다는 게 아니라 원초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못마땅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점이 있다고 본다. 정파성이 나쁘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편향이 있을 수 있다.
김기식 위원장 “표현의 자유 등 시민권 확대가 핵심”
개발세력 기여 인정을 vs 독재 정당화는 안돼
소통 문제도 있다고 본다. 과거 노무현 정권 때에도 많은 정책에 대한 진보의 반대가 있었다. 그 경우에는 막후에서 대화도 있었고 완충하는 역할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지금 이 정권이 들어서고 나서 기왕의 진보·시민운동권하고는 소통되기 어려운 구조가 있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어떤 문제가 더 증폭되어 가는 현상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김제동씨 문제만 하더라도, ‘정부의 개입으로 불이익을 보았다’를 주장하려면 아주 구체적인 근거제시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단편적 주장을 넘어 민주주의 백서나 지표의 제시 같은 체계적인 현실 분석을 내놓으면 좋겠다.
김 홍 이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 민주주의적 감수성에서 보수와 진보가 갖고 있는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일회적이냐 지속적이냐 말하시며 과장하고 있다고 말하시는데,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회 보수와 진보 핵심 논점 가운데 하나는 건국 이후 한국 민주화 과정에 대한 역사적 평가다.
홍 한국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저는 권위주의 정권, 민주화운동 세력 모두 기여가 있었다고 본다. 권위주의 정권의 경우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민주주의를 제한시키고, 3·15 부정선거, 유신체제 등 정권의 선택권 자체를 박탈하는 등 결정적 침해가 있었다. 그런 부정적 역할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일정하게 경제를 성장시켜서 중산층이 형성됨으로써, 민주주의의 물질적 기반을 놓게 됐다는 점은 평가해야 할 것 같다. 기왕의 국제적인 경험을 보더라도, 어느 정도 경제성장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가 있더라도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 사례를 보기 어렵다. 민주화운동 세력은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희생을 했고, 그런 압력이 작용했고, 그래서 87년에 민주화가 궤도에 오르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만 우리의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진보 쪽의 평가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 것은, 어떤 사회, 어떤 나라도 한꺼번에 민주주의가 된 적은 없다. 이런 맥락을 볼 때 한국 민주주의 발전 과정은 세계사적으로도 크게 손색이 없는 자랑할만한 것이다.
김 나 역시 민주주의는 과정이라고 본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민주주의의 물질적 토대를 이뤘고, 지금 이루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그것이 개발독재를 정당화하진 못한다. 다시 말해 성장의 결과가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것은 결국 쟁취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역설적으로 강한 독재가 강한 민주주의를 만들었던 측면이 있다고 본다. 진보진영이 민주화 이후를 성찰하면서 들여다봐야 할 지점이 있다고 본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양극화 심화라는 것이 이명박 보수정권 등장의 배경이 됐다는 것은 모두 다 인정하는 바다. 결국 그것은 사회경제적 진보 없이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이명박 정부 2년 반 넘어가면서 민주주의 확대·심화 없이 사회경제적인 진보가 존재할 수 없다. 민주냐 진보냐 대립항을 설정해서 논쟁하는 것은 공론이 아닌가 한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진보라는 것이 불가분성의 관계가 있다.
권력 통제와 견제가 중요 vs 시민권 확대로 삶의 질 개선
사회 기본적인 합의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의 민주주의 가치, 시대정신을 어떻게 보는지 말씀해달라.
홍 내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주권재민’이다. 민이 권력의 주인이고, 현실적으로 대의제를 할 수밖에 없으니까, 결국 민에 의한 권력의 통제와 견제다. 김 위원장이 강조한 시민권을 소홀히 보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자유선거지만 이는 기본권, 표현의 자유 등이 있어야 제대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른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주로 경제적인 평등이나 사회안전망 등으로 이해하는데, 그것은 조금 다른 표현을 써서 얘기하는 게 혼란을 줄이는 게 아닐까 싶은 거다.
김 한국의 민주주의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시민의 자유, 시민권의 확대라는 측면이다. 그런 시민권의 확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국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의 개선이다. 사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적어도 권력의 민주화, 시민적 권리에 대한 합의 기반이 존재하고, 실제로 보수와 진보는 사회경제적 영역에서 각축을 해야 하는데, 민주주의에 대한 진보와 보수의 합의기반 자체도 없는 것 같다. 이유는 보수의 자유주의 결핍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수의 합리성, 자유주의에 대한 일관성을 촉구하고 싶다. 또 민주와 사회경제적 진보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진보진영 내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홍 진보에 바라는 것은, 사회 발전에 대한 비전이 좀더 명확했으면 좋겠다. 또 시민운동은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하지만, 나름대로 책임이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익집단의 특수이익이나 이해관계 등이 진보나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혼재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시대정신 쪽에서는 ‘국민 통합’을 비전으로 삼아 ‘구동존이’의 문화창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또 김정일 체제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해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이 문제에서는 보수, 진보가 따로 없을 것이다.
김 보수가 자유주의에 대한 일관성을 찾으면, 보수와 진보 사이에 민주주의에 대한 합의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진보세력은 권력문제로부터 개인의 문제로 눈을 돌려, 개개인의 시민권·자유권의 확대를 당면과제로 삼아야 한다. 또 진보 내부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을 더 키우는 등 다양성에 대해 좀더 포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 이창곤 최원형 기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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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표 ‘조화 속의 법치 전략
한국의 민주주의는 서구에 비하면 매우 짧은 기간에 발전하였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안정된 단계에 이르렀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자유로운 선거와 국민의 선택의 존중이다. 87년 민주화의 실현으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 행사가 가능해졌으며, 지난 두 번의 수평적 정권교체의 실현은 국민의 선택이 결정적이라는 증거다. 지난 2004년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시도와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대 일부의 정권퇴진운동이 국민에 의해 수용되지 않은 것은 국민의 선택을 부정하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민주주의를 더 발전시키는 과제를 생각할 때, 이제는 어떤 근본적인 방향의 선택이 아니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간다는 관점이 필요하다. 우선, 공존의 경쟁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민주화시대이기 때문에 정치권이든 시민운동이든 국민의 지지를 더 많이 받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면 되고, 권위주의 시대처럼 상호 배제할 이유가 없게 되었다. 둘째,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데 법치주의가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되는 데 필수적이다.
이제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 운영능력을 좌우하는 의식의 성숙이 더 중요하다. 권위주의 시대가 아니라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은 의식이 필요하다. 일종의 관성 때문에 시대 변화에 못 따라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선 지지와 동의를 중심으로 해서 통치를 해나가야 하는데 그걸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또 하나는 정부에 반대하고 저항하면 무조건 정당성을 갖는다는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끝으로 공동체 내부의 오해와 불신의 심화이다. 이에 국민통합에 관심을 갖고 있다. 별개의 주제 같지만 민주주의 성숙화에 중요하다고 본다.
홍진표(48) 이사는 대표적 뉴라이트 논객으로 꼽힌다. 80년대 서울대 재학 시절 민주화운동에 앞장섰고,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간사를 맡는 등 통일운동에 참여했다. 그 뒤 북한 민주화 운동으로 노선을 전환해, 2004년에는 뉴라이트 운동의 출발이 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을 맡는 등 보수성향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 현재 보수성향 계간지 <시대정신>의 편집인이기도 하다.
■ 김기식 ‘시민주권 강화 전략
오랜 독재기간 그리고 87년 이후 민주화가 진행된 지난 20년간,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는 권력의 민주적 선출, 권력 독점의 해체, 삼권분립이나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과 같은 권력의 분배,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방지하는 법치주의 확립 등 권력의 민주화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제도적 측면에서도 헌법과 선거제도를 포함한 정치관계법 개정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이 남아 있지만 권력의 교체, 선거에서의 경쟁이 가능해지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권력의 민주화는 민주주의의 한 측면일 뿐이다. 민주화는 시민권의 확대를 수반하는 것이며, 수반해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가 시민권의 확대와 강화에 있고, 사회 민주화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 다양성의 존중 등 시민권 영역에서 사회 민주화 과제가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적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진행된 정치권력의 퇴행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난 민주화 과정을 통해 축적된 우리 사회의 민주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별히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하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한 젊은 세대의 민주주의적 감수성이 이번에 확연히 드러났다. 이들은 법의 이름으로 자행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 등 시민적 자유의 억압에 대해 광범위한 반감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촛불의 외침은 시민주권, 시민권 시대가 도래했다는 국민적 선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시민권 확대에 초점을 맞춘 민주주의의 확장, 사회 민주화, 제도개혁은, 사회경제적 영역에서의 사회민주주의적 개혁과 함께 한국 사회와 정치의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김기식(44) 위원장은 진보개혁 진영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 때부터 상근 활동가로 몸을 담았으며, 사무처장을 거쳐 지금은 정책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소액주주 운동, 낙선·낙천 운동, 정치개혁 운동 등 시민운동의 획기적인 흐름을 주도했다. 2년 동안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방문연구원을 지낸 뒤, 최근 참여연대로 복귀했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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