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춘천 농가엔 닭 40여마리와 칠면조 2마리, 진돗개 부부와 삽살개가 함께 살고 있다. 진돗개 부부가 한달 전 새끼 3마리를 낳아, 요즘 강아지들을 돌보는 게 큰 즐거움이라고 그는 말했다. 춘천/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겨레가 만난 사람]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춘천 산기슭서 닭 키우며 독서·산행 1년6개월째
혼자서는 독선 빠지기 쉬워…보고 배우러 나설 것
MB 탓 ‘중도실용’ 용어 변질…거기엔 인간이 없어
춘천 산기슭서 닭 키우며 독서·산행 1년6개월째
혼자서는 독선 빠지기 쉬워…보고 배우러 나설 것
MB 탓 ‘중도실용’ 용어 변질…거기엔 인간이 없어
지난 12일 춘천의 대룡산 기슭 외딴 농가에 다가서자 삽살개가 먼저 꼬리를 쳤다. 여기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부부는 40여마리의 닭과 칠면조 2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다. 손 전 대표는 닭장에 모이와 물을 넣어주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 갓 태어난 병아리 다섯 마리가 추울까봐 집 안에 들여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먹이도 줬다. 하지만 병아리들은 오래 가지 못하고 다 죽었다. 얼마 뒤 병아리들이 또 태어났다. 이번엔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추운 닭장에 어미닭과 함께 그대로 두었다. 이들은 지금 잘 자라고 있다. 바깥 어미닭의 품이 사람이 사는 안방보다 훨씬 따사롭다는 뜻이다. 손 전 대표는 “여기서 지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이랄까, 존귀함을 참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가 춘천으로 내려간 지도 1년6개월이 됐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있을 때만 지원 유세를 위해 수도권에서 지냈을 뿐,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시골로 다시 내려갔다.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행사가 아니면, 가까운 지인의 관혼상제에도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최근에 서울에 올라와 참석한 행사는 지난해 12월25일 용산 남일당 현장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미사였다. 해가 바뀌면서 그의 정치 복귀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정치권에선 짐작한다. 그는 언제 서울로 돌아올 생각일까.
인터뷰/박찬수 부국장 pcs@hani.co.kr
- 크리스마스 때 용산 남일당 미사에 참석했던데요,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사람이 죽은지 1년 다되도록 장사도 못치르는 가족의 마음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미사에 갔습니다. 이제 장례를 치러서 다행입니다. 정운찬 총리가 노력을 했지만, 좀더 사람의 아픔을 생각하는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례는 치렀지만, 결국 귀찮으니까 빨리 해결하자는 그런 마음으로 해결한 거 아닙니까? 차가운 길거리에서 1년을 지낸 가족들을 귀찮은 사람들, 말썽꾸러기들, 운동권으로만 본 거 아닙니까? 가족들은 오래 되면 다 운동권이 됩니다. 정부가 과연 가족들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을까, 사람이 상실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그건 사실 정부만 탓할 것도 아니고 우리 사회 전반, 세계의 흐름이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사람을 다시 찾자는 노력과 움직임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오바마의 당선, 그리고 굳어진 일본 정치에서 민주당이 집권한 것도 인간을 회복해보자는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힘의 방향을 보면 보수화의 길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한쪽에선 이것으론 안된다, 사람을 다시 찾자, 인간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보라는 게 다른 게 아닙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와 이념입니다. 그래서 인류 역사가 계속 진보해왔던 거고, 역사에서의 진보는 소멸할 수 없는 겁니다.”
- 손 전 대표의 정치노선을 ‘중도실용’이라고 흔히 표현합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하는 걸 보니 진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진보-보수라는 이념적 틀을 뛰어넘겠다’고 했던 과거와는 약간 달라진 느낌입니다. 좀 변한 건가요?
“내가 중도실용이란 용어를 쓰고, 그렇게 인식됐다는 걸 부정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도실용이란 용어를 더이상 써야 할까 심각한 회의에 빠져 있습니다. 내가 그 얘기를 했을 때는, 급진적 이념으로서의 진보주의가 우리 생활에 어떤 기여를 하겠나 하는 반성에서 중도로의 이동, 실천적 진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도실용이 보수주의의, 그것도 완전히 왜곡된 보수주의를 분장하는 용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은 돈이면 다 된다, 안되는 게 어딨어 밀어부치면 되지, 실리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 하는 겁니다. 거기에 인간은 없습니다. 내가 10년 전에 쓴 책이 <진보적 자유주의>에요. (1980년대 말~90년대 초에)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이 ‘제3의 길’로 노선 수정을 하고, 미국에선 빌 클린턴이 ‘새로운 민주당’을 내세워 집권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여파 속에서 우로 한클릭 이동해서 집권을 한 겁니다. 내가 생각했던 ‘진보적 자유주의’도 다분히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고민하는 ‘진보적 자유주의’는 10년 전과는 좀 다릅니다. 그걸 ‘새로운 진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10년 전과 다르다는 건, 그때는 우로 한클릭 이동했다면 지금은 좌로 한클릭 이동했다는 뜻인가요? “정치란 시대적 상황, 사회적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는 과정입니다. 제3의 길은 폐기된 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는 게 제3의 길입니다. (<제3의 길>의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가 2~3년 전 <이제 당신 차례요, 미스트 브라운>이란 책을 냈는데, 제3의 길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얘기하는 건 토니 블레어 때와는 다릅니다. 지금 한국에선 진보정권 10년이 보수정권에 패배했고, 세계 흐름은 신자유주의가 퇴조하는, 완전히 퇴조했다고 보긴 어렵죠, 어쨌든 이런 역사적 흐름과 한국 현실에서 추구해야 할 건 수치가 아닌 실질적·내용적인 성장이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가치의 실현입니다. 기든스의 책을 보면, 이제 영국 노동당은 좌로 한클릭 이동해야 한다는 그런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진보 쪽으로 좀 이동해야겠다는 건데요, 그런 걸 우리도 벤치마킹해야겠다는 겁니다.”
- 춘천에서 고민했던 게 그런 부분입니까?
“그런 거죠. 물론 내 자신의 삶의 궤적을 돌아보기도 했고요.”
-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효율만 내세운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7%까지 올랐습니다. 집권 초기 이후엔 가장 높은 지지율인데요, 이렇게 지지율이 높은 이유를 뭐라고 보십니까?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건 좋은 거죠.(웃음) 우리 당이건 아니건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거고 통치하는 위치에 있으니, 잘해서 지지율이 높으면 좋은 거죠. 우리는 그것보다 더 높아지도록 노력해야죠. 서민에게 다가서지 않으면 안되겠다, 맹목적 보수주의만 갖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건 바람직한 일이죠. 당에 관계없이 (정치의) 최종 목표는 국민의 삶이니까요. 그런데 잘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민에게 도움이 안된다면, 그게 문제죠. 역사적으로 그런 사례는 많습니다. 특히 대중주의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합니다. 당장은 나에게 뭘 주는 거 같은데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것, 장기적으론 그게 드러납니다. 지금 가볍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 정부가 진정으로 서민의 삶을 생각하고 인간 존중을 깊이 정책기조에 깔고 있느냐엔 심각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정성 있는 친서민정책을 우리(민주당)가 보여줘야 합니다.”
- 민주당이 그런 걸 국민에게 못 보여주는 거 아닌가요?
“그게 우리 책임이죠. 야당은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니 대안 내놓는 게 쉽지 않죠. 그게 어려움인데….”
- 민주당이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 신뢰를 얻아야 산다는 데엔 누구나 공감합니다. 문제는 어떤 대안을 내놓고 어떻게 신뢰를 얻을 것이냐인데요, 이 점에선 누구도 자신 있게 말을 못하는 거 같습니다.
“묘수를 찾으려 해선 안될 거 같고, 그렇다고 반성이란 게 산골에 앉아 있다고 반성이 되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갖고 있는 게 뭔가, 우리에게 씌워진 껍데기가 뭔가 이런 걸 당과 민주진영 전체가 심각하게 반성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가 말은 조심스러운데, 민주진영이 집권 10년 동안 가진 게 많이 생겼고 껍데기가 많이 씌워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형식, 이벤트 이런 것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데, 치열한 모습을 보여줘야 되지 않나, 아니 보여준다는 생각도 아예 하지 말고 행동을 해야죠. 뭘 보여주려고 하기보다, 속부터 바꾸고 채우려는 노력을 해야…, 쉽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 씌워진 껍데기를 어떻게든 벗고, 진정으로 국민이 행복한 삶을, 더 많은 사람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치겠다는 자세를 갖는 거, 일부 특권층만이 아니라 다수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거, 그런 걸 위해 일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 6월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지원유세에 나설 생각이시죠?
“내가 필요하다면 역할을 해야죠. 지방선거가 단순히 다음 집권에 발판이 된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사회가 승자 독식으로 바뀌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데 여기에 고삐를 죄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임해야 합니다. 지금 보수정권이 왕성한 거 같지만, 새로운 진보의 기운이 싹트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횡포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회의 기운이 싹트는 걸 북돋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걸 위해서 지방선거에 승리하고 중요한 지방정부에 그 기운을 심어야 합니다. 그런 사명감을 갖고 내 역할을 할 겁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사회까지 포괄하는 범야권 연대와 통합의 필요성이 많이 제기됩니다. 현실적인 성사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연대, 당연히 해야죠. 그런데 연대 그 자체가 목표인 맹목적 연대가 되어선 안됩니다. 흔히 정당은 선거를 위한 단체고 그러니 선거에 이겨야 한다, 이게 일반적인 정치권 논리인데 그렇게만 해선 미래가 없습니다. 왜 우리가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좀더 깊은 성찰을 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연대해서 단순히 선거에 이긴다는 것 외에 다른 정치세력의 가치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다른 정치세력에 뭘 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단순히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연대한다?, 국민이 민주당 가치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다른 정당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표를 몰아줄 겁니다. 지난해 10·28 재보선이 그랬지 않습니까? 가치의 연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이런 전제 위에서 연대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 바로 그 부분인데요, 다른 정당 예를 들면 진보정당의 가치를 수용하는 데서 민주당이 소극적인 것 아니냐, 민주당이 갖고있는 걸 양보하려는 자세가 없기 때문에 연대가 어려운 거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민주당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입니다.
“그게 고민이죠. 우리가 지금 상당히 중요한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나도 통합을 강조하고 적극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치적으로 보면 우리는 지금 ‘분열의 시대’에 처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진보정권 10년 지나서 보수정권이 집권했는데, 그 뒤에 진보진영은 필연적으로 분열을 합니다. 1980년대 초에 영국에서 내 눈으로 직접 봤습니다. 대처가 집권한 뒤 영국 노동당이 분열했습니다. SDP란 분파가 떨어져 나가고, 그 분파가 자유당과 연합해 한때는 노동당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양당 제도의 관성으로 다시 돌아갔지만. 지금처럼 보수정권에 (권력을) 뺐기고 한나라당이 강성으로 몰아붙이는 시기엔, 거의 물리 현상 같이 (야권은) 분열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 걸 연대하고 연합하고 통합하자고 하니 힘든 겁니다. 냉철하게 봐야 하는 게, 연대는 말로 한다고 해서 절대 안됩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 연대한다?, 국민은 관심 없습니다. 왜 꼭 야당이 이겨야 한다고 국민이 생각합니까? 물론 지난 재·보선처럼 국민이 ‘이런 정권 갖고는 안되겠다’고 판단하면 다릅니다. 수원 장안에서 이긴 건 어디까지나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었을 뿐, 내 역할은 조그만 심부름꾼이었습니다. 그때는 재·보선이니까 이명박 정권에 의석 하나 더 줬다간 기고만장해서 안되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지방선거가 그렇게 되리라곤 장담을 못합니다. 총선, 대선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연대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론 국민들이 믿지 않습니다. 누구나 연대를 얘기할 겁니다. 그런데 국민 삶은 좌절과 낭패감에 빠져 있는데, 희망을 주기 위해서 민주당이 나를 버리고 나를 양보하는 그런 게 없다면 다른 당에서 오겠습니까. 다른 당은 그 당대로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을 텐데요. 우선은 이해관계 조정부터 시작하겠죠.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사회가 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진지한 노력입니다. 그래야 설사 이번에 연대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다음에 가능성이 남는 겁니다. 반엠비(MB) 연대하자?, 냉정하게 보면 국민이 여기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겠습니까?”
반 MB 연대? 추구하는 사회에 대한 공감대가 중요
정동영 복당,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하고 단합해야
지방선거는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치르는 게 옳아 - 손 전 대표에겐 ‘한나라당 탈당’이란 단서가 원죄처럼 따라붙습니다. 춘천에 내려와 지내고 재·보선 지원유세 활동 등을 하면서 이 원죄가 상당히 지워졌다고 스스로는 생각하십니까? “원죄라면 없어지지 않는 게 원죄 아닌가요? 구원받아야겠죠. 그럴려면 통절하게 반성하고, 무엇보다 개인적 차원보다 충심을 갖고 내 자신을 던지고 희생할 수 있어야겠죠. 나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탈당을 죄라고 생각한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죠. 나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은 게 아니고 추운 시베리아벌판을 찾아 나선 거니까요. 내가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아니 정치 이전에 젊었을 때부터 추구했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을 찾아나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있을 때도 꾸준히 그것을 위해 노력했구요. 그렇기에 한나라당에 있으면서도 정치적 개혁이나 남북관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내가 민주당과 민주 진영에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해가 되고 폐가 되는 존재인가를 항상 생각합니다. 그 대답은 나 자신도 추구할 것이고 민주당원과 민주 진영에게도 대답을 요구할 겁니다.” - 지난해 수원 장안 재보선 출마를 거절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종로 유권자와의 약속’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의회에 복귀한다면 종로 선거를 통해서 복귀하실 생각입니까? “두가지를 얘기하겠습니다. 하나는 내가 종로지역 위원장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당 대표로 종로에 출마한 이래로 나는 종로지역 위원장입니다. 둘째로, 나는 원칙과 정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게 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 한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원칙과 정도를 버리진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지금 재판에 계류중입니다. 1심에선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만약에 종로에서 재보선이 열린다면 출마하시겠습니까? “재판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선 얘기 안하는 게 예의겠죠.” - 어제(11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교육과학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부 발표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한마디로 ‘돈이면 다냐’는 생각이 듭디다. 국가의 신뢰와 권위는 어디 갔습니까, 충청도민만이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은 생각한 겁니까? 정부의 효율성, 능률 얘기를 하는데 말이 안됩니다. 21세기에 서울서 두시간 거리라는 건, 큰 나라에 가면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이 정부에서도 행정구역 통합을 하는데, 이번에 마산·창원·진해를 합쳤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끝에서 끝까지 가는 데 능히 2시간은 걸릴 겁니다. 삼성이 2조500억원 투자한다는데, 삼성의 1년 평균 투자가 20~30조원은 족히 될텐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죠. 교육과학 도시는 원안에도 있는 겁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만든다고 해서 행정관청만 딱 갖다놓고 말 것이었습니까? 특히 문제는 대기업 특혜입니다. 내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산업단지를 조성해봐서 아는데, 제일 문제가 땅값입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대기업에게 헐값으로 땅을 주면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합니까? 더구나 얼마 전에 이건희씨를 사면했는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우연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보겠습니까? 국격 국격 얘기하는데, 사면해주고 그 대가로 기업투자를 유치하는 게 국격에 맞습니까? 국민에 대한 신뢰, 존경, 존중이 없습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어요, 세종시도 그런 문제고요. 그것이 민주주의 후퇴로 나타나고, 억압정치로 나타나고, 힘으로 밀어부치는 정치로 나타나는 겁니다. 요즘 읽은 책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드림>인데, 이 책들이 일관해서 얘기하는 게 인간의 삶, 삶의 질, 행복 이런 겁니다. 한쪽 축이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 인간의 가치 이런 거라면, 다른 한쪽 축은 정말 국민을 어렵게 아는 정치 이런 겁니다. 도쿠카와 이에야스 얘기를 담은 <대망>을 다시 읽었는데, 이 책을 정략· 술수·책략 이런 면에서만 보는데, 내가 본 <대망>의 전편에 흐르는 건 국민과 하늘이었어요. 하늘의 뜻, 그리고 국민 그중에서도 서민들을 생각하는 것. 오다 노부나가가 어렸을 적 저잣거리에 나가서 놀며 서민생활을 익히고,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워낙 천민 출신이고,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끊임없이 일반 서민·대중과 호흡하고….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을 보더라도, 오바마가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데가 시카고의 빈민가잖아요, 거기서 운동하다가 시의원 되잖아요. 의료 교육 환경 문제에서 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자는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지요.” -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많이 읽는 건 아니고…, 정치를 하면서 차분히 책을 읽고 정리할 시간을 못가졌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를 다시 한다면 그 생활 어떨지 뻔하잖아요. 10여년 전에 경기도지사 떨어지고 워싱턴 가서 8개월 있으면서 세계 흐름을 볼 기회를 가졌는데, 이번에도 사람들이 외국 나가라고 했습니다. 외국 나가서 새 흐름 보는 것도 좋은데, 그보다는 내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여기로 온 겁니다.” -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몇시에 일어나십니까? “대중 없어요. 일찍 일어나면 5시에 일어나서 책 좀 보다가 운동도 하고 명상도 하고. 아침에 닭 모이 주고 개 똥 치우고 이런 일도 하다보면 한시간 정도 금방 갑니다. 그리고는 산에 갔다가 오고, 저녁엔 책을 보거나 인터넷 보고…, 여기 있으면서 텔레비전도 많이 봤습니다. 그 전엔 전혀 못봤는데.” - 무슨 프로그램을 가장 즐겨 보십니까? “요즘은 <지붕뚫고 하이킥>이 재밌더라구요. 내가 여기 있지 않았으면 ‘지붕킥’이란 말을 알기나 했겠어요? 어린애들 연기가 참 좋고…, 시트콤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TV프로그램이 너무 연예인 중심으로 되어 있고 점점 더 상업화되어 가는 거 같아요. 어느 채널 틀어도 비슷하게 연예인들이 나와서 얘기하고…, 그게 사자성어가 되고, 빵꾸똥꾸는 어린애가 하는 말이니까 귀엽기라도 하지만…. 표피적인 것만 자극하는 문화가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지도부를 개편해야 한다,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등의 얘기가 나옵니다. 지도부를 개편해서 새로운 지도부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세균 대표가 고생하시는데 조기 전당대회 얘기도 나오고…, 당에 대해서 비판도 많고 그런데, 우리가 그 점에선 겸허해져야 합니다. 어떻게 한사람한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 없는 게 우리 민주당의 모습이고 야권, 진보 진영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이런저런 얘기가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잘 치르는 게 옳다고 봅니다.” - 정동영 의원의 민주당 복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뉴스를 봤더니 최고위원회의에서 좀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얘기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가 안고 포용하고 덮을 거 덮어주고 그렇게 해서 단합해서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적절한 절차는 필요하겠죠, 그러나 빨리 복귀시켜서 그걸로 다시 내홍하고 분열하는 모습은 안보여야겠습니다. 정동영 의장도 잘못을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이제 통합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친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당은 지금 작은 차이를 갖고 크게 싸우기보다는 끌어안고 포용하고, 그래서 단합된 모습으로 정세균 대표 체제로 지방선거를 승리를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내 통합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서 연대와 통합을 얘기한다는 건 좀 그렇죠.” - 언제 춘천 생활을 접고 서울로 올라갈 계획입니까? “상황이 전개되는 걸 봐야겠지만, 그에 앞서 좀더 적극적으로 보고 듣고 배우고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반성이란 게, 무슨 딱 선을 긋듯이 반성 끝났다 만세부르고 그럴 것도 아니구요…. 아까 얘기했듯이 경우에 따라선 실천에 통해서 해야 하고…, 보고 듣고 배운다는 것도 일종의 실천 과정이니까 대화하고 토론하고 그런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만나서 의견을 듣고 해야지, 자칫 혼자 앉아있으면서 자기 독선에 빠지는 건 안좋은 거 같습니다.”
“내가 중도실용이란 용어를 쓰고, 그렇게 인식됐다는 걸 부정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도실용이란 용어를 더이상 써야 할까 심각한 회의에 빠져 있습니다. 내가 그 얘기를 했을 때는, 급진적 이념으로서의 진보주의가 우리 생활에 어떤 기여를 하겠나 하는 반성에서 중도로의 이동, 실천적 진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도실용이 보수주의의, 그것도 완전히 왜곡된 보수주의를 분장하는 용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 대통령의 ‘중도실용’은 돈이면 다 된다, 안되는 게 어딨어 밀어부치면 되지, 실리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 하는 겁니다. 거기에 인간은 없습니다. 내가 10년 전에 쓴 책이 <진보적 자유주의>에요. (1980년대 말~90년대 초에)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이 ‘제3의 길’로 노선 수정을 하고, 미국에선 빌 클린턴이 ‘새로운 민주당’을 내세워 집권했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여파 속에서 우로 한클릭 이동해서 집권을 한 겁니다. 내가 생각했던 ‘진보적 자유주의’도 다분히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고민하는 ‘진보적 자유주의’는 10년 전과는 좀 다릅니다. 그걸 ‘새로운 진보’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10년 전과 다르다는 건, 그때는 우로 한클릭 이동했다면 지금은 좌로 한클릭 이동했다는 뜻인가요? “정치란 시대적 상황, 사회적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적응하는 과정입니다. 제3의 길은 폐기된 건가? 그렇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는 게 제3의 길입니다. (<제3의 길>의 저자인) 앤서니 기든스가 2~3년 전 <이제 당신 차례요, 미스트 브라운>이란 책을 냈는데, 제3의 길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얘기하는 건 토니 블레어 때와는 다릅니다. 지금 한국에선 진보정권 10년이 보수정권에 패배했고, 세계 흐름은 신자유주의가 퇴조하는, 완전히 퇴조했다고 보긴 어렵죠, 어쨌든 이런 역사적 흐름과 한국 현실에서 추구해야 할 건 수치가 아닌 실질적·내용적인 성장이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겁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가치의 실현입니다. 기든스의 책을 보면, 이제 영국 노동당은 좌로 한클릭 이동해야 한다는 그런 비슷한 표현이 있습니다. 진보 쪽으로 좀 이동해야겠다는 건데요, 그런 걸 우리도 벤치마킹해야겠다는 겁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정동영 복당,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하고 단합해야
지방선거는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치르는 게 옳아 - 손 전 대표에겐 ‘한나라당 탈당’이란 단서가 원죄처럼 따라붙습니다. 춘천에 내려와 지내고 재·보선 지원유세 활동 등을 하면서 이 원죄가 상당히 지워졌다고 스스로는 생각하십니까? “원죄라면 없어지지 않는 게 원죄 아닌가요? 구원받아야겠죠. 그럴려면 통절하게 반성하고, 무엇보다 개인적 차원보다 충심을 갖고 내 자신을 던지고 희생할 수 있어야겠죠. 나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탈당을 죄라고 생각한다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죠. 나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은 게 아니고 추운 시베리아벌판을 찾아 나선 거니까요. 내가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아니 정치 이전에 젊었을 때부터 추구했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을 찾아나섰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있을 때도 꾸준히 그것을 위해 노력했구요. 그렇기에 한나라당에 있으면서도 정치적 개혁이나 남북관계,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습니다. 내가 민주당과 민주 진영에 도움이 되는 존재인가, 해가 되고 폐가 되는 존재인가를 항상 생각합니다. 그 대답은 나 자신도 추구할 것이고 민주당원과 민주 진영에게도 대답을 요구할 겁니다.” - 지난해 수원 장안 재보선 출마를 거절하면서, 그 이유 중 하나로 ‘종로 유권자와의 약속’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의회에 복귀한다면 종로 선거를 통해서 복귀하실 생각입니까? “두가지를 얘기하겠습니다. 하나는 내가 종로지역 위원장이라는 점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당 대표로 종로에 출마한 이래로 나는 종로지역 위원장입니다. 둘째로, 나는 원칙과 정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게 답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 한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원칙과 정도를 버리진 않겠다는 생각입니다.” - 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지금 재판에 계류중입니다. 1심에선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만약에 종로에서 재보선이 열린다면 출마하시겠습니까? “재판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선 얘기 안하는 게 예의겠죠.” - 어제(11일)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하고 교육과학 중심도시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부 발표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한마디로 ‘돈이면 다냐’는 생각이 듭디다. 국가의 신뢰와 권위는 어디 갔습니까, 충청도민만이 아니라 국민의 자존심은 생각한 겁니까? 정부의 효율성, 능률 얘기를 하는데 말이 안됩니다. 21세기에 서울서 두시간 거리라는 건, 큰 나라에 가면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 이 정부에서도 행정구역 통합을 하는데, 이번에 마산·창원·진해를 합쳤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끝에서 끝까지 가는 데 능히 2시간은 걸릴 겁니다. 삼성이 2조500억원 투자한다는데, 삼성의 1년 평균 투자가 20~30조원은 족히 될텐데,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죠. 교육과학 도시는 원안에도 있는 겁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만든다고 해서 행정관청만 딱 갖다놓고 말 것이었습니까? 특히 문제는 대기업 특혜입니다. 내가 경기도지사 시절에 산업단지를 조성해봐서 아는데, 제일 문제가 땅값입니다. 경제적 능력이 있는 대기업에게 헐값으로 땅을 주면 다른 기업들은 어떻게 합니까? 더구나 얼마 전에 이건희씨를 사면했는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우연일 수도 있지만 국민들이 그렇게 보겠습니까? 국격 국격 얘기하는데, 사면해주고 그 대가로 기업투자를 유치하는 게 국격에 맞습니까? 국민에 대한 신뢰, 존경, 존중이 없습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어요, 세종시도 그런 문제고요. 그것이 민주주의 후퇴로 나타나고, 억압정치로 나타나고, 힘으로 밀어부치는 정치로 나타나는 겁니다. 요즘 읽은 책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진보의 미래>,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 제레미 리프킨의 <유러피언드림>인데, 이 책들이 일관해서 얘기하는 게 인간의 삶, 삶의 질, 행복 이런 겁니다. 한쪽 축이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 인간의 가치 이런 거라면, 다른 한쪽 축은 정말 국민을 어렵게 아는 정치 이런 겁니다. 도쿠카와 이에야스 얘기를 담은 <대망>을 다시 읽었는데, 이 책을 정략· 술수·책략 이런 면에서만 보는데, 내가 본 <대망>의 전편에 흐르는 건 국민과 하늘이었어요. 하늘의 뜻, 그리고 국민 그중에서도 서민들을 생각하는 것. 오다 노부나가가 어렸을 적 저잣거리에 나가서 놀며 서민생활을 익히고, 토요토미 히데요시는 워낙 천민 출신이고, 도쿠카와 이에야스는 끊임없이 일반 서민·대중과 호흡하고….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을 보더라도, 오바마가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들어간 데가 시카고의 빈민가잖아요, 거기서 운동하다가 시의원 되잖아요. 의료 교육 환경 문제에서 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자는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지요.” - 책을 많이 읽으시는 것 같습니다. “많이 읽는 건 아니고…, 정치를 하면서 차분히 책을 읽고 정리할 시간을 못가졌기 때문에, 앞으로 정치를 다시 한다면 그 생활 어떨지 뻔하잖아요. 10여년 전에 경기도지사 떨어지고 워싱턴 가서 8개월 있으면서 세계 흐름을 볼 기회를 가졌는데, 이번에도 사람들이 외국 나가라고 했습니다. 외국 나가서 새 흐름 보는 것도 좋은데, 그보다는 내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에서 여기로 온 겁니다.” -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됩니까? 몇시에 일어나십니까? “대중 없어요. 일찍 일어나면 5시에 일어나서 책 좀 보다가 운동도 하고 명상도 하고. 아침에 닭 모이 주고 개 똥 치우고 이런 일도 하다보면 한시간 정도 금방 갑니다. 그리고는 산에 갔다가 오고, 저녁엔 책을 보거나 인터넷 보고…, 여기 있으면서 텔레비전도 많이 봤습니다. 그 전엔 전혀 못봤는데.” - 무슨 프로그램을 가장 즐겨 보십니까? “요즘은 <지붕뚫고 하이킥>이 재밌더라구요. 내가 여기 있지 않았으면 ‘지붕킥’이란 말을 알기나 했겠어요? 어린애들 연기가 참 좋고…, 시트콤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TV프로그램이 너무 연예인 중심으로 되어 있고 점점 더 상업화되어 가는 거 같아요. 어느 채널 틀어도 비슷하게 연예인들이 나와서 얘기하고…, 그게 사자성어가 되고, 빵꾸똥꾸는 어린애가 하는 말이니까 귀엽기라도 하지만…. 표피적인 것만 자극하는 문화가 사회를 지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지도부를 개편해야 한다,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등의 얘기가 나옵니다. 지도부를 개편해서 새로운 지도부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세균 대표가 고생하시는데 조기 전당대회 얘기도 나오고…, 당에 대해서 비판도 많고 그런데, 우리가 그 점에선 겸허해져야 합니다. 어떻게 한사람한테 책임을 전가할 수 있겠습니까. 그럴 수 없는 게 우리 민주당의 모습이고 야권, 진보 진영의 모습 아니겠습니까. 이런저런 얘기가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정세균 대표 중심으로 잘 치르는 게 옳다고 봅니다.” - 정동영 의원의 민주당 복당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뉴스를 봤더니 최고위원회의에서 좀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얘기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가 안고 포용하고 덮을 거 덮어주고 그렇게 해서 단합해서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적절한 절차는 필요하겠죠, 그러나 빨리 복귀시켜서 그걸로 다시 내홍하고 분열하는 모습은 안보여야겠습니다. 정동영 의장도 잘못을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이제 통합을 위해서 모든 걸 바친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당은 지금 작은 차이를 갖고 크게 싸우기보다는 끌어안고 포용하고, 그래서 단합된 모습으로 정세균 대표 체제로 지방선거를 승리를 이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내 통합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서 연대와 통합을 얘기한다는 건 좀 그렇죠.” - 언제 춘천 생활을 접고 서울로 올라갈 계획입니까? “상황이 전개되는 걸 봐야겠지만, 그에 앞서 좀더 적극적으로 보고 듣고 배우고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반성이란 게, 무슨 딱 선을 긋듯이 반성 끝났다 만세부르고 그럴 것도 아니구요…. 아까 얘기했듯이 경우에 따라선 실천에 통해서 해야 하고…, 보고 듣고 배운다는 것도 일종의 실천 과정이니까 대화하고 토론하고 그런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만나서 의견을 듣고 해야지, 자칫 혼자 앉아있으면서 자기 독선에 빠지는 건 안좋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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