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념하고 규탄하고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맨오른쪽)와 의원들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묵념을 마친 뒤(위 사진), 북한의 핵실험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 전 대통령 떠나는 날]
애도 분위기 속 ‘제2의 촛불’ 번질까 걱정
대북 강경책 강조…북핵정국 유도 움직임
애도 분위기 속 ‘제2의 촛불’ 번질까 걱정
대북 강경책 강조…북핵정국 유도 움직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 한나라당은 숙연한 분위기 속에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짧은 묵념으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영결식이 엄숙하고 평화롭게 끝나고 이 나라의 화해와 평화를 바라는 고인의 뜻이 널리 펼쳐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9일 열리는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 의원 전원이 참석할 것을 당부했다. 이재오 전 의원도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전 의원은 방명록에 “편히 가소서”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분향소를 나서며 “내가 1년 동안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봉하마을을 들러서 직접 찾아뵈려고 했다”며 “안타까운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살아계셨어야 했다“고 애통해 했다.
당 한쪽에선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술렁이는 민심이 혹여나 ‘제2의 촛불’로 번질까 걱정하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재선 의원은 “일단 내일까지는 정치권 등 모두가 심리적 공황상태겠지만 그 뒤론 민심을 달래고 국면을 극복할 대책을 당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솔직히 추모 분위기가 영결식 이후에도 이어져 자칫 반 엠비 시위나 정권 퇴진 시위로 이어질까 적잖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재선의원도 “시청 광장을 진작 개방해 국민들이 마음껏 슬픔을 표출하게 하되 과격한 행동은 통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봉쇄만 고집하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정부의 대응 방식을 아쉬워했다.
한편으로는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추모 정국’을 ‘북핵 정국’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나라당은 긴급 의총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연일 대북 강경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북이 핵무기를 가진 게 확인되면 우리도 가만있을 수 없다”며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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