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가협상 6월초부터 ‘5단계 시나리오’
“쇠고기는 ‘검역위생’ 아니라
‘동맹’ 차원의 문제”로 접근
‘동맹’ 차원의 문제”로 접근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추가협상을 벌이면서, 지난 6월 초부터 5단계 시나리오를 갖고 대응해 나갔다고 22일 청와대 쪽이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쇠고기 추가협상 타결에 대해 “기대 이상의 큰 성과라고 자신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가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청와대, 정부 대표단간 사전 협의’-통상교섭본부와 미 무역대표부(USTR)의 공식 협상’-‘협상 난관 시, 청와대-백악관 라인 가동’-‘협상 고비 시, 대통령 기자회견’ 등의 시나리오가 처음부터 다 계획돼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 설명에 따르면 지난 7일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화 통화 이후, 9일 김병국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미국 워싱턴으로 건너가 존 제프리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장관 대리, 넌 루거 상원의원 등을 만나 12일 ‘추가 협상’을 이끌어냈다. 김 전 수석이 백악관을 설득한 가장 큰 논리는 “쇠고기 파문이 더 이상 검역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 전반의 문제로 확산하고 있는 만큼, 한-미동맹 차원에서 이 사안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해 “검역 위생의 문제”라고 밝혀왔다.
김 전 수석이 ‘추가협상’의 판을 만들어 놓은 자리에 13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으로 건너가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공식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미 무역대표부는 다른 나라와의 쇠고기 협상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정부간 협상을 대폭 수정한 사례가 없다”며 완강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협상이 계속 난항에 부딪히자, 15일 김 본부장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며 짐을 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협상 전술의 하나였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김 본부장은 미국 쪽이 과학을 얘기할 때, “과학만으로 모든 게 되지 않는다”며 지난 10일 광화문 촛불집회 모습을 담은 대형 사진을 미국 쪽에 보여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19일 최종적으로 미국의 ‘양보’를 끌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동맹을 고려해 미국 쪽이 우리의 3가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기로 결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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