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이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통합민주당이 한-미자유무역협정 국회비준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도부 “강경”→“신중” 선회
한나라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에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나라당 수도권 소장파의 선두주자격인 원희룡, 남경필 의원은 28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력 회복”을 주문하고 나섰다. 원희룡 의원은 “지금 국민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데 분노의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있고, 이 에너지에 정치적 비판세력이 일부 결합된 것”이라며 “결코 공안적 접근으로 풀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정부와 정치권이 제도적 통로로 국민들과 소통해야 하는데 그 길이 막히니 시민들이 ‘거리의 정치’로 나간 것”이라고 규정하며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이든 청와대 수석들이든 중고등학교 교실을 찾아가 그들의 얘기를 듣고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경필 의원은 “당장의 촛불시위가 문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에서 명실상부한 원내과반수가 됐을 때 쇠고기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더욱 큰 고민”이라며 “지금처럼 다수당의 힘으로 국회 의사봉을 때리자고 한다면 농민과 국민들은 거리로 더욱 많이 뛰쳐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없는 토론과 설득만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정부 여당이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시위참가자 연행 등 강경책만 고집하면 ‘거리의 정치’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다.
지난 26일까지 ‘정치적 배후설’을 제기하며 정부의 강경 대응에 편승했던 한나라당 지도부도 27일부터 신중 대응으로 방향을 돌렸다. 지난 27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안상수 원내대표, 차명진 원내부대표 등은 “평화적 시위 보장”을 주문하고 나섰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시위자를 절대 구속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정부에 이미 전달했다”고 밝히며 “진압과정에 부상자라도 생기면 여론이 더욱 나빠질 수 있으니 경찰은 강경진압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차명진 원내부대표도 “어느 정부에서든 시위는 있게 마련인데, 강경진압을 하면 민심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며 정부 쪽에 자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정훈 의원 등 일부 참석자들은 여전히 ‘배후설’을 제기하며 “철저한 감시”를 주문했지만, 온건론에 밀리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28일에 쇠고기 반대 시위 비판 논평을 일체 중단했다. ‘불법시위 엄단’, ‘배후 수사’를 외쳐대던 논평이 난무하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여당이 배후 색출 등 강경한 목소리만 내서는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의 분노를 잠재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 속에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정치력을 복원하는 쪽으로 뒤늦게 방향을 잡은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지금까지 촛불집회에 잘못 대응했었다”고 말했다.
신승근 이유주현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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