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엉뚱 답변
“특단의 정무적 판단” 민동석 답변 실소 자아내
“특단의 정무적 판단” 민동석 답변 실소 자아내
7일 국회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관련 청문회에서는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의 답변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특히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에 대해 “국제적 기준을 반박할 과학적 근거가 없어,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광우병 위험 우려 등을 담은 농림부 내부의 문건은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농림부가 작성한 2007년 9월21일 3차 전문가 회의자료를 봤냐”고 묻자 정 장관은 “그때는 과거의 기준이었기 때문에 일일이 살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조 의원이 “보고서에는 호프만 박사가 28개월 소에서도 광우병 위험요인이 검출됐다고 했다”며 과거 농림부의 기본 자료도 살피지 않은 준비부족을 질타하자, 그는 “사실, 여러 박사들의 여러 연구가 있는 것 같은데,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의 안정성은 우리 미국 동포 250만명이 증거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한광원 통합민주당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정 장관은 불쑥 “미국에 있는 우리 아들딸 250만명 가운데 지난 20년 동안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증거가 어디 있나. 미국은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먹는다”는 말을 꺼냈다. 청문회장 곳곳에서 “빚을 내서라도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사드릴 테니 많이 먹어요!”란 비아냥이 쏟아졌지만, 정 장관은 “예, 많이 먹겠습니다”라고 맞받았다. 하지만 조경태 의원이 “미국인과 미국 교포들이 값싸고 질 좋은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먹고 있냐”고 묻자, “그건 확실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물러섰다. 정 장관은 또 농림부가 2007년 4월9일 미국의 잠정적 등급 상향 조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서를 국제수역사무국에 보낸 것에 대해서도 “일일이 다 파악하지 못했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민동석 통상정책관의 답변도 정 장관 못지않았다. 정세균 민주당 의원이 “광우병이 발생하면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협정문에 들어 있지 않다”고 거듭 지적하자, 그는 “협상 수석대표로서 거기까지 챙기진 못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엔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침이 없다. 일본, 중국, 대만, 멕시코 등 미국산 쇠고기 주요 수입국도 그런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국내 여론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정부가 (광우병 발생 시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특단의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답해 실소를 자아냈다.
민 정책관은 “9월21일 전문가 자료에서는 30개월 미만으로 모든 연령의 에스아르엠 부위를 제거한다고 돼 있다”는 강기갑 의원의 지적에 대해 “그것은 우리의 과학적 근거이지, 국제적인 근거가 아니다”라고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조혜정 신승근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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