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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괴담 아닌 괴담’…정부 밀실행정이 ‘근원지’

등록 2008-05-06 21:18수정 2008-05-07 16:38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등 38개 단체가 참여한 인권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경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결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등 38개 단체가 참여한 인권단체연석회의 회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와 관련해 “경찰이 자의적 판단으로 집회·결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중대사안 합의없이 결정-정보공개 안해 ‘소통부재’
쇠고기 외 물값 등 생활·건강과 직결된 내용 많아
즉흥 정책 오락가락 해명…정부불신 확대 재생산
인터넷에 나도는 일부 낭설이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보수언론들은 “허무맹랑한 괴담이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고, 한나라당은 “정부와 경찰은 유언비어 주동자를 찾아내 괴담을 종식시켜라”는 논평을 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근거없는 괴담에 현혹된 일부세력의 준동’ 쯤으로 몰아가려는 속내가 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괴담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는 정부 자신이라고 지적한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민주적 절차가 부족했고, 그나마 사후에 정확한 정보 공개도 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가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낳은 근원지라는 것이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정보를 감추고 숨길 때 ‘유언비어’가 생겨난다”며 “쇠고기 수입 결정과 관련해 자료 공개도 하지 않고, 해명도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그릇된 사실로 소통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괴담’의 내용을 보면, 보수 정권의 출범으로 ‘공공 안전망’이 흔들릴 것이란 불안감이 녹아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인터넷 요금 종량제 전환 △하루물값 14만원, 감기치료비 10만원 △수돗물·공기로도 광우병 전염 등, 이른바 ‘인터넷 5대 괴담’이라 불리는 낭설 가운데는 생활이나 건강과 직결되는 것들이 많다. 이에 대해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물론 대운하 건설이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교육 자율화 추진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들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이 많다”며 “이마저도 비공개적이고 즉흥적으로 처리돼다 보니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또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이 독도 포기라든가, 국운 소진 등의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낳는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과 정부가 중·고생과 시민들이 ‘괴담에 휩쓸리고 있다’고 표현한 데 대한 반발도 거세다. 지난 주말 촛불모임에 참가한 유아무개(17)양은 “광우병 위험 쇠고기가 학교 급식으로 나올 것이 걱정돼 반대하는 것이지, ‘공기로 오염된다’는 식의 괴담에 휩쓸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형빈 이화여고 교사는 “학생들도 방송, 언론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며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청소년의 특성을 매도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중앙대 1학년 김아무개(19)씨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바로 괴담 수준 아니냐”며 “건강권과 자신의 삶이 위협받는 데 대한 분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성태 교수는 “최근의 낭설은 절대 ‘괴담’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정부와 보수 언론은 실정에 대한 본질을 호도하기 위해 괴담으로 치부하고, 이를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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