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상득 의원(가운데), 박희태 국회 부의장 등과 함께 김효섭 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협상 무조건 받아들이라는 정부 자세 문제” 비판
당입장과 달라 파장…민주, 재협상으로 무게이동
당입장과 달라 파장…민주, 재협상으로 무게이동
야권이 한미 쇠고기 재협상을 강하게 주장하는 가운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 재협상에 힘을 싣는 발언을 해 당 안팎의 파장이 일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재협상 밖에 해결방법이 없고, 그렇게 해야만 된다면 재협상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쇠고기 협상을 전후한 정부의 자세와 태도”라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게 없는데도 정부는 협상 전 국민과 충분한 교감이 없었고, 협상 뒤에도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은 물론 뼛조각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수입에 반대한다고 했던 한나라당이나 일부 언론이 입장을 바꾸니 국민들로선 믿을 수가 없고 거짓이 있는 것처럼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광우병이 발생해도 수입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 국민이 안심하고 인정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특별법 제정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며 반대했다.
박 전 대표의 주장은 ‘재협상 불가’란 한나라당의 공식 태도와 배치된다. 그런 까닭인지 또다른 영남지역의 한 친박성향 당선인은 “재협상보다는 보완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박 전 대표의 주장이 당내 공감대를 넓힐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는 이번 발언에 앞서 측근들과도 따로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무소속 당선인들도 우선 복당이 급한 까닭에 한나라당 주류와 정책적으로 맞서기를 꺼린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상징성과 정치적 무게 때문에 그의 발언이 의외의 후폭풍을 불러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 서울지역 ‘친박근혜’ 진영 당선자는 “국민들의 분노가 큰 만큼 박 전 대표의 주장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동조했다. 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물타기’를 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정부도) 광우병 위험 요소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며 “하지만 당정을 통해 이 요소를 없앤 만큼 굳이 재협상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머리 발언에서 “우리 당은 무작정 특별법 입법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재협상을 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독소조항을 없애고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확보하면 굳이 특별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의 발언은 특별법보다는 재협상에 무게를 두는 자유선진당과의 공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자유선진당은 박선영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쇠고기 사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전면 재협상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홍사덕 친박연대 비상대책위원장도 “친박연대의 입장이 재협상 불가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검역주권과 관련해선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성연철 강희철 기자 sychee@hani.co.kr
성연철 강희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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