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운데)가 5일 오전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한-미 쇠고기협상 무효화 추진위 첫 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민주·민노 “특별법 강행”
야 3당은 5일에도 쇠고기 협상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재협상을 촉구하는 등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를 계속했다. 그러나 전날까지 ‘특별법 추진’ 의사를 비쳤던 자유선진당이 특별법 추진에는 반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방법론의 이견도 노출되고 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이날 쇠고기 협상 무효화 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더 말할 것도 없이 정부는 재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며 “7일 국회 청문회 결과에 따라 정부가 재협상에 나서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특별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8일 발의할 특별법에 △양국이 합의를 했어도,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보장하고 있는 검역주권을 침해할 때에는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국민건강과 직결된 통상협정을 맺으려면 국회의 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을 계획이다. 정봉주 전략기획위원장은 “이 법이 통과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협상의 무효화가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은 그러나, ‘국가간 협약과 국내법과의 충돌은 옳지 않다’며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고, 재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했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적인 국내·외 이유로 국내법을 통해 국제조약을 변형, 무효화하는 사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광우병이 발생해 국제수역사무국이나 미국에서 수입 중단을 결정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중단할 수단과 권한을 가져야 한다”며 “이런 내용의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검역주권은 촛불집회로 풀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쇠고기 문제는, 친미 반미 보수 진보의 문제가 아니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재성 민주당 원내 대변인은 “자유선진당을 최대한 설득하고, 다른 무소속 의원과 한나라당 내부의 양심적인 의원들에 대한 설득을 통해 특별법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오는 7일 ‘쇠고기 청문회’와 8일의 대정부 질의를 통해 협상의 문제점을 철저히 밝힐 예정이다. 또 ‘쇠고기 재협상 촉구 특별 결의안’과 특별법도 제출하기로 했다. 민노당은 지도부 기자회견을 열어 “축산 농가의 파탄을 이끌고, 국민 건강권까지 팔아넘긴 이명박 정권과의 전면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천영세 민주노동당 대표가 5일 낮 국회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와 관련해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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