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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축산농’ 강기갑 ‘쇠고기 투쟁’ 중심에

등록 2008-05-05 19:54수정 2008-05-07 17:20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에서 농림부가 작성한 쇠고기 협상 관련 문서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5일 오전 국회에서 농림부가 작성한 쇠고기 협상 관련 문서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재수술 해야지 덮는다고 해결되나”
4월 국회 입성 뒤 여섯 번째 단식
“정부가 수술하면서 거즈와 가위를 집어 넣고 봉합했다. 국민들이 ‘나 죽는다’고 난리가 났는데, 옥도정기 발라주면서 걱정 말라고 한다. 수술을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재수술을 해야지, 무조건 가리고 덮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나?”

5일 국회 정론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한 ‘재수술’을 촉구하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목소리가 불같았다. 강 의원의 손에는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방침이 적힌 농림부 문건이 쥐어져 있었다. 지난해 9월 마련된 이 방침은 ‘30개월 미만 고수, 모든 연령에서 7개의 SRM(광우병 위험물질) 제거’ 등 이번 협상 결과와 180도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강 의원은 “참여정부가 해 온 협상을 설거지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말짱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요즘 지난 4·9총선 때보다 바쁘다.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꺾은 ‘사천 대이변’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 그는 바로 다음날인 4월19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17대 국회 입성 이후 여섯 번째 단식 농성이었다. 5일 동안의 단식을 마치고는 민주노동당의 ‘광우병 쇠고기 전면 개방 협상 무효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운동본부’ 본부장을 맡아 전국을 돌고 있다. 청계 광장 촛불 문화제 참석, 쇠고기 청문회 준비 등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

강 의원이 ‘쇠고기 투쟁’의 중심에 떠오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는 젖소 90여마리를 키운 30년 농사꾼이다. ‘농민 대표’로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는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 등에서 쌀과 쇠고기 개방의 문제점을 줄기차게 따졌고, 단식과 시위를 마다하지 않는 투쟁적 모습으로 각인돼 왔다. 지난 2004년 17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서 한중 마늘협상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 회의록과 공문 등을 들이대며 송곳 추궁을 벌였던 일화는 유명하다. 강 의원의 누리집 자유게시판에는 지난달 29일 이후 3500여개의 격려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강 의원은 그동안 상임위 활동에 주력하면서 당 문제에는 한발 떨어져 있었지만, 이번 쇠고기 협상 문제를 계기로 ‘원내대표론’이 불거지는 등 당내 역할도 부쩍 커지고 있다.

강 의원의 심정은 복잡한 듯했다. 강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참여정부나 이명박 정부나 결국 에프티에이 때문에 미국의 요구에 번번이 굴복했다. 그동안 단식도 하고 몸부림도 쳤지만,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이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니 마음이 든든하고 뭔가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정부가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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