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공안해”…알지도 못한채 ‘대책회의’ 소동
당대변인조차 “한국이 미 도축장 지정” 엉뚱한 소리
당대변인조차 “한국이 미 도축장 지정” 엉뚱한 소리
한나라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대응책 마련을 공언하고 나서 혼돈이 가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4일 청와대, 정부와 쇠고기 사태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회의에 앞서 쇠고기 수입 협상 내용을 정부로부터 구체적으로 설명받지 못했다. 이한구 당정책위의장은 5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정부가 청문회 때 여야에 (협상 내용을) 함께 공개하겠다고 했으니 그때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문표 농림해양수산위 한나라당 간사도 “정부와 협상 관련 정보는 공유하지 못한 채 재협상에 가까운 보완대책을 세우는 게 급하다는 얘기만 집중적으로 오갔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탓에 회의 결과를 두고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회의 뒤 안상수 원내대표는 “대만의 수입재개 조건보다 우리가 더 불리하면 협상을 재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오갔다”고 말했으나, 여당 안에서도 이를 재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의문이 나온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4일 “미국 전역에 있는 도축장을 심사해서 우리 기준에 맞는 도축장만 지정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에 미국 도축장 승인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쪽이 쥐고 있던 미국 쇠고기 작업장 승인권이, 이번 협상을 통해 미국에 넘어간 상태다. 따라서 조 대변인의 발표는 실정을 모르고 한 것이었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지도부 방침과 달리 개별 의원들이 재협상론을 제기하는 각개약진 양상도 드러난다. 쇠고기 청문회 위원인 이계진 의원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국민적 의혹을 설득할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며 “그래도 국민들이 다른 생각을 한다면 정부 입장이 아무리 옳더라도 협상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재협상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충청권 유일의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자인 송광호 의원도 “정부가 대책을 세워놓고 협상했을 것으로 믿고 협상 결과 공개를 기다려 보겠다”면서도 “만일 아무 대책 없이 협상한 게 확인된다면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묵는 대가로 쇠고기 시장을 내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굴욕 협상 의혹’까지 제기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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