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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압도적 득표 앞세워 ‘특검 백지화’ 공세

등록 2007-12-20 19:36수정 2007-12-21 09:11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전국 74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거짓선거와 민주정치 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비상대책회의’ 대표들이 20일 오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나왔던 각종 의혹들을 털고 가기 위해 대통령 취임 전 특검을 통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진보연대, 참여연대 등 전국 74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거짓선거와 민주정치 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비상대책회의’ 대표들이 20일 오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는 끝났지만, 그 과정에서 나왔던 각종 의혹들을 털고 가기 위해 대통령 취임 전 특검을 통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나라-청와대 ‘이명박 특검법’ 갈등
“물러갈 대통령이…”-“대통령 당선 됐다고…”
한나라당 “당선자 발목잡지 말라” 압박
청와대 “선거결과와 특검은 별개” 맞서
신당·시민단체 “의혹은 털고 가라”

한나라당이 20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명박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면서, 특검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입장 변화는 없다”며 특검법을 수용할 의사를 밝힘에 따라 특검법은 예정대로 시행되겠지만, “당선자 발목잡기”라는 한나라당의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한나라당의 요구는 20일 오전 강재섭 대표와 박희태 상임고문의 입을 통해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전날 선거에서 과반에 가까운 압도적인 표를 얻은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이 그 여세를 몰아, 특검법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이날 “특검에서 무혐의가 되면 이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노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의 논리는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은 당선자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것이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와 통화에서 “김경준씨가 사실상 ‘자복’을 해버렸는데, 특검을 해본들 실효성이 없을 것이며, 물러가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차라리 (검찰에) 재수사를 하라고 하면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비비케이 의혹을 밝히는 특검과 이명박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게, 특검법 수용이라는 청와대의 기존 입장을 바꿀 만한 ‘상황 변화’라고 보지 않는다”며 “대선 결과와 특검법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득표 수를 근거로 특검법 거부를 요구하지만, 이미 이명박 당선자는 물론 검찰까지 특검법 수용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며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명박 당선자)는 물론 검찰의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특검 수사를 통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비케이를 내가 설립했다”는 이 당선자의 육성 동영상이 공개되는 등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명백히 존재하고, 이를 근거로 노 대통령이 재수사 검토 지시까지 내렸는데, 당선됐다는 이유로 ‘없던 일로 하자’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검찰의 재수사보다는, 특검이 비비케이 의혹을 푸는 데 더 유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일단 특검법 폐기는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재성 원내 대변인은 “아무 문제가 없으면 오히려 특검을 통해서 의혹을 정리하고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한나라당은 특검이 정상적으로 잘 추진되길 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신당은 21일 열리는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시민사회 단체도 한나라당의 ‘특검법 백지화’ 시도를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7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거짓 선거와 민주정치 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 비상대책회의’는 이날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결과가 곧 비비케이 의혹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는 만큼, 이명박 당선자는 특검에 협조하고 결과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다음 정부가 정상적인 국정 수행을 하기 위해서라도 비비케이 의혹의 진실은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한나라당은 특검을 무산시키려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태규 신승근 이유주현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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