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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현충원 참배 “국민 잘 섬기겠습니다”…분주한 첫 날

등록 2007-12-20 19:31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아침 수행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아침 수행원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당선자 첫 행보
‘방탄 리무진’ 돌려보내…미·일대사 예방 받아
가족과 부모님 묘소 찾기도…밤엔 부시와 통화

차기 대통령으로 맞은 첫날인 20일 아침, 이명박 당선자는 자택 문을 나서면서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오전 7시40분 현충원 참배를 위해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을 나서는 그의 앞엔 청와대 경호실에서 보낸 메르세데스벤츠 방탄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 당선자는 잠시 고민 끝에 방탄 리무진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 내내 사용한 기아 카니발 승합차에 올랐다. 그의 한 측근은 “이 당선자가 ‘예전에 한국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애썼는데, 청와대에서 보내줬다고 외제 차를 덥석 받아 타기가 부담스럽다. 경호차량 문제는 조금 더 생각해 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차기 대통령에 대한 경호가 낯설기는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당선자가 오전 8시께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도착하자, 전파방해 차량 때문에 이 당선자 주변의 모든 휴대전화가 불통됐다. 순간 통화를 하던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검은색 정장과 검은 넥타이 차림의 이 당선자는 엄숙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헌화와 분향을 했다. 참배를 마치고 나오다가 방명록 앞에 멈춰선 그는 10여초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방명록에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썼다.

이 당선자는 개인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오전 9시께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축하 전화를 받았다. 청와대를 곧 떠날 대통령과, 이제 청와대에 입성할 차기 대통령의 첫 전화 통화였다. 정권 인수인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노 대통령에게, 그는 “국정을 잘 수행하고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임기 말 국정의 손실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오전 10시부터 시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30여분간의 기자회견을 마친 그는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로 이동해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했다. 임태희 비서실장에게 전달받은 중앙선관위 당선증을 높이 치켜들고 연단에 오른 그는 먼저 감사 인사를 했다. 그는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성과를 만들지 않으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 더 큰 실망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 국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협력자가 되어 주시고 때로는 건강한 비판자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염창동 당사 옆 식당에서 선대위 인사들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여의도 당사로 돌아오자, 주한 외국 대사들의 예방이 이어졌다. 오후 1시30분 알렉산더 버시바우 미국 대사가 여의도 당사로 찾아와 축하인사를 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당선을 축하한다”며 “향후 양국관계가 더 생산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 당선자는 “저는 아주 고통스러웠지만 보시기에는 이번 선거가 재미있었을 것”이라며 “선거 문화와 민주주의가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곧이어 찾아온 시게이에 도시노리 일본 대사는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당선 축하 메시지를 이 당선자에게 전했다.


이어 이 당선자는 가족들과 함께 경기 이천의 선영을 찾았다. 한 측근은 “이 당선자는 오래전부터 당선되든 낙선하든 선거가 끝나자마자 부모님 묘소를 찾겠다고 말해왔다”며 “가족들과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 외부에 방문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온 이 당선자는 임태희 비서실장 등과 함께 내년 2월 청와대에 들어갈 때까지 쓸 사무실과 집을 구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청와대 경호실은 현재 이 당선자의 가회동 자택과 견지동 사무실이 경호에 부적절하다며, 새로운 장소로 옮길 것을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선 첫날의 공식 일정은 밤 9시40분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축하 전화를 받는 것으로 끝이 났다. 몇분간의 쉴 틈도 내기 힘든 하루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5년의 시작이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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