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719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7일 오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비비케이(BBK) 거짓 해명과 관련된 비상시국회의’를 연 뒤 “국민의 힘으로 부패정치 청산하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촛불집회와 시국농성 등 ‘48시간 비상행동’ 계획을 밝히며 국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백낙청·함세웅·박형규 등 사실상 정동영 지지
700여개 시민단체 ‘이명박 후보 사퇴’ 촉구
700여개 시민단체 ‘이명박 후보 사퇴’ 촉구
정동영, 문국현 두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해왔던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시민사회·종교계 원로들이 사실상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백 교수 등은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제는 그 누구더러 양보하라고 다그칠 것 없이 국민들이 선택권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자기가 처음부터 지지했던 후보가 아니더라도 가장 가능성이 있고 다수의 힘을 집결할 수 있는 후보를 밀어주는 길만이 남았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함세웅 신부는 “사실상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더라도 정동영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백 교수와 함 신부 등은 그동안 이른바 ‘7인 회의’를 주도하며 두 후보의 단일화를 추진해왔으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원로들은 또 동영상 공개로 비비케이 관련 의혹이 짙어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비판하고 재수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선을 불과 며칠 남긴 시점에서 이명박 후보가 자신의 육성으로 비비케이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고 밝힌 영상자료가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며 ‘결정적 물증’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 또는 특별검사의 재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로들은 “정치인이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가 있다. 대선 후보가 국민 앞에서 거짓말을 너무 거침없이 한다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백 명예교수, 함 신부, 박형규 목사,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장임원 중앙대 명예교수, 김용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이사장,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원로들의 정동영 후보 지지 선언에 대해 문국현 후보 선대위의 김갑수 대변인은 “원로들에게 누가 수구고 누가 진보냐(고 묻고 싶다)”며 반발했다. 김 대변인은 “지금 수구 보수의 대명사인 이회창 후보와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냐, 어색하기 그지 없는 일”이라며 “이런 단일화에 응하지 않았다고 문 후보를 거짓 민주화 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환경운동연합 등 719개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명동 향린교회에서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이명박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여온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비비케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투표일까지 ‘48시간 비상행동’에 들어가는 등 국민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와이엠시에이(YMCA)와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광주전남지역 시민단체 103곳과, 23개 단체가 속한 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본영 노현웅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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