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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정체성 180도 ‘휙’…정치 철새들 또 ‘파닥파닥’

등록 2007-12-13 09:20

왼쪽부터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강길부 의원, 장전형 전 민주당 대변인, 이윤수 전 의원, 안동선 전 의원.
왼쪽부터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 강길부 의원, 장전형 전 민주당 대변인, 이윤수 전 의원, 안동선 전 의원.

우리당 방북단 이끌었던 김혁규, ‘북 퍼주기’ 주장 이회창 캠프로
진대제, BBK무혐의 발표나자마자 ‘이명박’ 지지…이윤수·안동선도
내년 총선 앞두고 일찌감치 ‘여권 색깔 빼는게 유리’ 판단 때문인듯

“참여정부가 이룬 성과를 실패로 규정하는 세력과는 같이할 수 없다.”(8월 열린우리당 대의원대회)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의 말이다. 이랬던 그가 지난 11일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으로 규정한 이회창 무소속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정체성’이 가장 잘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선거 때마다 으레 있는 ‘철새’ 행태가 올해는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극과 극을 오가며 정체성을 180도 뒤바꿔버리는 몰염치함 탓이다.

김혁규 전 지사는 열린우리당 의원 시절, 친노 세력의 대선 후보 가운데 하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총리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는 지난 5월 열린우리당 방북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하는 등 ‘햇볕정책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그러던 그가 대북정책을 ‘퍼주기’라고 주장하는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정체성’이 무엇인지 어리둥절하다. 김 전 지사 쪽은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졌다는 게 김 전 지사의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왔다가 이회창으로 돌아가는 것은 ‘수구초심’”이라고 비꼬았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행태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진 전 장관은 애초 한나라당 선대위 참여를 부인했다가, 지난 6일 공개적으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 뜻을 밝혔다. 검찰의 비비케이 수사 결과 발표 직후다. 노무현 정부 최장수 장관이고, 지난해 지방선거 때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섰던 그가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반대편에 선 것이다. 진 전 장관 쪽은 “장관은 테크노크라트다. 올해 초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서 중립 상태였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들의 처신에 대한 불만은 강하지만, 언급은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두 사람에 대한 논평이 자칫 특정 후보에 대한 찬반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노 코멘트”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곤혹스럽다. 내부적으로 곱게 볼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통합신당을 탈당해 이명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도 ‘철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저격수’로 불렸던 장전형 전 민주당 대변인도 한나라당으로 보따리를 쌌다. 이윤수·안동선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 캠프에 몸을 실었다. 내년 총선에서 명함을 내밀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여권 색깔’을 빼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이회창 지지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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