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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숨은 공약 찾기 ③] 이회창 후보

등록 2007-12-12 20:23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지난 3일 오전 서울역에서 동대구행 KTX열차에 탑승해 배웅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지난 3일 오전 서울역에서 동대구행 KTX열차에 탑승해 배웅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6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강소국 연방제’
지자체 독립성 강화 회의적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공약은 다른 대선 주자들에 비해 빈약한 편이다. 대선을 불과 40여일 남기고 뒤늦게 출마해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 가운데 이 후보가 가장 강조하는 공약은 ‘강소국 연방제론’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성을 획기적으로 보장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이 공약의 뼈대다.

■ 연방국가 수준의 지방분권 가능할까?=이 후보는 “중앙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있는 지금의 국가 틀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대한민국을 입법, 사법, 교육, 행정, 경찰권을 가진, 5~6개의 지방정부로 구성된 강소국 연방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은 이 각각의 지방 정부가 싱가포르나 핀란드 같은 강소국이 되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이 구상에 따르면 지방 정부는 △독자적인 예산권과 인사권을 갖고 △교육평준화 제도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의 교육 자치권을 확보하며 △지역 실정에 맞는 경찰자치권을 갖게 된다. 일부 입법, 사법 기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 공약이 실현되면 지방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서울과 지방의 구분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나 효과면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한겨레〉 대선자문단의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는 “연방제는 영토가 크거나 언어, 민족, 인종 상의 차이가 심해서 이를 한 국가로 묶을 타협책이 필요할 때 도입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한국은 연방제가 아닌 ‘단방제’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각 지자체는 중앙정부로부터도 독립하지 못했다”며 “자체적으로 지방정부를 운영할 수 있는 경제, 사회, 문화적 역량이 갖춰졌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현 지방 자치단체의 문제점인 중복, 마구잡이 투자 등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 후보 쪽이 “헌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한다”고 할 만큼 녹록잖은 규모라 임기내 성사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이 후보는 9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임기 5년 동안 실현할 수 있는 구상은 아니다. 50~100년을 내다보고 준비작업을 한 뒤 해갈 일”이라고 말했다.

다민족 통합용…우리 현실과 거리
지자체 자치권 행사 역량구비 의문
탈세·부동산투기 고강도 제재 눈길

■ 고소득 세금탈루 엄벌, 군경 처우개선, 노인 복지강조 등 눈길=이 후보는 지난달 발표한 20대 정책의제의 제일 첫 머리에 △고의적 탈세에 대한 가산세율 40%에서 100%로 인상 △고소득 전문직 세금탈루자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부동산투기방지 특별법 등을 올려놨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나 다분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후보는 또 군인, 경찰관, 소방관 등에 대한 보훈기금을 2배 이상 확대하고 새 보훈병원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노인들을 배려한 점도 눈에 띈다. 그는 노인 장기 요양보험제도를 확대하고, 공공부문의 대민 서비스 업무에 노인 층의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노인성 만성질환 약값 국가 부담, 돌보미 서비스 확대 등도 들어있다. 보수 노령층을 묶어두려 급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약의 기조인 ‘작은정부 큰시장’, ‘10조원 감세’ 등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선 당시 공약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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