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변인 “통합·단일화 논의 하지 않는다”
대선 부재자투표(13∼14일)를 앞두고 급물살을 타는 듯하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와 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가 끝내 무산됐다.
두 당은 11일 연쇄접촉을 통해 대선 이후 곧바로 합당을 추진하는 선에서 후보를 단일화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뤘으나, 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강력한 반대로 최종 합의에 실패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앞으로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일체 통합과 단일화 논의는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정동영-문국현 단일화 논의가 깨진 데 이어 정동영-이인제 단일화 논의가 또다시 깨짐으로써, 이번 대선은 범여권 후보들이 각개약진하는 분열 속에 치러지게 됐다.
단일화의 사실상 마감 시한인 부재자투표가 닥치자 통합신당과 민주당은 긴박하게 접촉하며 쟁점을 좁혔다. 통합신당의 이용희 선대위 최고고문과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접촉 창구였다. 마지막 쟁점이던 두 당의 합당 절차를 둘러싼 이견도 해소됐다. 민주당이 단일화 조건으로 대선 이전에 중앙선관위에 합당 신고서를 제출하자고 제안하자, 통합신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남은 문제는 민주당 내부의 추인절차였다. 이인제 후보와 박상천 대표, 최인기 원내대표는 이날 점심을 함께 하며 단일화와 통합을 논의했으나 이 후보가 강력한 반대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오후 3시께부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 단일화와 통합 없이 독자노선을 걷는 방안 △단일화를 하되 대선 이후 합당 절차를 밟는 방안 △단일화와 합당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토론이 벌어졌다.
회의에서는 최인기 원내대표와 이상열 정책위의장은 “일단 단일화해서 대선을 치른 뒤 대선이 끝난 직후에 두 당의 통합절차를 밟자”며 단일화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가 강력히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이 후보는 “단 한 표가 나오더라도 국민을 보고 끝가지 완주하겠다”고 말했다고 유종필 대변인은 전했다. 이 후보는 “무참하게 쓰러질 수는 없다. 앞으로 민주당의 생명이 지속되게 하는 데 힘을 쏟겠다”며 텔레비전 토론회 준비를 위해 자리를 떴다. 박상천 대표는 “당위론적으로는 우리가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는 통합신당과 후보단일화를 해선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단일화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회의 뒤 이상열 민주당 의원은 “할말이 없게 됐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최인기, 이상열 의원을 제외하고는 단일화에 찬성하는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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