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4일 인천 남구 구월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거리유세에서 종이배를 흔들며 이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인천/연합뉴스
대선풍경
대통령후보들의 유세는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 자신을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의 장이다. 유권자들의 눈길과 관심을 잡아채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시장, 거리에서 저마다 볼 일을 보기에 바쁜 유권자들을 잡으려, 후보들은 ‘흥 돋우기’ 전략에 골몰한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유세의 ‘흥 도우미’는 단연 탤런트 유인촌씨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을 지낼 때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는 등 이 후보와 친분이 두터운 유씨는 빠지지 않고 유세차에 올라 이 후보와 인연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특히 “경제를 살릴 대통령이 누구인가, 기호는 2번, 이명박”이라며 한껏 분위기를 띄운 뒤 이 후보를 소개하는 대목이 하이라이트다. 각 지역 선대위의 선거운동원과 대학생 유세단 7~8명도 유세차 앞에서 파란색 옷을 입고 춤을 추며 분위기를 만든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유세에는 여성 자원봉사자들의 율동 외에 비보이들이 나타나 흥을 돋운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유세차량 앞에서 화려하고 기기묘묘한 몸짓을 선보이는 비보이들 때문에 유세장은 공연현장이나 다를 바 없다. 정 후보 유세장의 또다른 볼거리는 정청래 의원의 몸을 사리지 않는 행사 진행이다. 후보 유세 앞뒤로 정 의원은 지치지 않고 ‘막춤’을 춰가며 로고송을 따라부른다. 청중은 “정동영 찍어주세요”라고 끊임없이 외치며 몸을 흔드는 그의 열정에 우선 놀라고, 그가 현역 의원이라는 사실에 다시 놀란다고 한다.
반면, 이회창 후보의 유세 현장은 대단히 점잖은 편이다. 유세 차량 앞에서 10명 정도의 젊은이가 옷을 맞춰 입고 하트 모양을 그리는 가벼운 동작 정도를 할 따름이다. 연설원들 역시 최한수 건대 교수, 이치수 전 상명대 교수 등으로 선동가 형은 아니다. 이성희 유세팀장은 “지금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서민, 구국 행보와는 잘 맞지 않다고 판단해 유세현장을 요란하게 하지 않는다. 사실 그렇게 할 여력도 마땅찮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에겐 중앙유세단이 흥을 돋운다. 당 청년위원회가 중심이 된 이 유세단엔 19살부터 37살까지의 지지당원 40여명이 활동한다. 권 후보의 로고송인 ‘곤드레만드레’, ‘빠라빠빠’ 개사곡에 맞춰 경쾌한 춤을 추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연설원으로는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 번갈아 권 후보를 지원한다. 한 민주노동당 당직자는 “입심좋은 노 의원과 힘있는 심 의원의 지원 연설이 어떤 흥 돋우기보다 빼어나다”고 말했다.
아산/성연철, 이본영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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