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대통령선거 첫 후보자 합동토론회가 열린 6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각 후보들이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이명박 한나라당, 이회창 무소속, 권영길 민주노동당, 문국현 창조한국당, 이인제 민주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기계적 균형에만 치중…“기자회견 같아” 지적
전문가들 1대1 토론·총량 시간제 등 제안
전문가들 1대1 토론·총량 시간제 등 제안
“토론회가 아니라 기자회견 같았다!”(권혁남 전북대 언론심리학부 교수)
중앙선관위가 6일 주최한 1차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합동토론회를 두고, 진행방식과 내용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의 정책을 다른 후보들과 비교한다는 텔레비전 토론 본래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과 16일 열리는 2, 3차 토론회에선 토론다운 토론이 될 수 있도록 진행방식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후보마다 돌아가며 1분 또는 1분30초씩만 발언하도록 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짚었다. 이영수 중앙대 언론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1분짜리 답변으로는 어떤 논쟁도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시간에 쫓기니까 핵심 메시지를 계속 반복하는 데 주력할 뿐,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의 토론회 방식은 답변을 회피하고 자기 할말만 하게 만드는 구조”라며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후보의 내실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후보가 머리발언을 하고 난 뒤 다른 후보들한테 반박기회를 한 차례밖에 주지 않은 점도 상호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토론회 규칙을 정한 중앙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출연 후보가 6명이나 돼 이런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거방송심의위는 다른 방식도 검토했지만, 발언기회를 고르게 줘야 하고 특정 후보에 대한 공격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계적 균형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맥빠진 토론회’라는 평가에 대해 정병운 중앙선거방송심의위 상임위원은 “제대로 토론이 안 되고 재미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형평성과 심층성의 접목이 쉽지 않다”며, 많은 논의 끝에 결정된 방식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영의 묘를 살리면 정치적 균형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 토론회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일대일 토론의 결합이다. 송종길 경기대 교수(다중매체학부)는 “합의나 추첨을 통해 후보 6명이 각각 일대일로 짝을 지어 토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발언시간을 1분 단위로 쪼개지 말고 총량시간제로 쓰게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또 사회자한테 논점을 정리하고 토론을 이끌어갈 권한을 줘야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방송사 두 곳이 중계한 6일 1차 토론회의 시청률은 24~27%로, 방송 3사가 중계한 16대 대선 1차 토론회 시청률(35.8%)보다 낮다. 하지만 최근 방송사들의 대선 관련 토론회 시청률이 대개 10%를 넘지 못한 점에 비추면, 후보 합동토론회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불참으로 방송사들의 자체 합동토론회가 거의 무산됐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주최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더욱 중요한 판단의 기회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방송사 두 곳이 중계한 6일 1차 토론회의 시청률은 24~27%로, 방송 3사가 중계한 16대 대선 1차 토론회 시청률(35.8%)보다 낮다. 하지만 최근 방송사들의 대선 관련 토론회 시청률이 대개 10%를 넘지 못한 점에 비추면, 후보 합동토론회에 대한 관심은 높은 편이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불참으로 방송사들의 자체 합동토론회가 거의 무산됐기 때문에, 중앙선관위 주최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더욱 중요한 판단의 기회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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