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중앙우체국을 방문해 우편물류과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장학재단 등 예상…“다스 의혹 등 재산규모부터 밝혀야”
이명박 “재산 환원” 배경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7일 ‘재산 헌납’ 방침을 밝힌 데는 비비케이(BBK) 국면을 무사히 돌파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는 재산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진작 (재산 헌납 발언을) 하려고 하였으나 그간 의혹이다 뭐다 해서 공방이 심했고 검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이라서 보류해 왔다. 이제 이런 일들이 다 정리되었으므로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말씀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 측근 의원은 “지난주에 이미 이 후보가 ‘검찰 수사가 끝나면 재산 헌납 약속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태규 전략기획팀장은 “본래 이 후보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자서전 등에서 여러 번 밝혔다. 다만 비비케이 공방이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재산을 내놓겠다고 말하면 국면 전환을 위한 정치적 술수로 악용될 수 있어 수사발표 이후로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이날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표현도 썼다. 그동안 이 후보는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돈을 벌었다’ ‘공인 의식이 부족하다’ ‘주변 관리에 소홀하다’ 등의 비판을 수없이 받았다. 상대방 후보한테서는 ‘천민자본주의’라는 말까지 들었다. 이 후보는 재산 헌납을 통해,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수행했음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권 이후 그의 재산형성 과정을 둘러싸고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는 걸 미리 잠재우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는 ‘부인과 함께 살아갈 집 한 칸’을 빼고는 모든 재산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가 지난달 25일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재산은 모두 353억8030만원으로, 51억원에 이르는 논현동 자택을 뺀다 하더라도 약 300억원 가량을 기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재산 헌납 방법과 절차는 밝히지 않았으나, 측근들은 대통령 퇴임 이후 재단 설립 등의 방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해 “(살림살이가 어려운 분들이) 절망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고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하는 데 쓰여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측근들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장학재단 같은 것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관위에선 선거운동 기간에 재산 헌납을 밝힌 것이 선거법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안효수 공보담당관은 “대상을 특정하지 않고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하면 기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2002년 이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당선되면 월급 받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선거법 위반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은 ‘진정성이 없다’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최재천 선대위 대변인은 “삼성이 증여세 포탈을, 현대가 범죄 수익을 ‘사재출연’이라는 형식으로 무마시킨 것처럼,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가 이제는 대통령직을 사는 데까지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이혜연 대변인도 “재산 환원에 앞서 도곡동 땅과 다스의 소유 여부 등 정확한 재산 규모가 얼마인지부터 소상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김갑수 대변인도 “몇십·몇백만원 아끼려고 세금 안 냈던 사람이 재산 헌납을 하겠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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