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사건 관련 해명과 문제점
이면계약서 공개 뒤 첫 말문 연 이명박 후보
‘EBK 100억’ 출처 묻자 “중요하지 않다”
‘EBK 100억’ 출처 묻자 “중요하지 않다”
비비케이(BBK) 주인이 이명박 후보였던 것으로 표시된 이른바 ‘이면계약서’가 공개된 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관련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이 후보는 민감한 대목에선 “본질과는 관계가 없다”,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등 질문의 핵심을 회피하거나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하기도 했다.
지난 26일 오후 <기독교방송>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한 이 후보는 이뱅크증권중개(EBK) 증자대금 100억원의 출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100억이 어디서 나왔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요즘 언론이 실체를 모르니까 여러 문제가 나온다. 질문 자체도 실체와 달라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난 7월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는 “엘케이이(LKe)뱅크에 투자한 돈이 다시 그쪽으로 투자된다. 따로 돈이 나온 게 아니고 그 돈으로 다시 투자를 하는 형식을 밟았다”며 100억원이 엘케이이뱅크의 주식을 에이엠파파스(A.M Pappas)에 팔아서 나온 돈임을 내비쳤다. 최근 이 거래의 계약서와 계좌 흐름이 공개되면서 100억원이 다스에서 나왔다는 지적이 일자 말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영문판 이면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이뱅크증권중개 주식 106만주를 갖는 것으로 돼있는데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출자 및 주주관계확인서’엔 이 후보가 70만주, 친형 이상은씨가 18만주, 처남 김재정씨가 18만주씩을 나눠 갖는 것으로 돼 있다. 이상은씨와 김재정씨 몫의 주식은 이 후보의 차명 지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복잡해서 잘 모르겠는데, 다른 회사 만들려고 출자했다가 바로 취소했다. 바로 없어져 버렸으니 이 사건 본질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동문서답을 했다.
김경준씨가 비비케이(BBK) 주가조작을 벌인 시기에 대해서도 “(나와) 헤어진 다음이다. 비비케이가 다른 일로 조사를 받으면서 문제가 되니까 내가 회사를 만들다가 중지가 됐다. 중지된 이후 이 사람이 조작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비비케이 주가조작은 이 후보가 김씨와 결별했다고 밝힌 2001년 4월 이전인 2000년 12월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이 후보와 김경준씨가 동업자 시절에도 최소한 4개월 동안 주가조작이 진행됐다는 사실이 금융감독원 조사보고서에 명시돼 있다.
이 후보는 논란이 됐던 한글판 이면계약서의 직인 위조 논란에 대해서도 “도장은 두번째 문제”라고 핵심을 비켜 갔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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