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계약서 도장과 유사한 도장이 찍힌 서류들
금감원 제출자료에 유사한것 많아
검찰 ‘계약서 작성상황’ 규명해야
검찰 ‘계약서 작성상황’ 규명해야
비비케이(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라는 내용이 담긴 한글계약서(주식매매계약서)의 진위 여부를 가릴 열쇠는 이 서류에 찍힌 이 후보의 도장이다. 검찰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통해 이 도장과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도장에 대해 그간 ‘엘케이이뱅크의 설립 과정에서 업무를 포괄적으로 위임하면서 준 막도장’(나경원 대변인)이라거나, ‘이 후보의 인감도장이 아니라 비슷하게 생긴 막도장’(박형준 대변인)이라고 설명해 왔다. 또한 이 후보는 2000년 4월24일 인감도장을 잃어버려, 그 이후 새 인감을 썼다(홍준표 의원)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겨레> 취재 결과 한나라당이 막도장이라고 표현한 이 도장과 육안으로 봐도 비슷한 도장이 이뱅크증권중개 설립 관련 서류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특히 이들 서류는 한글계약서가 작성된 시점으로 적힌 2000년 2월21일과 매우 가까운 시기에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작성 날짜가 가장 가까운 서류는 이뱅크증권중개주식회사 설립 발기인 회의 의사록으로, 2000년 4월1일에 작성된 것으로 돼있다. 이 의사록을 살펴보면, 이명박 후보의 이름 옆에 찍힌 도장이 이면계약서의 도장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이 도장은 같은해 6월7일 작성된 이 후보 몫의 ‘지분인수확약서’와 ‘출자확인서’, ‘출자지분유지각서’에서도 발견된다. 이 도장은 또 2000년 9월28일의 자금조달방법 확인서와 2001년 2월의 이뱅크증권중개 신주식 청약서에까지 등장한다.
이뱅크증권중개는 온라인 기반의 증권사로,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씨와 손잡고 만들기로 했던 제일 중요한 회사였다. 또한 이들 서류는 설립 허가를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된 서류다.
물론 김경준씨가 한글계약서를 사후에 조작해 작성하면서 금감원에 제출된 서류들에 찍힌 이 후보의 도장을 위조했거나, 이 후보 몰래 사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금감원에 제출된 서류들에 찍힌 도장과 한글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실제로 같은 도장이라면, 한글계약서가 어떤 상황에서 작성된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이 대목은 결국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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