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성한용 선임기자의 대선읽기
보수에게 유리한 국면
‘중도 표’ 뺏기 싸움 치열
경제…도덕성…부패 등
프레임 논쟁도 달아올라 가설을 증명하면 이론이 된다. 이론이 모이면 학설이 되고, 학설이 모이면 사상이 된다. 사상은 그래서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노선, 가치, 이념은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찬성하는 노선과 가치를 외치는 후보자에 투표를 한다. ‘탈이념’의 시대라고 하지만, 노선과 가치의 위력은 여전하다. 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후보들의 노선 싸움이 치열하다. 왼쪽부터 나열하면, 권영길-정동영-이명박-이회창 정도가 된다. ‘진보’-‘중도개혁’-‘중도보수’-‘보수’다.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중도개혁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선거지형은 보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중도개혁 세력 10년 집권의 반작용 때문이다. 이명박-이회창 두 사람의 지지율 합계는 60%선을 넘나든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마저 한나라당 출신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은 자신의 노선을 터전으로 ‘표 지키기’, ‘표 빼앗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출마라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박재완 의원은 “한나라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이회창 후보가 가져가면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굳어지고 있다”며 “합리적 보수는 물론이고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전통적 보수가 바탕이다. 그 위에, 계층으로는 서민층, 지역은 대구·경북과 충청의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뛰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중도보수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명박 후보가 무너지면 현 정권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세력을 순식간에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중도개혁’의 기치를 든 것은 단순히 민주당과의 통합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강래 의원은 “무응답층이 적은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표를 가져올 데가 없다”며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으로 이명박 후보가 무너지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도 “정동영 후보는 본래 중도개혁 성향”이라며 “성장을 중시하는 이명박 후보와 달리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중도개혁 정책을 제시하면 표를 빼앗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무현 정권은 가짜 진보, 사이비 개혁 세력이었다”며, 이번 대선을 진보 대 보수의 싸움으로 몰고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선과 함께, ‘프레임’(틀)의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후보들은 어떻게든 자기가 만든 프레임에서 논쟁을 하려 든다. 그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경제’, 정확히 말하면 ‘경제 성장’과 ‘업적’의 프레임을 선점하고 있다. 다른 후보가 경제나 업적을 얘기하려면 이명박 후보의 프레임에서 싸워야 한다. 문국현 후보가 ‘진짜 경제, 가짜 경제’를 들고 나왔지만, 이명박 프레임을 아직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국가 정체성’과 ‘도덕성’의 프레임으로 무장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용했던 프레임을 먼지만 털어서 쓰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논리가 박근혜 전 대표와 비슷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가 이 대목에 대해 변명을 하면 할수록 이회창 후보가 유리해진다. 정동영 후보는 ‘부패 프레임’이다. 김경준씨 귀국을 계기로 이명박 후보가 무너지는 그 ‘한 순간’에 작동할 수 있는 ‘원 포인트’ 프레임이다. 그래도 일단 작동한다면 위력적일 수 있다. 이명박 후보가 이 사건에 정면대응을 하지 않고 슬쩍슬쩍 피해다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눈에는 후보가 먼저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노선과 프레임을 찾을 수 있다. 대선 국면을 감상하는 또다른 재미다.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중도 표’ 뺏기 싸움 치열
경제…도덕성…부패 등
프레임 논쟁도 달아올라 가설을 증명하면 이론이 된다. 이론이 모이면 학설이 되고, 학설이 모이면 사상이 된다. 사상은 그래서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다. 노선, 가치, 이념은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찬성하는 노선과 가치를 외치는 후보자에 투표를 한다. ‘탈이념’의 시대라고 하지만, 노선과 가치의 위력은 여전하다. 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후보들의 노선 싸움이 치열하다. 왼쪽부터 나열하면, 권영길-정동영-이명박-이회창 정도가 된다. ‘진보’-‘중도개혁’-‘중도보수’-‘보수’다. 문국현, 이인제 후보는 중도개혁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선거지형은 보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중도개혁 세력 10년 집권의 반작용 때문이다. 이명박-이회창 두 사람의 지지율 합계는 60%선을 넘나든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마저 한나라당 출신 후보들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은 자신의 노선을 터전으로 ‘표 지키기’, ‘표 빼앗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출마라는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박재완 의원은 “한나라당의 수구적 이미지를 이회창 후보가 가져가면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굳어지고 있다”며 “합리적 보수는 물론이고 개혁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전통적 보수가 바탕이다. 그 위에, 계층으로는 서민층, 지역은 대구·경북과 충청의 표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뛰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중도보수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이명박 후보가 무너지면 현 정권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세력을 순식간에 흡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중도개혁’의 기치를 든 것은 단순히 민주당과의 통합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강래 의원은 “무응답층이 적은 상황에서 이명박 후보를 무너뜨리지 않으면 표를 가져올 데가 없다”며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으로 이명박 후보가 무너지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천 민주당 대표도 “정동영 후보는 본래 중도개혁 성향”이라며 “성장을 중시하는 이명박 후보와 달리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하는 중도개혁 정책을 제시하면 표를 빼앗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노무현 정권은 가짜 진보, 사이비 개혁 세력이었다”며, 이번 대선을 진보 대 보수의 싸움으로 몰고 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노선과 함께, ‘프레임’(틀)의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후보들은 어떻게든 자기가 만든 프레임에서 논쟁을 하려 든다. 그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는 ‘경제’, 정확히 말하면 ‘경제 성장’과 ‘업적’의 프레임을 선점하고 있다. 다른 후보가 경제나 업적을 얘기하려면 이명박 후보의 프레임에서 싸워야 한다. 문국현 후보가 ‘진짜 경제, 가짜 경제’를 들고 나왔지만, 이명박 프레임을 아직은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국가 정체성’과 ‘도덕성’의 프레임으로 무장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용했던 프레임을 먼지만 털어서 쓰고 있다. 이회창 후보의 논리가 박근혜 전 대표와 비슷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가 이 대목에 대해 변명을 하면 할수록 이회창 후보가 유리해진다. 정동영 후보는 ‘부패 프레임’이다. 김경준씨 귀국을 계기로 이명박 후보가 무너지는 그 ‘한 순간’에 작동할 수 있는 ‘원 포인트’ 프레임이다. 그래도 일단 작동한다면 위력적일 수 있다. 이명박 후보가 이 사건에 정면대응을 하지 않고 슬쩍슬쩍 피해다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눈에는 후보가 먼저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노선과 프레임을 찾을 수 있다. 대선 국면을 감상하는 또다른 재미다.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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