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치켜들고 / 김경준 전 비비케이(BBK) 대표가 19일 새벽 구치소로 가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취재 기자들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수사 ‘속도전’…기소전 피의사실 공표엔 부담
이후보 주가조작 연루 부분만 발표 점치기도
이후보 주가조작 연루 부분만 발표 점치기도
비비케이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이 대통령 후보 등록일인 25일 이전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지, 발표한다면 어느 정도 수위까지 밝힐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안에서는 대선 후보 등록일 전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사건 규모와 수사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불과 일주일 만에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후보 등록일 전에) 중간수사 발표는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려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선 후보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이명박 후보 쪽에서 “중간수사 발표는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에서 쉽게 수사결과를 공개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8월13일 검찰이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견줘 정반대의 관측도 있다. 후보 등록일이 지나면 사실상 수사를 진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되도록 그 전에 결론을 내려고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수사에 착수한 이상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내놓으려고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수사결과 발표가 대선 투표일에 가까울수록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대한 비난이 거세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총장은 최근 “도곡동 땅 수사팀은 수사가 미진하다며 발표에 부정적이었지만, 국민에게 (발표를) 약속한 만큼 내가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후보 등록일 전에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면, 주가조작과 다스 관련 의혹을 분리해 발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해야 하는 다스의 실소유주 부분은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반면, 김경준이 직접 관여한 주가조작에 이 후보가 공모했는지는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검찰은 비비케이 주가조작의 공모 관계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삼성생명, 심텍, 오리엔스캐피탈 등 주가조작에 동원된 마프펀드에 투자한 주요 참고인들을 불러 투자 과정에 이 후보가 개입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고, 엘케이이뱅크 감사를 지낸 미국 변호사 김아무개씨를 뒤쫓고 있다.
특히 검찰에 자진출석한 이 후보의 최측근이자, 엘케이이뱅크의 이사와 이뱅크증권중개의 대표를 지낸 김백준(67)씨를 15시간 동안 강도 높게 조사한 것은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가방 앞세우고/ 김경준 전 비비케이(BBK) 대표가 19일 새벽 구치소로 떠나기에 앞서 한 교도관이 흰색 쇼핑백을 들고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 쇼핑백은 지난 16일 미국에서 송환된 김씨가 검찰청사로 들어설 때 검찰 수사관이 함께 들고 들어갔던 것이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고제규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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