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조사 적극 협력..범여공세 맞불
한나라당은 18일 `BBK 주가조작'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김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와 검찰의 수사태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검찰이 공정하게만 수사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내심 검찰 수사가 막판에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의 김대업씨 수사처럼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검찰에 대한 압박 메시지를 쏟아냈다.
다만 `칼 자루'를 쥐고 있는 검찰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특검' 등의 공격적 용어는 자제한 채 `검찰을 믿는다', `상식적으로 후보등록 전 중간수사 발표는 말이 안 된다'는 등의 우회 화법을 구사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주말도 잊은 채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고 BBK 주가조작 사건의 `실체'를 설명하고, 검찰의 `공정수사'를 촉구했다.
당 클린정치위원장이자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한 홍준표 의원은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면계약서'가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만약 있더라도 그것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소송이 진행되는 3년 반 동안 자기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한 자료'가 없다고 하다가 갑자기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위조된 계약서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후보 등록일인 25일 이전에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은 옳지 않고 검찰 관례에도 어긋난다"면서 "정상적인 검찰이라면 김씨 기소 시한인 내달 6일 이전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김씨의 범죄사실만 발표하고 이 후보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명 검찰총장을 겨냥, "23일 퇴임하면 관례적으로 전날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하게 돼 있다"면서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 도곡동땅 사건 때처럼 이상야릇한 얘기를 한다면 그건 검찰 전체가 오해받는 계기가 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후임 총장에게 넘겨주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후 기자회견에서 "귀국을 거부해 오다가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귀국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검은 거래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기획귀국' 의혹을 거듭 제기한 뒤 "그의 귀국 첫 메시지가 `일부러 이때 들어온 게 아니다'였는데 마치 `일부러 이때를 택해 들어왔다'는 말로 들린다"고 말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가 이 후보와 관련해 가져 온 게 거의 없는 것 같다"면서 "이미 게임(검찰수사)이 끝나가고 있는 듯하다. BBK는 `한 방'이 아니라 완전 `헛 방'"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김씨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사실에 주목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는 것은 순순히 범죄를 다 인정한 것 아니겠느냐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보통 영장실질심사시 피의자의 `주장'이 언론에 그대로 유출되면서 의혹이 커지게 마련인데 그런 우려를 차단했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항변할 거리가 없어 포기한 게 아닌가 싶다"고 단언했고, 원내부대표인 박세환 의원은 "어쨌든 판사에게 할 말이 없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김씨가 명백한 혐의사실에 대해서는 검찰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 형량을 탕감받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이 후보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 작전을 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됐다.
상황이 꼭 불리하게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서인지 한나라당은 이 후보를 제외한 모든 관련자들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에 적극 협력토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방어만 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나서 해명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실제 범여권이 BBK 주가조작 실무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당시 여직원 이모씨가 검찰조사를 받았으며 필요시 이 후보의 미국 소송 대리인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도 검찰에 출석케 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은 범여권의 BBK 공세에도 적극 대응했다. 아예 한발짝 더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 당선축하금 의혹을 포함한 삼성비자금 특검범 관철을 요구하며 범여권을 압박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대통합민주신당이 오늘도 재탕 삼탕의 폭로를 계속했는데 `김경준 공작'마저 물거품이 돼 가는 것을 직감한 마지막 발버둥"이라면서 "신당과 정동영 후보는 입만 열면 거짓말에다 공갈 협박이다. 정 후보는 `저능력', `저신뢰', `저품격'의 3저 후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의원은 "정 후보가 BBK를 거론하면서 이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데 정 후보가 커 나온 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어미를 잡아먹는 `살모사 정치'라고 할 수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키워 준 권노갑을 잡아 먹었고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고 일갈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공직부패수사처법을 고리 삼아 사실상 삼성비자금특검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비자금특검법에 당선축하금 수사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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