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가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김경준씨는 입국 게이트에서 취재진에게 30초 가량 사진촬영에만 응하고 계류장으로 빠져 중앙지검으로 떠났다. 인천공항/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김경준씨 귀국 현장
사진촬영 뒤 조사실 직행…이명박 지지자 호송차 막기도
사진촬영 뒤 조사실 직행…이명박 지지자 호송차 막기도
“한마디만 할까요?”
16일 저녁 7시52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에 도착한 김경준(41)씨는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입을 열었다. 검찰 수사관 10여명과 함께 검찰 호송차를 타고 검찰청사에 도착한 그는 밝은 표정에 웃음까지 지어 보였다. 김씨의 말에 검찰 수사관들은 놀란 듯 좌우로 그를 감싸고 검찰청사로 서둘러 들어갔다.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선 김씨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부러 이때 온 거 아니에요. 민사소송 끝나서 온 거예요”라고 말한 뒤 특수부가 있는 청사 10층으로 올라갔다. [ 바로 가기]
김씨는 이날 오후 6시8분께 아시아나항공 201편으로 인천국제국항에 도착했다. 6시30분께 법무부와 공항세관 직원들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 김씨의 입국수속을 마쳤고, 6시50분께 김씨가 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8번 출입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갑을 찬 두 손은 회색 수건으로 덮여 있었다.
김씨는 오랜 비행 탓인지 매우 피곤해 보였으나, 불안해하는 기색은 없었다. 검찰 수사관들이 양쪽에서 팔짱을 낀 채 김씨와 함께 30초 가량 사진 촬영 기회를 줬다. 이어 김씨는 8번 출입문으로 다시 들어가,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던 검찰 호송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했다.
김씨가 도착할 무렵부터 인천국제공항 1층에서는 김씨의 귀국을 두고 정반대의 견해를 가진 시위대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연대 21’ 소속 30여명은 “두번 다시 안 속는다”, “공작정치 분쇄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김씨의 귀국에 항의했다. 같은 시각, 자신들을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힌 250여명은 “후보 교체”를 외쳤다. 경찰관 10여명은 두 시위대가 충돌할 것에 대비해 경비를 섰다. 서울중앙지검 앞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자 10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김씨가 탄 호송차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앞서 김씨는 15일 새벽 6시(현지시각), 3년5개월여 동안 감금돼 있던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연방구치소를 떠났다. 오전 10시와 11시5분에 서울로 출발하는 대한항공편에 그는 탑승하지 않았다. 12시10분 아시아나항공 201편의 카운터나 탑승구에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 연방보안국 관계자들은 김씨와 함께 공항 주변의 임시구치소에서 기다리다 버스를 이용해 곧바로 활주로에서 대기하던 아시아나 비행기에 올라타 취재진을 따돌렸다. 김씨는 검찰에 제출할 자료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탔다고 법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탑승 뒤 김씨는 곧바로 국내 송환팀에 인도됐고, 송환팀은 48시간 동안 유효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이 비행기 탑승객들은 인천공항에 내리면서 “김씨가 같은 비행기에 탑승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김소연, 박현철 기자 dandy@hani.co.kr
BBK주가조작사건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 후 주가조작과 횡령혐의 등에 대해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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