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 선거사무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대선 필승을 다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북 개혁·개방과 연계없이 퍼주기는 안돼”
학계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 무시” 비판 이회창 대선 예비후보가 대북정책에서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버금가는 강경보수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이 모호하다고 비판했던 이 후보는 9일에도 이명박 후보를 비판하면서 강경한 대북관을 드러냈다. 이회창 후보는 이날 경기도 남양주에서 서해교전 전사자 고 황도현 중사의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북핵 폐기와 북한 독재체제의 개혁·개방이 돼야 남북관계도 진전되고 한반도 평화도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얼마 전 이명박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햇볕정책을 유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북한 체제개방과 연계하지 않는 햇볕정책을 승계한다면 정권교체에 의미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앞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도 “상호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명박 후보는 (북한 지원을) 핵 불능화와 연계하지만, 나는 체제개혁, 개혁·개방과 연계해서 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 폐기에서 한걸음 더 나가, 북한 체제가 바뀌어야만 대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미국 네오콘들이 “북한 체제의 민주화 및 인권 개선과 연계해서 인도적인 대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지 부시 미 행정부를 압박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체제 개혁·개방 문제는 북한이 매우 민감해하는 주제여서, 남북 관계를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또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는 북핵 폐기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라고 요구했어야 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가기 전 (한나라당의) 논평도 ‘기왕 가니까 잘되길 바란다’고 해서 굉장히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햇볕’이 아닌 ‘강압’으로 바꿔버리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자연사’보다는 ‘급사’를 시키겠다는 측면에서 네오콘 논리와 맥락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엔 북한 지원을 위한 과정이 빠져 있고,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기존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학계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 무시” 비판 이회창 대선 예비후보가 대북정책에서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에 버금가는 강경보수 주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이 모호하다고 비판했던 이 후보는 9일에도 이명박 후보를 비판하면서 강경한 대북관을 드러냈다. 이회창 후보는 이날 경기도 남양주에서 서해교전 전사자 고 황도현 중사의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북핵 폐기와 북한 독재체제의 개혁·개방이 돼야 남북관계도 진전되고 한반도 평화도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얼마 전 이명박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햇볕정책을 유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북한 체제개방과 연계하지 않는 햇볕정책을 승계한다면 정권교체에 의미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앞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도 “상호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명박 후보는 (북한 지원을) 핵 불능화와 연계하지만, 나는 체제개혁, 개혁·개방과 연계해서 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 폐기에서 한걸음 더 나가, 북한 체제가 바뀌어야만 대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미국 네오콘들이 “북한 체제의 민주화 및 인권 개선과 연계해서 인도적인 대북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지 부시 미 행정부를 압박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체제 개혁·개방 문제는 북한이 매우 민감해하는 주제여서, 남북 관계를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또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후보는 북핵 폐기 문제를 제대로 논의하라고 요구했어야 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가기 전 (한나라당의) 논평도 ‘기왕 가니까 잘되길 바란다’고 해서 굉장히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은 북한을 ‘햇볕’이 아닌 ‘강압’으로 바꿔버리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자연사’보다는 ‘급사’를 시키겠다는 측면에서 네오콘 논리와 맥락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이회창 후보의 대북정책엔 북한 지원을 위한 과정이 빠져 있고,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기존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를 답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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