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독주’ 벗어나 안보·부패 쟁점화
지역변수 다시 떠오리고 단일화도 촉각
지역변수 다시 떠오리고 단일화도 촉각
대선 구도가 돌변했다.
‘이명박 독주 체제’였던 대선 구도가 이회창 후보 출마를 계기로 새롭게 짜이고 있다. 선거일을 40일 앞둔 9일 현재까지도 판이 계속 흔들리면서, 2002년 대선에 버금갈 정도로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후보의 말이 아니어도 “대선은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쟁점의 다극화=지금까지 가장 큰 선거 쟁점은 ‘경제’였다. ‘경제 대통령’(이명박), ‘선진경제’(박근혜), ‘평화경제’(정동영), ‘진짜경제’(문국현), ‘서민경제’(권영길) 등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경제’를 앞세웠다.
지난 대선의 핵심 쟁점이었던 ‘안보와 대북정책’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중도·실용’을 표방한데다 남북 정상회담 찬성 등의 뜻을 밝히면서 전선이 형성되지 않았다.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후보가 ‘개성 동영’을 내세우며 이명박 후보의 ‘왼쪽에서’ 쟁점화를 시도했으나 불이 붙지 않았다. 이런 판에 이회창 후보가 국가 정체성을 부르짖으며 이명박 후보의 오른쪽을 파고들자 보수권이 ‘안보 보수’와 ‘시장 보수’로 분화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앞으로 상대적 강점인 ‘안보’ 이슈를 계속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후보 쪽은 이회창 후보를 의식해 ‘더 오른쪽’으로 한발 다가가면서도 되도록 ‘안보 논쟁’에서 한걸음 떨어지려는 태세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출신인,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의 황영기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이회창 후보와의 싸움은 당에 맡기고, 이명박 후보는 강점인 ‘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라는 건의를 후보가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며 “이회창 후보가 내세운 안보 프레임에 빠지기보단, 이명박은 역시 경제를 내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이회창 후보가 ‘오른쪽’에서 다투는 사이, 왼쪽을 기반으로 ‘중도’ 공략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의 장본인인 김경준씨 귀국이 임박함에 따라 ‘경제’와 ‘안보’에 이어 ‘부패’ 문제가 또다른 대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동영 후보 쪽은 ‘비비케이·도곡동 땅’ 의혹과 ‘대선 불법자금 차떼기’를 들어 이명박-이회창 후보를 싸잡아 ‘부패’로 몰아붙이며 자신의 틀을 짤 태세다.
지역변수의 재등장=올해 대선에서 지역 변수는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5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약세지역인 수도권에서 60% 가까운 지지율을 얻고, 불모지인 호남에서도 10∼20%의 높은 지지율을 얻어 지역구도가 허물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출현하자 영남과 충청이 꿈틀대면서 새로운 지역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대구·경북, 충청 등에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30%를 넘어 이명박 후보와 호각세를 이루고 있다. 수도권은 이명박, 호남은 정동영, 충청과 영남은 이명박과 이회창 후보가 각축하는 구도다. 결국 충청과 영남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 또 정동영 후보가 호남표, 특히 수도권 호남표를 얼마나 결집시키느냐에 따라 대선 구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가 여야 모두의 과제로=이전까지 단일화는 범여권의 마지막 승부처였다. 그러나 이제 단일화는 범여·범야의 공통 과제가 됐다. 특히 범여권은 한나라당 세력의 분열로 단일화에 강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단일화의 폭발력은 이명박 독주체제가 허물어지는 속도에 따라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명박-이회창의 ‘역단일화’가 일어난다면, 사실상 게임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
단일화가 여야 모두의 과제로=이전까지 단일화는 범여권의 마지막 승부처였다. 그러나 이제 단일화는 범여·범야의 공통 과제가 됐다. 특히 범여권은 한나라당 세력의 분열로 단일화에 강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단일화의 폭발력은 이명박 독주체제가 허물어지는 속도에 따라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이명박-이회창의 ‘역단일화’가 일어난다면, 사실상 게임이 끝나버릴 수도 있다.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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