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이명박-이회창 지지율
박근혜 지지층 흡수…한나라 지지 34%가 돌아서
이명박 후보, 수도권·자영업자 지지율 여전히 강세
이명박 후보, 수도권·자영업자 지지율 여전히 강세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지지율 급상승을 누가 이끌고 있나. 3일 실시된 <한겨레>와 ‘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 결과는 이 의문에 상당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번 조사에서 이 전 총재 지지 의사를 밝힌 26.3%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지역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구·경북의 이 전 총재 지지율은 37.2%로, 이명박 후보(이명박 42.5%)에게 약간 뒤지긴 했지만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또 부산·울산·경남에서는 이 전 총재 지지율이 32.6%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지지율(28.3%)을 웃돌았다. 경남·북을 합친 영남권 전체 지지율에서도 이 전 총재는 오차범위 안이지만 34.4%로 이명박 후보(33.9%)를 앞섰다. 영남지역의 유권자 층을 이 전 총재와 이 후보가 거의 똑같이 나눠 갖고 있는 것이다.
고향인 충청권에서의 이 전 총재 지지율(27.3%)도 이명박 후보(35.0%)에 못 미쳤지만, 꽤 높은 편이었다. 연령·계층별로는 50대(32.2%)와 농·임·수산업(33.3%), 고졸(28.5%) 층에서 이 전 총재 지지율이 높은 게 눈에 띈다. 한나라당 경선 이전엔 박근혜 전 대표 지지세가 높았던 층이다.
또 한나라당 지지층의 34.2%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53.9%)가 아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지지한다고 응답했고, 2002년 이회창 전 총재 지지자의 36.4%(이명박 47.0%)도 이 전 총재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핵심 지지층의 분열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 총재 지지층을 대상으로 ‘왜 지지하는지’를 물은 조사 결과도 눈에 띈다.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이 자꾸 나올까 불안해서’(16.5%), ‘이명박 후보의 한나라당 통합 능력이 의심돼서’(9.6%)라는 응답보다, ‘이회창 전 총재의 자질과 성품이 마음에 들어서’(66.7%)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1천만표를 얻은 이회창 전 총재가 아직까지 나름의 고정 지지층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임상렬 ‘리서치플러스’ 사장은 이 전 총재 지지층에 대해 “한나라당을 지지하면서도 이명박 후보에게 반감을 느끼는 층과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면서도 그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층이 결합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할 경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큰 타격을 받으리란 점은 여러 지표에서 드러난다. 이 전 총재가 출마할 때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전국적으로 하락했는데,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선 28.2%포인트(70.7% → 42.5%)나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전 총재가 출마하더라도 수도권(46.4%), 자영업자(43.6%), 화이트칼라(40.8%) 층에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여전히 40%를 웃돌며 강세를 보였다.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38% 안팎에서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이런 강점 때문이다. 권태호 기자 ho@hani.co.kr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빙고동 자택을 나서 지방으로 떠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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