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풍수지리연구가들이 충남 예산군 신양면 녹문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새 선영에서 묏자리를 살펴보고 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선친묘 이어 7월 직계 9기도 옮겨…군왕지 소문
풍수연구가 “한달전 ‘때가 왔다’고 알려드려”
풍수연구가 “한달전 ‘때가 왔다’고 알려드려”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7월 조부와 증조, 고조 등 직계 조상 묘 9기를 이장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조상 묘 이전은 이 전 총재의 ‘대선 도전 3수’와 관련돼 미묘한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 전 총재가 조상 묘를 옮긴 곳은 전주이씨 선산인 충남 예산군 신양면 녹문리 산13-1 일대다. 2004년 4월 예산읍 산성리에 있던 선친(이홍규) 묘를 이곳으로 이장한 데 이어, 7월18일 선친 묘 위쪽으로 직계 조상 묘를 옮겼다. 이 전 총재는 이장 후 “마음이 이렇게 편한 적이 없었다”며 매우 만족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 선친 묏자리를 잡아준 풍수지리 연구가 박민찬씨는 “1996년과 2002년 대선에 앞서 생가와 선영을 둘러보고 ‘(대통령이) 안 된다. 이장하라’고 권유한 인연이 있었는데, 2002년 대선이 끝난 뒤 이 전 총재 친척 등이 찾아와 ‘이장하겠다’고 해 이장지를 정해 줬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도 조상 묘를 옮긴 뒤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이어 “나머지 조상묘도 좋은 자리”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곳은 ‘선인독서형’(선비가 책을 읽는 지형)의 좋은 자리이며 발복이 빠른 게 특징”이라며 “선친 묘를 이장한 뒤 2005년께 (이 전 총재께) ‘올 10월까지 출마 등 정치활동에 대해 일절 말하지 말고 기다리면 때가 온다’고 말씀드렸으며 한달여 전 ‘때가 됐다’고 알려드렸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조상 묘는 예산읍에서 청양 쪽으로 8㎞쯤 가면 왼쪽으로 ‘전주이씨 우계당 선영’이라고 표시된 표지석이 있는데, 이 마을 뒷산의 산봉우리 6~8부 능선에 조성돼 있다. 예산 주민들과 풍수지리 연구자들 사이에는 이 전 총재가 대권에 도전하려고 조상 묘를 ‘군왕지’ 명당으로 이장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 전 총재가 이곳에 조상 묘를 옮겼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의 풍수지리 연구가들도 많이 찾고 있다. 지난 3일에도 10여명이 찾아와 산세와 혈을 살폈다. 이곳에서 만난 전아무개씨는 “이 전 총재 선친 유택은 서향이고 규모는 작지만 혈이 짚이고 수맥을 잘 피했으며 앞이 시원하게 트여 명당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반면, 이아무개씨는 “혈은 주변 환경에 따라 흐르기도 하는데 이곳은 혈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는 없는 곳”이라고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이 전 총재의 일가인 이회운(전 예산군의회 의장)씨는 “생가와 가까운 산성리 선영은 옆으로 큰 도로가 나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조상님을 모시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이장했다”며 “조상님을 명당에 모시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이장지를 물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장한 뒤 ‘군왕지’라는 소문이 돌고 형님(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여부가 주요 뉴스가 되니 이장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형님도 마음이 편하고 형제 우애가 돈독해지는 등 느낌이 좋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녹문리 이장 터는 소유 집안이 이 전 총재와 파가 달라 애초에는 이 전 총재의 조상 묘를 옮길 수 없는 곳이었으나 집안에서 협의해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지난 3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일가인 이회운 전 예산군의회 의장이 충남 예산군 신양면 녹문리 이 전 총재의 선친 묘를 둘러보고 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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