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요구는 수용 거부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쪽으로부터 퇴진 요구까지 받은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몸을 낮췄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쪽의 퇴진 요구는 “대선 승리 뒤 논의할 문제”라며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분명히했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3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5일 최고위원회의·의원총회에서 사과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박 전 대표도 빨리 찾아뵙고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나의 오만함을 깊이 반성한다. ‘패자가 무슨 할 말이 있느냐’는 생각을 해 왔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게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의 언행으로 마음을 상했거나 화합이 어렵다고 느낀 사람이 있다면 박 전 대표든, 박 전 대표 쪽 인사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거듭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자신의 사과가 박 전 대표 쪽을 끌어안으려는 전략 아니냐는 지적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진심으로 봐 달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 때문에 이명박 후보에게 눈물이 쏙 나도록 야단을 맞았다. 그 야단이 옳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쪽이 ‘화합’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2선 퇴진’ 요구를 놓고는 “지금은 범여권에 맞서 총력전을 벌일 때로, 대선 승리 뒤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말로만 하는 사과는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며 2선 후퇴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그만큼 ‘화합의 걸림돌’이라고 얘기했으면 그 걸림돌을 치워야 되는 것 아니냐. 이명박 후보가 그런 것 하나도 정리 못 하느냐”고 이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