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정치참여로 시끄러운 중앙대
총장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여한 중앙대가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인 이재오 의원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기로 결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위 수여를 관장하는 성환갑 중앙대 대학원장은 1일 “지난 8월부터 이 의원에게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것을 검토해 대학원위원회 심의까지 마쳤지만, 시기가 미묘해 유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대통령 선거가 있고 이 의원이 이 후보와 가깝기 때문에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총장에게 유보를 건의했다”고 덧붙였다.
명예박사 학위는 ‘우리나라 학술 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문화 향상에 현저한 공적을 나타낸 자’에게 수여하도록 돼 있으며, 해당 학과나 단과대학이 추천해야 한다.
홍기택 정경대학장은 “이 의원이 중앙대 출신이며 한국 정치 개혁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이유로 추천했으나, 학과·단과대가 먼저 학위 수여를 검토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 의원 주위 사람들을 통해 학교 쪽으로 (명예박사 수여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쪽은 “두세 달 전 중앙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다고 연락이 온 적이 있으나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며 “이 의원이 얘기를 먼저 꺼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길 꺼린 중앙대의 한 교수는 “이 의원에 대한 평가도 주관적이라 보여지고, 적절하지 않은 시기에 학위 수여를 추진해 의혹을 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성 대학원장은 “이 의원에 대한 학위 수여는 박 총장이 캠프에 참여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훨씬 전인 지난 8월부터 검토해 오던 것으로, 정치적으로 엮으면 안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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