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출마를 촉구하는 한 지지자가 보내온 화분이 놓여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단암빌딩 앞에서 31일 오후 ‘이회창 팬클럽연합’ 회원들이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건물에 이 전 총재의 사무실이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최고위원에 친박 김무성 지명해 ‘포용’ 나서
초선의원들은 이 전 총재 출마 만류 움직임
초선의원들은 이 전 총재 출마 만류 움직임
“불은 이회창 전 총재 쪽에서 나고 있는데, 물은 박근혜 전 대표 쪽으로 뿌린다.”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설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쪽의 대응방식이다. 출마를 말릴 수 없다면 박 전 대표와의 고리를 미리 끊어 그 파괴력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 후보 쪽은 31일도 공식적으론 출마설에 대응하지 않는 한편, 박 전 대표 쪽의 김무성 의원에게 지명직 최고위원 몫을 넘기는 등 ‘박심’ 잡기에 나섰다. 이 후보 쪽은 이 전 총재를 자극하지 않는 대신, 그에게 박 전 대표 쪽 세력이 쏠리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동관 공보 특보는 “‘창 대책’이 바로 ‘박 대책’”이라며 “어차피 이 전 총재 혼자서 움직일 수는 없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이 전 총재에 대한 압박에는 초선 의원들이 나섰다.
김명주·박찬숙·최구식·안명옥·배일도·전여옥·김정훈 의원 등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조찬모임을 열고 이 전 총재 출마설의 진위와 대책을 의논했다. 이 자리에선 이 전 총재 출마가 정권교체에 위험스러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자신이 직접 출마하는 데 대한 비판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 집을 찾아가 출마를 만류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이 전 총재가 출마 태도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이 전 총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유보했다. 이들은 다음달 2일 다시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 전 대표 쪽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선 전 박 전 대표의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은 본래 이날 이 전 총재를 만날 예정이었지만 예민한 시기임을 고려해 면담을 취소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이자 이 전 총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 전 총재가 내심으론 이 후보보다는 박 전 대표에게 호의를 갖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뭉치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며 “마음으로야 이 전 총재를 만나 출마설을 확인하고 나서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만남 자체가 오해를 살까 걱정스러워 연락을 안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저녁 예정에 없이 시내 한 호텔에서 두 시간 가량 지인과 만찬 회동을 하는 것이 목격됐지만,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이 전 총재 쪽 이흥주 특보는 “출마 여부는 초선 의원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결심을 발표한 뒤 의견을 내는 것이 맞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는 맞고 안 맞고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가능한 대안을 갖고 생각해야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